직지코드
‘직지코드’ 시사회를 다녀왔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사람이 쿠텐베르크가 아니라 고려의 어느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여정을 담은 다큐영화다. 정지영 감독님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70이 넘은 정 감독님은 이 영화의 발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열심히 설명했고, 어느 사람보다 젊어보였다. 직지코드 상영이 되고 나면, 부천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행사도 진행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연해주 동포의 스탈린에 의한 강제이주의 길을 따라 가는 행사에도 참석하신다니...참 젊게 사신다.
직지심경을 비롯한 금속활자는 고려에서 만들어지고 동아시아에서 발전했으며, 그 기술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는 것은 관련 학계에서는 정설로 입증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고려의 발견과 유럽 쿠텐베르크의 발견은 다른 경로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명과 기술은 더 높은 것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로 들여와서 자신의 문화와 연결하여 새로운 문명으로 발전한다. 이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은 지구적 문명이 만들어져 온 여정이었다. 패치워크(patchwork)되어 더 나은 문명으로 발전하고, 더 나은 문명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다른 세계로 전파되고, 전파된 문명은 다시 더 세련되게 발전되어 물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의 구름이 되고, 그 구름은 비가 되어 내리듯 반복적인 선형의 패치워크가 되어 발전해 왔다.
금속활자도 고려에서 발명되고 발전되어 동아시아에 전파되었고, 그 기술이 유럽으로 전파되어 더 좋은 활자기술로 발전되었고, 이것은 다시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전파되었다. 이제 그 기술은 레이저를 넘어 쓰리디 프린터로 발전되고 있다.
우리 것이 위대하다는 것은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명과 기술이 어디에서 발원하고 발전해서 어떤 경로를 거쳐 다시 더 발전되어갔는지의 여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지역만이 우수하다는 오만에 빠져 다른 문화를 무시하고, 그 무시가 확대되어 인종과 문화까지 얕보는 사태로 가도록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오만과 광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학살의 당사자로, 희생의 당사자로 되게 만들었는지 안다면 말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나마 정지영 감독님께 식사 맛있게, ‘직지코드’ 재밌게 잘 즐겼다는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늦은 술자리에 이 자리 저 저리 왔다갔다하며 즐거움을 주신, ‘어설픈 주연’ 경희대 김민웅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금속활자의 고려발명이 이미 관련 학계의 정설로 정리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문명과 사상이 유럽에 전파되어 얼마나 거대한 변화를 유럽에 주었는지 설명해준 황태연 교수님의 말씀도 잘 들었다. 더불어함께 열심히 듣고 즐겼던 황태연 교수님의 사모님, 중앙일보 배영대 기자님, 한양대 이영재 교수님에게도 즐거웠다는 인사를 전한다.
다음 정지영 감독님과의 만남에서는 조선과 구한말의 파란만장한 51년이 넘는 항일항전의 역사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 자리가 기대된다. 역사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가슴 아픈 여정이지만, 그 사실을 확인하면 가슴 벅찬 여정이다. 대한민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항상 확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