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용-문화일보] 지구 온난화 숲 파괴로 '바이러스 판도라 상자' 열린다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감염병 사태가 전 세계를 공포와 공황에 빠뜨렸고, 극심한 미세먼지·가뭄·폭염·홍수가 발생하면서 인류 문명에 비관론이 팽배하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중대한 도전이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근본적인 극복을 위해서 환경 보존과 인류의 진보가 공존할 수 있는 국가, 국제적인 차원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해법과 그린 뉴딜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이에 문화일보는 오는 9월 3일 개최하는 국제 포럼 ‘문화미래리포트(MFR) 2020’의 주제를 ‘기후와 포스트 코로나(Climate and Post-Coronavirus)’로 정했으며, 이를 앞두고 10회에 걸쳐 인류 문명을 바꾸는 기후 문제와 세계적인 석학들의 제언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기후 위기로 인해 인류가 앞으로 매년 수백 회의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지구 온난화와 숲 파괴 여파로 질병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 등 긴급 상황에서 2009년부터 선포해온 총 6차례의 ‘국제 공중보건 위기’ 중 5번의 전염병 상황이 모두 기후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기후변화 자체를 국제 공중보건 위기로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도 세계적인 석학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7일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2070년까지 인류는 매년 최대 260회의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전파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기온의 상승과 이로 인한 해수면 상승 및 인간 활동에 따른 동물 서식지 파괴 등의 영향으로 인류와 포유류 등의 거주지가 이동하고, 상호 간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면서다.
문제는 이 같은 예측이 나오는 현재도 이미 결정적인 공중보건 위기 때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WHO는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사태와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및 폴리오바이러스, 2016년 지카바이러스, 2018년 에볼라바이러스, 2019년 코로나19 사태 등 총 6번의 전염병 창궐 상황에서 국제 공중보건 위기를 선포했다. 이들 바이러스 사태 대다수에서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2009년 신종 플루 당시 공중보건 전문가인 래리 브릴리언트 박사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급격히 증가하는 인구가 많은 산림과 초원·습지를 농업용으로 전환하거나 개발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인간과 동물은 서로 더 가까이 살면서 바이러스까지 공유하는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두 차례 위기 선포의 대상이 된 에볼라바이러스 역시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 감염이 더욱 잦아지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과일박쥐를 통해 옮는 에볼라바이러스는 삼림 파괴로 과일박쥐와 인류의 거리가 가까워지거나 강수 증가로 과일 재배가 늘어 과일박쥐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등의 경로로 계속해서 인류에 대한 영향력을 늘려 나가고 있다. 논문은 “에볼라바이러스는 기후변화로 인해 2070년까지 최대 3.2배가량 더 많은 인류 감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카바이러스 역시 잦아진 호우와 높아진 기온으로 전파원인 이집트숲모기가 더 잘 증식되는 환경이 마련돼 점차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까지 포함하면 6번 중 5번의 국제 공중보건 위기 사태가 결국 기후변화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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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WHO의 평가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더욱 창궐하는 전염병과 열사병 및 기상 재난 등 원인으로 2030년부터 2050년까지 매년 25만 명의 사망자를 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직간접 영향을 받은 코로나19로 이미 51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영국 퀸메리대의 앤드루 하머 박사는 지난 3월 영국 의학저널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빠르고 잠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는 세계 공중보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특정 질병을 다루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기후변화 자체를 국제 공중보건 위기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