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포·모·털-퓰리즘에 관한 소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올린 “이재명은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는 ‘밈(meme)’, 즉 짧은 영상이 세간에 흥미와 재미를 주며 회자됐다. 이 밈에 대해 ‘탈모인’과 20~30대는 폭발적으로 반응했고,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전됐다. 국민의힘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니, 더 위중한 질병에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대중을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포퓰리즘(populism), ‘모(毛)퓰리즘’, ‘털퓰리즘’으로 규정했다.
포퓰리즘의 등장은 대중의 불만과 고통을 기성정치권이 외면할 때 발생한다. 포퓰리즘이 옳다 또는 그르다 논쟁 이전에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대중의 불만과 고통이다. 그래서 필자에게 탈모약 논쟁은 이번 대선에 있어 ‘가뭄의 단비’ 같은 청량제였다. 국민의 불만과 고통, 고충을 주제로 전개되는 정책 논쟁은 삶의 변화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것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매우 포퓰리즘적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제안한 자영업자 50조원 지원은 포퓰리즘이 아닌가?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임기 내 병사 임금 200만원 보장 공약과 유사한 윤석열 후보의 짧은 SNS의 글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그것도 집권 즉시 실행이란 공약은 포퓰리즘이 아닌가?
정치학에서 ‘정체성의 정치’는 국가권력 획득을 목적으로 민족, 인종, 종교의 정체성을 활용해 유권자를 동원하는 운동을 의미한다. 이는 배타적 정체성에 기초, 대중의 편을 가르고 상대 진영을 혐오ㆍ증오하게 함으로써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제3정당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 바로 대중의 불만과 고통을 외면했던 기성 정당의 정당성의 하락에 따른 것이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해시태그 ‘멸공’ 논란에서 시작, 윤석열 후보의 ‘달, 파, 멸, 콩’과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멸공! 자유!’, ‘문파멸공’이라 자세히 해석한 김진태 전 국회의원의 멸공캠페인까지, 이것이 바로 이념으로 진영을 나누는 ‘정체성 정치’의 시작이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통한 20대 남녀 편 가르기, 멸공캠페인을 통한 이념으로 좌우 편 가르기, 뒤이어 지역(그 전조는 여수멸치)으로 영호남을 편 가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20세기적 향수(鄕愁)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제발 시대의 변화와 유권자의 의식수준에 맞는 선거운동 실행을 바란다.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