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정치 읽기

[천자춘추] 0.73%의 깊이와 24만7천77표의 거대함

시놉티콘 2022. 3. 16. 21:11
[천자춘추] 0.73%의 깊이와 24만7천77표의 거대함

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 결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4만7천77표(0.73%)를 더 득표했다. 탄핵 이후 탄생한 촛불정부가 5년 만에 탄핵당한 정당에 정권을 넘겨줬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문제는 이미 예고됐다는 점이다. 근 2년 가까이 정권심판 여론은 과반을 넘었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완패했다. 남은 것은 선전한 이재명 후보와 0.73%의 아쉬움과 장탄식뿐이다. 민주당 패배의 어두운 그림자를 예고했던 몇 가지 데이터를 확인해보자.

첫 번째 데이터,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개된 위성정당 창당과정에서 벌어진 유권자와의 이격이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2020년 3월 1~2일 실시) 중 ‘민주당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① 전체국민 중 ‘필요하다’는 25.7%, ‘필요하지 않다’는 58.3%, ② 중도층 응답자 중 ‘필요하다’는 25.9%, ‘필요하지 않다’는 59.1% ③ 민주당 지지자 중 ‘필요하다’는 40.9%, ‘필요하지 않다’는 48.1%였다. 그런데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전당원투표는 ‘필요하다’ 74.1%, ‘필요하지 않다’ 25.9%였다. 국민, 중도층, 민주당 지지층은 반대했는데,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두 번째 데이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압승의 이면에 나타났던 ‘민주당 다수유권자 연대’의 와해 현상이다. 전국 지역구 투표 득표율에서 양당 지지율 격차는 9%p 차이(1·2위 정당 간의 득표 차이 244만여 표)로, 이전 대선과 지방선거의 557만~631만여 표 차이와 비교하면 매우 좁혀졌다. 이미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지방선거 압승의 유권자연대는 와해되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데이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이후 민주당을 이탈한 유권자층의 규모는 계속 증가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2021년 5월 25~27일) 결과,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35%가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다. 이 ‘민주당 이탈층’ 중 중도성향 유권자는 42%였고, 이 이탈층의 40% 이상은 내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국민이 바라는 것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고, 유권자들의 먹고사는 민생문제보다는 검찰<2027>언론 개혁 등 정치적 의제에 매달렸다. 먹고 살만해서 그런 것일까? 국민을 선도한다는 사유체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민주당의 ‘왜곡된 욕망’ 추구는 ‘장기 불황’의 늪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바꾸지 못하면 0.73%는 너무 깊기만 하고, 24만7천77표는 너무 거대해만 보인다.

김종욱 동국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