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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인용] 세계화 끝났다…中 WTO 가입 앞둔 2000년 수준 후퇴

시놉티콘 2022. 4. 27. 15:29

세계화 끝났다…中 WTO 가입 앞둔 2000년 수준 후퇴

패권국 확장·강대국간 경쟁
정치비용이 경제이익 삼켜
1차 대전 발발 때와 닮은꼴

구속력 있는 국제규범 없인
세계화 되살리기 어려울 것

  • 이상덕 기자
  • 입력 : 2022.04.26 17:53:50   수정 : 2022.04.27 09: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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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교수 ◆

오늘날 인류는 세계화의 후퇴에 직면해 있다. 세계화의 정치적 비용이 경제적 이익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세계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역사는 언제나 세계화로 발걸음을 옮기지는 않았다. 1915년 5월 1차 세계대전 중 독일 해군 잠수함인 U-20이 영국 민간 여객선 RMS 루시타니아를 어뢰로 침몰시켜 미국인 128명을 포함해 119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루시타니아 침몰은 당시 세계화의 끝을 상징했다.

1870년부터 1915년까지는 진정한 세계화의 시대였다. 상품, 자본, 노동이 국경을 넘었고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선박과 전신(電信)은 그 어느 때보다 붐볐다.

하지만 루시타니아의 침몰은 곧 세계화의 침몰이었다. 무역, 투자, 이민이 모두 무너졌다. 전쟁이 끝나고 정치인들은 세계 경제를 소생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대공황과 더 큰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세계 경제는 완전히 붕괴됐다. 1915년 세계화가 끝난 것은 △패권 국가의 확장 △강대국 간의 경쟁 심화 △동맹 시스템의 불안정화 △테러를 후원하는 불량 정권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적대 세력의 부상 때문이었다. 오늘날과 흡사하지 않은가.

오늘날 우리 인류는 1915년에 그랬던 것처럼 세계 정치의 위기로 인해 경제의 탈세계화라는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패권은 늘 중심에 있다. 수많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미국에 도전했고, 미국은 2001년 이래로 금융 제재를 주요한 무기로 사용해 왔다. 이는 권위주의 국가들이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 낮추기는 느리지만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많은 척도에서 볼 때 세계화의 정점은 2007년이었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세계 무역 증가량은 2007년 이후 휘청거리고 있다. 무역 보복 조치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벌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화에 대한 충각(衝角·군함의 함수 밑에 있는 뾰족하게 돌출된 부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다시 세계화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라는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공황이 벌어진 1930년 수준으로 후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의 세계화 수준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직전 해인 2000년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가 다시 세계화라는 바퀴를 돌리려면 전 세계적인 구속력이 있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처럼 구속력 없는 세계화는 국가 간 갈등만 초래할지 모른다.

러시아 제재 나비효과 시작됐다…달러패권 시험대 오를것

세계화, 2000년 수준 후퇴

서방의 경제압박 지켜본 中
달러결제 의존 줄이려 할것
디지털화폐 등 혁신 못하면
기축통화 위상 잃을 수도

우크라 곡창지대 쑥대밭
아프리카 극심한 기근 우려
식량값 1970년대 이후 최고


24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관저 앞에 몰려든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했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침체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난이 심화돼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올해는 전 세계가 본격적인 세계화의 후퇴를 맞이하는 해이면서 한편으로는 빈국들이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받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참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항해 미국이 경제적 제재를 가하면서 벌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 제재가 매우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은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차단해 약 200개국 1만1000개 은행과 연결된 망에서 떼어냈고,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중 서양 은행에 보관된 자산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제재 한 달 만에 원상 회복됐다. 미국이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까지 제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하루에 약 10억달러(약 1조2400억원)가 러시아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할 수 있지만, 독일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전면 차단은 어려워 보인다.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러시아의 전쟁 야욕을 무력화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물론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는 위축될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몇 주 단위로 효과가 나타나는 데 반해 경제 제재는 그 효과가 몇 년에 걸쳐 나타난다. 이는 러시아의 공습과 미국 경제 제재의 불일치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가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는 중국인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136억달러로 러시아(6171억달러)보다 5배 이상 많다. 아마도 3분의 2는 미국을 포함한 서양의 국채일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처럼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직 권위주의 국가들이 달러에서 탈출할 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영국의 파운드, 일본의 엔, 유럽의 유로, 스위스의 프랑이 대체재로 존재하지만 달러에 비해 그 비중은 미미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매우 느리고 더딜 것이다. 1930~1950년대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것은 파운드를 대체할 달러라는 강력한 통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오늘날 달러에 대한 진정한 도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달러는 온갖 도전에도 살아남았다. 금 본위제와 단절을 선언하고 나서도 그 위상은 높아졌다. 1971년 8월 15일 일요일 밤. 미국인들의 인기 서부 시리즈인 '보난자'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특별성명 발표로 방영이 중단됐다. 금 태환을 중단하겠다는 놀라운 메시지였다.

달러는 1970년대 들어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 대비 50%나 평가절하됐지만 수많은 달러 종말 예언에도 위상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달러는 1980년대에 크게 절상됐고 2000년대 금융위기나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강세를 보였다. 이는 달러가 매우 독립적인 통화였기에 가능했다. 1980년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살해 위협에도 금리를 20%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을 정도로 달러 시스템은 독립적이었고 이는 자유화된 자본시장 시스템을 떠받치는 유일한 통화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이 됐다. 나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달러에 대한 명언보다 가슴에 와닿는 말을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유럽은 박물관이고, 일본은 요양원이며, 중국은 감옥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아직 실험이다"는 말은 달러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늘 가정은 존재한다. 앞으로 달러가 흔들리게 된다면 그것은 달러의 혁신 부족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화폐의 국가적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수표를 쓰고 현금을 받고 있다. 수일이 걸리는 구식 방식이다. 반면 중국은 내부 감시와 위안화 확대를 위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디지털화폐(CBDC)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디지털화폐는 정부 주도이기 때문에 화폐의 특성상 얼마나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다. 디지털화폐가 아무리 혁신적이라고 하더라도 서양이 중국을 단순히 모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화폐와 지불 시스템을 현대화하되 정부의 권한을 증가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금융은 민간이 창출하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배운 것이 있다면, 전체주의 경쟁자들에게 승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능가할 수 있도록 혁신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나비효과는 전쟁을 할수록 인류가 무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걸프 전쟁, 발칸반도 전쟁,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수많은 지정학적 위기에도 막대한 통화 팽창 덕분에 우리는 경제적으로 전쟁을 잊고 산다. 실제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전쟁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매년 줄어들고 있고, 위험 투자와 안전한 투자 간 스프레드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1945년부터 핵전쟁 위협 아래에 살고 있지만, 핵탄두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쟁을 잊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지만 전쟁은 늘 투자자에게 관심이 있다. 우리는 전쟁이 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재정을 악화시키며 기업의 신뢰를 해쳐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은 무고한 피해인 '부차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와 공급망 대란으로 인플레이션 수준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진 상태인데, 여기에 더해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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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그 피해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집트에서 소말리아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 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아프리카 전역에 포진해 있다. 또 세계 2위 곡물 수출 국가인 브라질은 러시아산 비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적인 식량 대란에 놓여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3월 식량가격지수(FFPI)는 전달보다 무려 12.6% 상승했다. 이러한 식량 가격 상승은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전쟁이 농산물 가격 폭등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을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벌인 욤 키푸르 전쟁은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석유 가격은 물론 식량 가격이 크게 치솟았던 원인이 전쟁이었음을 인류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니얼 퍼거슨 교수는…둠, 문명, 제국 등 세계사를 관통하는 책들을 집필해온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세계적 경제사학자다. 케임브리지대 크라이스트스 칼리지 연구교수, 옥스퍼드대 정치사 및 금융사 교수, 뉴욕주립대, 하버드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스탠퍼드대 후버 칼리지 선임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 =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교수 / 정리 =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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