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티콘 2022. 6. 10. 11:07


혼자 뚜벅뚜벅 서촌길을 걸었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여유로움, 차보다 사람이 걷기 편한 길의 즐거움…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은 어느 때부터인가 나에게 생경한 즐거움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하늘의 구름, 담의 정겨움, 그런 것들과 교감하는 또 다른 느낌…살갗으로 느껴지는 바람의 마주침, 소매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찬 바람, 등을 타고 넘는 볕, 눈으로 들이치는 빛…그러다 보면 흐르는 약간의 땀.
대여섯 발 앞을 걸어가시는 칠십 대 어르신, 걸어가시는 그 길 뒤를 따라간다. 앞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언젠가의 나일 것 같다는 생각, 흰 머리와 약간 구부정한 등, 더 팔자가 된 걸음걸이...길은 삶이고 자취고 철학인 것 같다.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노래 가사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그래도 볕을 가려 그늘을 주고 새를 불러 소리를 들려주는 자연은 어쩌면 슬픈 기억을 덮는 위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