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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시놉티콘 2022. 10. 31. 21:13

 
 
경복궁
 
 
경복궁의 좌측과 우측 담으로 참 많이도 걸어 다녔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매주 경복궁 동쪽 길을 따라 불교학생회 주말 예불을 다녔다.
군사독재 시절이라 절에 도착할 때까지 적어도 2회 이상의 학생증 검사를 받아야 했다.
‘불온한 시대’의 일상이 그랬다. 스스로 충성하는 국민을 입증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검열과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는 발언이
과거로의 회귀로 보여 불안한 것이다.
 
 
경복궁 서쪽의 서촌은 참 예쁜 길이다.
성인이 되어 서촌의 좋은 술집과 밥집을 다니면서 접하게 된 동네다.
경복궁 담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영화의 세트장 같고,
서촌 저 서쪽의 길은 예스럽고 아담하고 정겹다.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요즘은 여기저기 공사가 계속이다.
여지없이 자본은 냄새를 맡고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독재는 옛날이야기로만 생각되었다. 방심하는 순간 들이닥친다.
자본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부수고 들이닥친다.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 침탈당하고 약탈당한다.
든든히 지켜낼 힘이 없다면 언제나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일상이 힘겨운데, 경제는 바닥으로 내려가기 직전이다.
도처의 곡소리가 들려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또한 바람일 것 같아 답답하다.
 
 
사진 속 경복궁은 포근하고 정겨운데,
경복궁 밖은 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