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정치 읽기

본연적 자유와 왕 귀족의 자유

시놉티콘 2023. 1. 8. 21:52

중세가 끝나갈 무렵 서양에서 말하는 자유는 백성의 자유가 아니라 왕과 귀족의 자유였다. 농노는 신분의 족쇄에 묶여있는 자들이었으니 자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신분을 깨고 나온 그 순간 시민이 탄생했다. 시민은 신분에서 해방된 자유롭고 평등한 자들이고, 그들은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자집단이 되었다. 로크는 『정부론』에서 인간의 자유를 “지상의 그 어떤 우월한 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것이고, 인간의 의지나 입법적 지배 아래 놓이지 않고 자신의 다스림을 위한 자연법만을 갖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 당시 로버트 필머의 “만인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그리고 어떤 법률에 의해서도 묶이지 않는 자유”라고 규정했는데, 로크는 정부론에서 즉각 부정했다. 따라서 로크의 자유는 “절대권력, 독재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다.
대통령은 매번 그렇게도 자주 자유를 주창한다. 대통령의 자유는 로버트 팔머의 자유다. 즉 왕과 귀족의 자유다. 그러나 우리 시대로 이어진 자유의 기본적 정의는 권력과 압제로부터의 자유다. 권력이 우리를 사슬에 묶으려고 하면 싸워야 한다는 것이 자유의 가치다. 따라서 대통령이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정부와 싸워달라는 ‘간절한 요청’으로 들린다. 그런데 싸우면 반정부 세력으로 규정하고 사슬에 묶는다. 누구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