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동 사거리의 무지개 : 누구나 일곱 개의 꿈을 꾸며 살아간다.
구산동 사거리의 무지개 : 누구나 일곱 개의 꿈을 꾸며 살아간다.(2023.08.30.)
구산동 도서관에서 “은평구민과 함께 하는 인문학 사랑방” 인문 강좌를 듣기 위해 구산역 사거리를 걸었다. 사거리의 많은 은평 주민들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느라 하늘만 쳐다본다. 희망이 줄어들고, 절망이 현실로 느껴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연히 다가온 무지개는 즐거움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하늘은 우리에게 일곱 빛깔 무지개로 마음의 위안과 희망을 준다. 하늘도 그럴진대, 사람은 더욱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 전기가 흐르는 전선 너머로 이어지는 무지개, 도시의 건물 위를 연결하는 무지개, 산과 하늘의 다리를 만든다. 오늘은 좋은 일이, 아니 내일엔 좋은 일이, 다들 이런 마음으로 무지개와 만났을게다.
지금까지의 상식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는 대한민국의 2023년, 정당은 군법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대령이 항명과 국방부 장관 명예훼손으로 영장이 청구되는 나라,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그 윗선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의심을 제기하면 괴담과 선동꾼으로 몰리는 세상...그런 세상에서 무지개는 박정훈 대령의 구속영장 기각이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면 답답함은 어쩔 수 없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는 일본 정부가 투기하는데, 홍보는 대한민국 대통령실 예산으로 영상물을 제작하는 상황, 우리 바다를 남의 바다라고 명명해도 말도 못 하는 국방부, 그래서 7년 만에 다시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이 나오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희망을 준비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삶은 계속되고, 우리의 후배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까 말이다.
구산동 도서관에서 은평구 주민들은 그들의 사는 은평이 어떤 곳인지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다. 오늘 들은 강의의 제목은 “운크라(UNKRA)와 불광동 재건주택 이야기”이고, 지난번 강의는 “더-은평: 어디에 있었고, 어디에 있어야 하나”였고, 다음의 강의는 “임금 행차로 본 은평의 역사”다. 과거를 이해하고 해석하여, 미래의 땅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것은 시민의 몫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