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틱 평화 읽기

3. 4) 북한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가?

시놉티콘 2001. 11. 8. 17:56
2001년 북한의 신년사를 중심으로 북한이 변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2000년을 "'고난의 행군' 마지막 돌격전을 빛나게 장식한 한 해"라고 자평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함으로써 정책순위에 있어서의 turning point를 암시하고 있다. 또한 2000년 6.15 선언을 중심으로 작년을 "조국통일위업실현에서 새로운 전환적 국면이 열린 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언명들은 2001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남북관계의 진전을 암시하는 대목들이다.

2001년은 '사회주의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한 해이며, 북한은 사상과 군사에서 강국이 이미 되었기 때문에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신년사 내용은 전반적으로 작년의 신년사와 수위가 비슷하지만 특히 경제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작년에 비해 좀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제기한 점은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것을 예고한다. 이는 부시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북미관계에 일정한 굴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짙어짐에 따라 남북관계에 대한 애착을 나타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MD추진으로 인해 상당히 지연되었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남북당국간 회담이 열리면서 제개되고 있다.

북한은 많은 부분에서 변하고 있으며 그 증후도 확실하게 감지할 수 있다. 첫째, 상호의존적 관계가 깊어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남북의 경제적 측면에서 교역이 괄목할 만큼 증대되고 있고, 이는 상호경제적 의존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상호의존성의 심화는 지속되면 될 수록 평화라는 조건을 전제한다. ※ 89년부터 97년까지 9년간 총 교역액이 15억 4,569만$인 반면에 98년부터 2001.7월까지 3년 반 동안 총 교역액이 12억 283만$로 연평균 교역액이 약 2.7배 이상 증가했다. 둘째, 북한의 대외의존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로 북한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예로 북한의 식량 20%, 석유 50% 이상을 무상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서방자본주의에 대한 공부를 계속 하고 있으며, 법률적 측면에서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북한 스스로도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이 '강성대국'이다. '강성대국'의 핵심내용은 경제부흥을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독려이다. 내부적 동원이 실제적 작동을 위해서는 외부의 자원투입이 그 전제조건이다. 내부자원의 고갈과 심각한 식량난, 지속적인 북한식 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경제재건을 위해서는 외부의 자원을 받아들여야만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북한은 서방의 국가들과 국교개선을 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미국, 일본, 프랑스)만 현재 미수교상태이다. 특히 EU와의 관계개선이 집중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대외관계의 지렛대로서 EU의 역할이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이 무엇이 변했는가 라고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무엇이 안변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들은 아마도 봉사이거나 색맹인가보다.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멀었다는 비판이 이성적이다. 만약 북한이 주체사상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통일전선전술을 폐기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미리 그 전제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대응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이 주문은 결국 자신의 체제를 부정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았다는 논리이니 어느 누가 이에 대해 수긍하겠는가?

변화의 징후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것의 수준과 경로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지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만큼 사회주의체제의 개혁개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는 개혁개방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준비하지 못하고 붕괴된 동구나 구소련의 경우도 새로운 재건을 위해 치루어야 했던 고통의 폭이 너무나 컸다. 특히 인접하여 서로를 적대했던 남과 북이 새롭게 결합하는 방식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