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4. 15:17ㆍtheory & science
‘통치성’ 메스로 신자유주의를 해부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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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진보 지식인 지도 /
(16) 니컬러스 로즈 Nikolas Rose
니컬러스 로즈(62)는 현재 영국의 런던 정경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생명과학, 생명의학, 생명공학과 사회 연구 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사회학자다. 유대계 후손으로 대학에서는 생물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사회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줄곧 사회학 분야에서 이론적 작업을 펼치고 있다. ‘영국 통치성 학파’의 좌장으로 ‘현재의 역사’라는 그룹을 조직해 푸코의 통치성 개념에 바탕한 서구 자유주의 권력의 분석에 진력하여 왔다. 최근에는 생정치, 다시 말해 생명에 관한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기술들이 생산하는 효과와 권력에 이론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통치성 개념을 통해 푸코는 권력을 지식과 주체화라는 개념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근대 자유주의 권력의 분석을 통해 해명하고자 시도했다. 로즈는 푸코의 통치성 개념을 이론으로 체계화하고 이를 동시대 자유주의 권력의 해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정련했다.
니컬러스 로즈는 흔히 통치성 연구로 알려진 푸코주의적 사회이론을 대표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미셸 푸코가 1970년대 후반 콜레주 드 프랑스의 세미나에서 발표했던 강의노트에 등장한 ‘통치성’이란 개념은 일종의 이론적 프로그램처럼 받아들여졌고, 영국을 중심으로 독특한 푸코주의적 사회이론 그룹이 만들어진다. 통치성 학파라고 알려진 이론가들은 실은 ‘현재의 역사’라는 연구자 네트워크에 참여한 이들을 가리키는데, 이들의 공동작업의 결과는 여러 저작으로 출간됐고, 이는 현재 ‘통치성 연구’라고 불리는 흐름의 바탕을 닦은 작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즈는 이 그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현재의 역사’라는 그룹을 조직하고 그가 편집장을 맡고 있던 저널 <경제와 사회>를 통해 그 성과를 소개했다. 이 시기 그의 이론적 성과를 묶은 것이 피터 밀러와의 공동 저술 논문을 묶은 <현재를 통치하기>와 그의 신조어인 ‘선진자유주의’란 개념을 통해 서구의 새로운 자유주의적 권력을 분석하고자 시도한 <자유의 권력들>이다. 아마 로즈의 이론적 성과를 집약하고 있을 <자유의 권력들>은 신자유주의라 알려진 정치권력을 분석한 데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서 그는 자유주의 권력의 계보학적 분석을 통해 통치성 개념을 권력 분석의 이론적 도구로 다듬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푸코의 통치성 개념은 근대 국가의 계보학적 분석이라는 이론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돌출한 개념이다. 그것은 정치철학의 주권론과 국가론 혹은 경제적 결정을 은폐하는 허구적 상부구조로서의 국가권력이라는 마르크스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한 탐색 과정에서 출현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왕의 목을 베기’라는 푸코의 유명한 표현은 점차 ‘국가의 통치화’에 관한 분석으로 다듬어졌고 그는 이를 자신의 작업을 망라하고 조직할 수 있는 개념이라 공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이론적 개념이라 할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쨌든 통치성을 통해 푸코는 권력을 지식과 주체화라는 개념을 통해 재구성하고 이를 근대 자유주의 권력의 분석을 통해 해명하고자 시도했다. 로즈의 작업 역시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해 있다. 그에게서 특기할 점은 푸코의 통치성 개념을 이론으로서 체계화하고 이를 동시대 자유주의 권력의 해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정련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는 통치성 혹은 그가 선용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정치적 합리성’을 크게 세 가지의 성분으로 나눈다. 그것은 첫 번째 지식과 언어,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은 무엇보다 그것이 행사되는 대상을 구성하고 창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디까지가 경제적인 삶의 세계이고 무엇이 사적인 삶의 세계인지는 전연 자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경제적인 삶이라 할 때, 성장·효율·능률·합리성·진보·성과·이득 같은 것 역시 무엇을 가리키고 그것은 어떻게 판별되고 측정하며 평가해야 할지 전연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무한히 다양한 삶의 세계들은 그것을 읽고 분석하고 경험하고 해석할 수 있는 대상으로 빚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권력은 다양한 지식과 언어를 생산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테크놀로지를 들 수 있다. 권력은 단순히 관념이나 이념이 아니라 특정한 효과를 겨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다양한 장치·도구·계산방식 등을 만들어낸다. 이는 성장·진보·안녕·안전·교정·개선 같은 다양한 목표를 충족하고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전문적 지식들을 생산하고 그에 관련된 인물·기관·제도·자격·보상 같은 것들을 끌어들인다. 세 번째로 권력은 윤리 혹은 주체화라고 할 만한 것으로 이뤄진다. 그것은 자유주의 권력의 결정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인데 이는 권력은 무엇보다 자유를 동원하면서 작동하는 것임을 가리킨다. 사람들은 행복·안전·건강·성공 등 다양한 포부와 욕구를 가지고 다양한 삶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이때 사람들은 그런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어떻게 처신하고 타인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관련된 다양한 규범과 행위의 코드에 관련을 맺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윤리 혹은 주체화라고 할 수 있다.
로즈는 이 세 가지의 성분으로 구성된 권력의 해부학적 도구를 이용하여 근대 자유주의 권력의 역사적 변전을 분석한다. 그는 서구 자유주의의 역사를 크게 자유주의·복지주의·선진자유주의라는 단계로 나눈다. 자유주의란 18세기에 형성된 초기 서구 자유주의 권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주된 특징은 권력이 초월적인 원리나 임의적인 의지를 통해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 즉 그것이 행사되어야 하는 대상에 대한 지식(특히 정치경제학)을 배경으로 신중하고 또한 효과적으로 행사되어야 함을 가리킨다. 더불어 권리를 행사하는 법적 주체라는 겉모습에도 실제 삶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며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개인들을 통치받는 대상 혹은 주체로 만들어낸다.
이런 초기 자유주의는 사회주의의 등장, 개인주의의 만연과 같은 위험에 직면하면서 혹은 로즈가 강조하는 개념을 빌리자면 숱한 ‘문제화’를 통해 복지주의로 변이하게 된다. 복지주의의 핵심적인 특징은 ‘사회를 통한 통치’라고 말할 수 있다. 복지주의는 무엇보다 ‘사회’를 발명하고 그를 통해 권력이 행사하는 대상과 주체를 전연 다른 방식으로 구성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기술로서 사회보험과 사회복지를 동원한다. ‘연대’란 개념을 통해 권력이 행사하는 대상은 공통의 운명을 짊어지고 동일한 목표를 향해 의무와 책임을 나눠 가지는 사회적 시민 혹은 국민으로 변형된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혹은 로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진 자유주의’는 무엇이며 어떻게 다른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사회의 종말’이란 것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연대라는 이상 속에서 책임과 의무를 나눠 가진 사회적 시민은 이제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책임지는 개인들 그리고 무엇보다 특정한 친화성과 정서적 유대에 기반한 ‘공동체’로 변신한다. 그리고 이는 위험의 관리를 둘러싼 테크놀로지 역시 감사, 책무성, 성과 측정과 같은 것으로 바꾼다. 이를 살펴볼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예는 복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복지로부터 노동 연계 복지로 혹은 능동적 복지로 표현되기도 하는 이런 변화는 자신을 돌보는 개인을 겨냥하고 그들의 책임 부여를 요구한다.
신자유주의 분석을 위한 유용한 이론적 틀로 통치성 개념이 각광을 받으며 1990년대에 서구 학계에 일약 통치성의 이론적 붐이라 부를 만한 것이 일어나고 로즈와 동료들의 작업 역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그 작업은 자유주의 권력에 관한 치밀한 분석에도 권력이란 개념을 특권화하면서 현실에 관한 통치를 분석하는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정치의 위상을 제거하고 정치를 사회학화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그것은 로즈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푸코를 경유하여 정치를 사고하려 했던 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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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9-08-21 오후 08:52: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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