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

2009. 9. 29. 10:43interview

“하달식 노동운동 안통해 금속노조 변화 결정할때”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 가존 운동방식 반성 토로
한겨레 이완 기자
»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핵심인 금속노조의 정갑득(51) 위원장이 최근 산하 현대자동차 노조 위원장에 ‘실리파’인 이경훈 후보가 당선된 것과 관련해, “과거처럼 상층 단위에서 내려보내는 식의 운동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 선거 결과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7일 밤 서울 영등포2가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금속노조 조합원) 15만명이 모여서 2년6개월간 집행해본 결과가 이번에 나왔다. 조직 점검 내지 (변화를 향한)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별 지부에서 지역별 지부로 전환 방침이나 위에서 내려오는 파업 지침 등 현장과 지도부 간에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 선거 이후 민주노총 쪽 핵심 간부들에게서 기존 노선이나 운동 방식에 대한 반성적 진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정 위원장은 금속노조가 출범 직후부터 추진해온 산별노조 조직화와 관련해 “(부정적 인식이 있지만) 산별노조로 가지 못하면 노동운동은 성공할 수 없고, 노조가 힘을 가질 수 없다”면서도 “구조의 새로운, 통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산별노조의 완성은 어려워질 것이다. (기존 방식을 계속 고집하면) 기아차에서도 현대차 선거와 같은 현상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대차 노조의 지금 집행부가 대외적으로 가장 강성 지부였는데도 해놓은 게 없다”며 “반성해야 할 것은 반성하고, 유연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별노조의 조합원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갑득(51)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 2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노조가 정치투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장과 공유된 정치투쟁을 해야 한다”며 “사안 사안마다 파업한다고 하면 그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답변 과정에서 ‘상명하달식’ 노동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며, 반성을 토대로 유연해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1995년과 99년 두 차례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지낸 그는 2007년 금속노조의 첫 위원장으로 당선된 노동운동가다. 정 위원장은 이달 28~30일에 실시되는 금속노조 차기 집행부 찬반투표가 끝나는 대로 다시 ‘현장’에 돌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선거로 현대차 노조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민주노조 운동의 방향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노조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오류를 저질렀다. 현 집행부가 사실 대내외적으로 가장 강성 집행부였다. 그런데 막상 해놓은 게 없다. 임단협 하다가 사퇴하고 ‘주간 2교대제’도 이뤄내지 못했다. 나약한 지도부를 보면서 실망과 분노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실망감을 조합원들이 표로 심판했다. 이경훈 지부장에 대해 왜곡된 측면이 많다. 6전7기로 위원장이 된 만큼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경훈 당선자는 금속노조가 지역지부로 전환하는 데 비관적이다. 영향력이 큰 현대차 노조가 응하지 않는다면, 금속노조가 추진하는 지역지부로의 전환은 어렵지 않겠나?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의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달라질 거라고들 하는데, 그전의 전투적인 지부와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동안 (금속노조는) 너무 원칙만을 얘기했다.”

 

-그동안 추진해온 금속노조의 지역지부로의 전환을 어떻게 전망하나?

 

“독일식을 벤치마킹한 산별노조를, 15만명이 2년6개월간 집행했다. 현재 추진하는 구조의 새로운, 통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산별노조의 완성은 어려워질 것이다. 조직 점검 내지 (변화를 향한)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처럼 상층 단위에서 내리는 운동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별노조의 조합원 교육이 필요하다. 현장 중심으로 정책화해서 조합원 중심적인 운동으로 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기아차 (선거)에서도 현대차 선거와 같은 현상이 더 일어날 수 있다.”


-정치투쟁에 대한 비판도 많다.

 

“현대차가 파업을 하면 얼마나 했나. 4년 동안 며칠이나 했나. (한-미)에프티에이, 쇠고기 때만 했다. 파업을 했을 때 생산이 되지 않으면 경제가 망한다고 하는데, 현대차가 연간 생산 목료량을 달성하지 않은 때는 한 해밖에 없다. 비정규직, 협력업체 놔두고 배불린다고 하는데 정치적 투쟁을 해야만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릴 수 있고, 납품업체 단가를 올릴 수 있다. (다만) 현장과 공유된 정치투쟁을 해야 한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기사등록 : 2009-09-29 오전 07: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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