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향연

2009. 9. 29. 11:37everyday photo

[이순간] 피었다 지는 게 어디 구름뿐인가

 

» 초원을 떠도는 양의 털을 닮은 구름이 남산타워 위 푸른 하늘을 초원 삼아 넓게 펼쳐져 있다.

» 온종일 하늘을 떠다니던 구름 고래가 해 저문 북한산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을 금빛 조각구름이 느릿하게 흘러가고 있다.

» 먹구름을 좇는 내 마음보다 잽싼 잠자리가 구름을 배경으로 너울거리며 날아가고 있다.

» 해 질 무렵 석양빛을 받은 구름이 활활 불타고 있다. 다 타고 잿빛으로 바뀌면 곧 밤의 시간이다.

» 지는 해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 구름에 물들었다. 물드는 것이 어디 구름뿐이랴.

»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이 하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 아래 거울처럼 빛나는 강물에도 구름은 피어난다.




구름은 무념무상 그 자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디서 왔다가 어느 곳에서 사라지는지도 모르게 흘러가 버리는….

어쩌면 그리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가 바람에 이리저리 날려 새털같이 나뉘고, 잘게 부서지며 한없이 펼쳐나가다 끝내 파란 하늘로 안겨버리는 그런 그리움 말이다.

9월의 끝, 그리움의 모양이 천변만화하는 계절이다.

바쁘고 힘든 일상이지만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시길.

오늘,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내 삶에 다시 볼 수 없는 순간이란 걸 떠올리며, 오롯이 자신만의 그리움으로 간직하는 것은 어떨는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기사등록 : 2009-09-28 오후 09: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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