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문순 민주당 의원] 국회에서 싸우라고? 모두 의원직 던져야

2009. 11. 10. 12:33interview

"헌재 미디어법 판결은 '반전 막장 드라마'
 국회에서 싸우라고? 모두 의원직 던져야"
[인터뷰] 최문순 민주당 의원
09.11.10 09:59 ㅣ최종 업데이트 09.11.10 11:05 김병기 (minifat) / 권우성 (kws21) / 장윤선 (sunnijang)

  
최문순 민주당 의원.
ⓒ 권우성
최문순

지난 7월22일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면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묻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언제 국회로 복귀할 겁니까?"

 

하지만 그는 되레 이렇게 반문했다.

 

"국회로 돌아오라고요? 오히려 모두 다 (국회를) 박차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회에 들어가서 싸우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복귀 명분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한달 안에 언론법 재개정 뿐만 아니라 4대강, 세종시 등을 놓고 야당이 국회에서 야당으로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결정이 날 것"이라면서 "결국 모든 야당 의원들은 그 직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지난 6일 오후에 만난 그는 언론재단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던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의 곁에 서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하회탈 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하지만 타들어가는 속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답답함, 막막함, 패배감….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놓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TV채널 한 개 받으려고 신기루 좇는 언론들...개탄"

 

최 의원과 함께 인근 커피숍에 마주앉았다.

 

기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해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바 있던 그에게 '2만배 정진하는 것보다 들어가서 싸우는 것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고 재차 물었다. 그런데 그는 "밖에서 뭐가 없으면 들어가서도 싸워지지가 않는다"라면서 "밖에서 준비가 되면 들어가서 싸울 명분이 생기지만 지금은 그럴 게재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정치인이라는 게 대중의 눈치를 보듯 민주당도 밖에서 뭔가 동력이 붙어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언론인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 권우성
최문순

"지금 최상재 위원장 혼자 단식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야당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면서 민주당을 점거하자는 얘기도 하는데, 핵심은 언론인들입니다. 자신들의 문제입니다. 물론 살기는 어렵겠지만 87년 이전 사태로 가고 있습니다. 이 자리(농성장)에 나와야 할 사람들이 TV 채널 하나 받으려고 허망한 신기루를 좇아 김형오 의장을 인터뷰 하는 등 아부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개탄스럽습니다."

 

그에게 여전히 '화근'이 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판결에 대해 물었더니 황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반전 막장 드라마였다"고 일갈했다. 

 

그는 "논리학의 기본인 동일성의 원칙은 A=A인데, 이걸 흔들어버렸기 때문에 평가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면서 "한나라당 역시 정권이 바뀌면 날치기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문제인데, 그걸 재논의할 수 없다고 끝까지 버틴다면 자신의 목에 올가미를 씌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 날치기에 대한 판단을 헌재에게 미룬 것도 민주당이고, 헌재의 결정을 어느정도 예상 못한 바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는 헌재 결정 이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민주당 내의 투쟁 수위가 미진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 의원은 "그렇게까지 부정적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헌재의 결정이 최종이라는 선입견에 매몰돼 있었다"면서 "헌재 결정 이후 민주당이 싸울 의지를 거의 상실했다가 장세환 의원도 뛰쳐나오는 등 다시 전열을 수습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너무 다그치지는 말고 오히려 전장에 서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디어법 재논의하지 않으면 보수언론들끼리 분열할 것"

 

그렇다면 한나라당을 향해 재논의하라고 압박하는 것 이외의 어떤 전략이 있을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 버티고 있는 이상 대답없는 메아리로 그칠 것이라는 패배감마저 일고 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외부에서 힘을 모으면서 싸움을 계속하다보면 저쪽은 자기분열을 하게되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희망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재논의를 하지 않으면 방송 허가 과정으로 돌입합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원천적으로 특혜 요소를 갖고 출발했기 때문에 순탄할 수 없습니다. 이 법안의 자기모순 때문에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분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종시처럼 자기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100%입니다."

 

우선 그 근거가 궁금했다.

 

"누구에게 방송 몇 개를 줄 것이냐를 놓고 청와대와 최시중 위원장의 의견이 갈려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경제논리로 하면 방송 1개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1개 주면 다른 곳에서 반발할 것이고 3개를 주면 조중동만 줘야 합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하고 싶은데 다 주고 싶어한답니다. 그러면 다 망하는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딜레마가 있습니다. 자기들끼리도 분열이 이뤄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해관계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대오를 유지해왔지만 내분이 일어날 것입니다."

 

- 무책임한 얘기지만, 그렇다면 싸울 필요도 없이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 것 아닌가?

"의회 자체가 무시됐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싸워야지요.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도 상정할 수 있습니다. 1개를 허가하더라도 재정적으로 유지 불가능하기 때문에 KBS 재원을 빼서 종편을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공영방송법을 개정해 수신료를 4500원-6000원까지 올린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저항을 받게 돼 있습니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편법으로 계속 밀고가려고 한다면 조만간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낄 것입니다."

 

취재기자와 노조위원장을 거쳐 문화방송 사장을 역임했던 그의 눈에 비친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이 주장해왔던 '잃어버린 10년의 정권'과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최 의원은 "지난 10년간은 87년 체제로서의 언론의 정치적 자유가 거의 완전하게 달성됐다고 봐도 된다"면서 "KBS나 MBC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역사상 처음으로 단절됐었다, 인사권, 경영권, 편성권, 편집권 전혀 간섭받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언론은 '현대건설 홍보실'?..."전두환 정권 시절로 돌아가" 

 

  
최문순 민주당 의원.
ⓒ 권우성
최문순

그는 특히 "DJ 시절에는 인사권에 조금 관여하긴 했지만, 참여정부에서는 단 한 건의 청탁도 없었다"면서 "지금은 10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10년 전 상황은 대략 이렇다.

 

"청와대 출입기자, 특파원, 보도본부장 등은 집권당 사무처장이 했고, 제작국장은 정치권에서 받아 인사를 했었습니다. 사장의 경우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면서 조율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정부 때는 이런 관행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87년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지금 언론 상황은 전두환 정권 때와 비슷하다"면서 "당시 전두환은 경제적 특혜 다 주고 정치적으로 나팔수 만들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데 전부 줄 서 있다"고 진단했다. 

 

왜 그럴까? 그는 이런 상황변화는 "언론을 현대건설의 홍보실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업 CEO 출신 대통령의 미디어관 때문"이라면서 "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한 감각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선거에서 이겼으니, 마땅히 취해야할 전리품 또는 사유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의 미디어정책에는 그 어떤 철학도 없고 종합적이고 예측가능한 마스터플랜도 없다"면서 "단말마적으로 대선 때 후원했던 세력에게 특혜를 주는 법안을 한 개 내놓은 것밖에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말 길'이 막힌다면, 파시즘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게 일부 인사들의 우려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디어법 강행을 영구집권의 터닦이로 바라보고 있고, 리영희 교수는 얼마 전 한 강연에서 "MB집권 1년반 만에 파시즘 초기로 들어섰다"고 일갈한 바 있다.   

 

하지만 최 의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들은 대중동원력이 없습니다. 중간계층을 장악한 뒤 대중을 장악해 정치하는 게 파시즘인데, 저들은 히틀러처럼 연설을 엄청 잘한다거나, 혹세무민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파시즘으로 가지도 못하면서 철학과 정책도 없이 2년을 끌어왔고, 앞으로 3년간 계속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낼 것입니다. 역대에서 가장 무능한 정권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남은 게 4대강 사업 한 개 뿐인데, 그것도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죠."

 

손석희-김제동 퇴출, "초딩 사탕 뺏어먹는 용렬한 태도"

 

다음으로 인터뷰 막바지에 그에게 던진 일문일답이다.

 

- 좀 지난 얘기지만 '손석희, 김제동의 퇴출'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초등학생의 사탕을 뺏어먹는 아주 막되어먹고 이에 대응하기조차 유치하고 용렬한 사람들이다." 

 

- 헌재 판결 등을 보도하는 <조중동>의 태도는 어떻게 보나.

"종편 하나 가지겠다는 의지로 신문기사를 쓰고 있다. 나중에 다 후회스러운 결과를 만들 것이다. 경영과 편집은 별개여야 한다. 보편성을 상실한 정책에 대해 그같은 논조로 보도한다면 결국은 군사정권 시절 전두환 지지 옹호와 똑같은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 소위 '조중동 방송'은 어떤 모습일까?

"폭스뉴스 같은 것이 될 것이다. 폭스뉴스는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이라크전쟁을 일으키는 데 앞장섰고 결과적으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국제적으로 신망을 잃게 되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폭스뉴스까지 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재정문제 때문이다."

 

- 만약 '조중동 방송'이 된다면 미디어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종편 하나 만드는 데 5천억 원이 들어간다. 3개면 1조5천억이다. 초창기에는 방송설비를 들여올 것이다. 100% 외국산이고 특히 일본제품이다. 이를 수입한다면 엄청난 국력 낭비다. 방송사가 여러 개 생기면 탤런트, 드라마 작가, MC 등의 몸값이 올라갈 것이다. 프로그램 품질이 높아지지 못한 채로 가격만 서로 올리고 돈만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초래할 것이다. 이는 국가적 손실이다."

 

최 의원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걸어왔던 기자, 언론사 사장, 국회의원 중 어느 직업이 가장 어울리는 옷이냐는 질문에 대해 사실상 한 길을 걸어왔다고 답변했다.  

 

"언론의 정치적 독립과 경제적 독립."

 

  
최문순 민주당 의원.
ⓒ 권우성
최문순

또 '미디어 위기의 시대'에 현업 후배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정치인과 촛불들이 싸우고 있지만 언론을 최종적으로 지켜내는 것은 언론인입니다. 본인들의 문제라는 점을 통렬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87년 이전 언론이 국민들에게 돌 맞던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최상재 위원장 홀로 거리에서 단식하도록 방치하지 말고 언론인 스스로 성찰하면서 깨고 나와야 합니다."

 

그와 인터뷰한 지 3일째 되던 날인 지난 9일 최상재 위원장이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와 함께 길거리에서 연행됐다. 그는 행인들이 오가는 언론재단 앞 인도쪽에서 6일동안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연행 당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언론노조 상근자는 경찰이 아니라 언론인을 향해 육두문자를 써가면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XX, 언론노조 위원장이 연행당하고 있는데, 왜 방송 카메라 한 대조차 안 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