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30. 16:22ㆍeveryday photo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고지대, 이른바 ‘달동네’에서는 언제나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예순두살인 박아무개씨는 오십년을 살아온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달동네를 떠나야 한다. 일용직 노동자인 박씨는 작은 집이나마 자기 집을 갖고 있었지만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집을 팔고 다섯평 남짓한 작은 집에 세들어 살았다. 이 지역 일대에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박씨의 집 뒤로는 이미 고층아파트가 들어섰고, 길 건너 네거리에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우뚝 솟았다. 다리가 불편한 아내와 수십년을 함께 산 박씨는 재개발조합의 요구로 지난 13일 이곳을 떠났다. 오늘도 집에서 내쫓긴 이들은 길 위에 집을 짓고 있다. | |
공간 이야기는 21세기 핵심 화두다. 고유한 영토에서 내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옆 이웃의 이야기다. TV 드라마의 아름다운 이야기도, 휘황찬 소비의 향락도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어버리고 새로운 공간으로 이주하고 있다. 공간으로 이주하는 빈민 유목민들은 우리 시대 양극화의 자화상이다. 연대와 공동체성의 상실은 모두를 객체화시키고 있고 공동체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 나의 스펙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20대 전체의 우울증으로 진화되고 있고, 도대체 대책없는 일상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가난은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일뿐이다. 숙명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순간, 우리는 용산과 같이, 도시 테러리스트로 명명된다. 혁명을 얘기하는 것도 정부의 전복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라 그냥 그곳에서 살아가게 해달라는 청원은 이제 테러리스트다.
저 나이 먹은 분들이 세상을 뒤엎을 혁명가를 꿈꾸겠는가. 안온한 삶은 아니라도 그저 작은 공간이나마 몸 누이고 편안하게 지낼 공간에 대한 갈구 아닌가. 그것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외치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는 공염불 아닌가. 그것을 찾기 위한 노력이 테러리스트로 규정된다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자임하는 수밖에
고통스러운 일상, 꽉 막힌 공간 그것이 신자유주의라는 경쟁이라면 과감히 내던져버릴 고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우리에게 숙명으로 부여된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우리의 것인가? 어쩌면 가진 자들이 강요하는 이데올로기 아닐까? 언제까지 이 힘든 도시의 일상을 빈민들의 게으름으로 치부하고 말 것인가.
2010년에는 새로운 가치와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한 해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함께 일하고 함께 누리고 함께 느끼는 그런 사회의 모습이 조금씩 복원되기를 기원한다.
잘 가라, 힘들었던 2009년아. 그렇게 함께 있고 싶었던 분들을 데리고 간 2009년을 원망하기 보다는 다가올 2010년 친구에게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
|
|
» 박씨의 아내 이아무개(54)씨가 지난달 27일 텔레비전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
» 박씨 부부가 지난 13일 얼마 안 되는 이삿짐을 대야에 담아 이사하고 있다. |
기사등록 : 2009-12-21 오후 09:01:24 ![]() |
ⓒ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
'everyday photo'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 10대 뉴스] 사진으로 보는 국제뉴스 (0) | 2009.12.30 |
---|---|
[2009 10대 뉴스] 사진으로 보는 국내 뉴스 (0) | 2009.12.30 |
시내 올레, 제주의 또다른 진경 (0) | 2009.12.28 |
'조선공동체'에 몰아친 문화혁명 붉은 물결 (0) | 2009.12.12 |
커버스토리 여행작가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여행지 (0) | 2009.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