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3. 15:50ㆍdiscourse & issue
“중국서 푼돈에 팔려 매매혼 몽골선 길헤매다 아이 사산” | |
‘하나원’ 탈북 여성들 인권침해 증언 |
“중국에서 몽골로 도망칠 때 임신 6개월이었어요. 브로커는 몽골 접경까지만 데려다 줬고, 길을 찾아 밤낮으로 24시간을 꼬박 걸었어요. 소변을 보는데 아이가 나왔어요. 아이를 수건으로 둘둘 말아 붙들고 울면서 걸었어요. 그날 밤 1시 반에 보니 아이가 땅땅하게 얼어 있었어요. 지금도 매일 1시 반이면 낮이고, 밤이고 너무 무서워요.”
브로커에 속아 몸 버리고 심리적 상처
국정원에서도 차별 당하며 조사받아
‘북→중→3국→남’ 단계별로 고통 누적
김재옥(44·가명)씨는 1998년 32살의 나이에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에서는 8000원에 팔려가는 매매혼을 경험했고, 남한에 들어오려 넘어간 몽골에서는 길을 헤매다 아이를 사산했다. 하반신이 동상에 걸린 채 2006년 남한에 입국한 뒤엔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이 ‘북한→중국→제3국→남한’으로 이어지는 탈북 과정에서 단계별로 겪는 인권침해와 그로 인한 정신적·심리적 고통(트라우마)이 누적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2년부터 새터민 가운데 여성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2008년엔 전체의 78%가 여성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22일 동국대 북한일상생활연구센터(책임연구원 박순성 교수)에 의뢰해 실시한 ‘탈북여성의 탈북 및 정착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998~2008년 남한에 입국한 여성 새터민 26명의 심층 인터뷰와 지난해 8월 현재 하나원에 입소해 있는 여성 268명의 설문조사 결과로, 지난해 4~12월 이뤄졌다.
여성 새터민들은 대부분 김씨처럼 길게는 10여년에 이르는 탈북 과정에서 겹겹이 상처를 입었다. 탈북의 첫 관문인 중국에서는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겼고, 불법체류자의 처지를 악용한 브로커의 인권침해에 고통을 겪었다. 하나원 여성 교육생 248명 가운데 “중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70.6%(175명)였으나, 이 가운데 “정상적인 임금을 받고 일했다”는 사람은 76명(43%)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들은 한국으로 오기 전에 거치는 제3국에서도 “힘들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들을 겪었다. 2002년 탈북해 2007년 남한에 들어온 김진순(49·가명)씨는 “제3국 수용소에 있었는데 밤 10시가 넘으면 화장실에 보내주지 않았다”며 “구석 쓰레기통에다 소변을 보고 아침에 몰래 버리다 군인들한테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권침해는 입국 뒤 국정원의 조사과정에서도 이어졌다. 2006년 입국한 한준희(43·가명)씨는 “한국에 죄를 짓고 온 것도 아닌데 국정원에선 구박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조사했다”고 말했다. ‘소수자’의 지위도 지속됐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희영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사회적 차별 탓에 탈북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을 ‘조선족’으로 소개하는 등 정체성을 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매번 탈북 여성 600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는 하나원에 심리상담사는 계약직원 1명에 불과하다”며 “탈북 여성들이 삶의 전체 과정에서 누적돼온 고통을 치유하고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탈북여성들, 국내 정착까지 인권 짓밟힌 '가시밭길'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동국대 북한일상생활 연구센터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탈북 여성의 탈북 및 정착과정에 있어서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기관이 탈북과 정착 과정에서 탈북 여성이 경험하는 인권침해의 실태를 조사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인권위는 “탈북 여성들이 스스로의 삶에 대한 평가를 이해하고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의 여성들은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에 내몰리고 착취와 폭력에 노출되고 있으며, 국가의 모성보호 조치도 더 열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을 탈출한 이후에도 여성들은 공안의 추격으로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고 자주 이동해야 했고, 현지인들이 꺼리는 간병인과 보모 따위의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저임금으로 일하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했다.
심지어 탈북 여성 중에는 브로커에 의해 한족 남성이나 성매매업소에 팔려나간 경우도 있었다.
특히 태국과 캄보디아, 몽골 등 제3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여성들은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가장 힘들고,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례로 꼽았다.
‘탈북자 주제에’라는 모욕적인 발언 속에 이유 없이 폭력에 시달리거나 화장실 이용도 통제당하고 누울 공간조차 없어 자리를 구입하기 전까지는 한 발로 서서 지내는 등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 자체를 침해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도 여성들은 사회의 물정을 몰라 부당노동행위를 당하고 사기 피해를 보는 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탈북 여성들이 ‘국제적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또한 탈북 여성을 위한 국내 정착 교육에도 북한과 제3국에서의 인권침해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동국대 박순성 교수의 주도 아래 탈북여성 26명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와 하나원 입소 여성 248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선ㆍ중국 접경 지역에 대한 실사와 현지 학자, 사업가에 대한 면담을 통해 이뤄졌다.
"탈북여성 제3국 체류기간 인권침해 심각"
연합뉴스 | 입력 2010.02.22 15:44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탈북 여성들이 북한을 벗어나서도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북한이탈주민 여성 26명과 탈북자들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한 하나원 여성 입소자 248명 등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국가기관이 탈북여성의 탈북ㆍ정착과정의 인권침해 실태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조사해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경제난 이후 북한 여성은 국가의 모성보호 조치가 열악해졌고 생계 목적의 경제활동에 내몰리는 과정에서 다시 착취와 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탈북을 감행한 여성들도 중국에 체류하면서 공안의 추격과 불법체류자의 지위를 악용하는 브로커 등을 의식해 남을 경계하고 긴장한 채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인들이 꺼리는 힘든 일을 장시간 하면서도 신분적 약점 때문에 낮은 급여를 받거나 그마저도 떼이며, 주변의 멸시를 참아내는 과정에서 자아 정체성과 존중감을 부정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태국과 캄보디아, 몽골 등 제3국을 통해 입국한 여성들은 수용소의 경험을 가장 힘들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례로 꼽았다.
수용소에서 이유 없는 폭력에 시달리거나 화장실 이용을 통제당하고 자신의 공간을 사기까지 사흘 동안 한 발로 지내는 등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아이를 둔 탈북 여성이 느끼는 죄책감과 성폭력, 매매혼과 인신매매 등을 경험했을 때의 정신적 상처는 너무 심각해 한국에 입국하고서도 다양한 형태의 고통을 겪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국내 정착 전 조사 과정에서도 낙인과 상처, 트라우마 치료와 지원의 부재, 차별을 재생산하는 적응 교육, 길들이기 식의 정부 지원 제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한국 사회의 물정을 몰라 부당노동행위나 사기 피해를 보는 일도 많았다.
인권위는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탈북 여성들이 억압을 피하거나 생존을 위해 북한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국제적 난민'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자존심을 되찾고 사회적 주체로 살아가도록 국가와 사회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북한인권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하면 정부에 관련정책을 권고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동국대 북한일상생활연구센터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지난해 4월~12월 탈북여성 여성 26명의 구술생애사적 심층면접조사, 하나원 여성 248명의 설문조사, 조ㆍ중 접경 지역 방문 및 현지 학자ㆍ전문가ㆍ사업가ㆍ병원 관계자 면담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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