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3. 16:08ㆍ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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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기획 동국대학교 북한일상생활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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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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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 |
북한 연구자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자료를 구하는 일이다. 북한과 바깥세상을 가로막는 장막, 당-국가체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권력과 이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료는 대부분 당-국가체제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생산물이다. 이런 자료를 통해 북한의 현실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체제가 만든 자료를 통해 북한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현실을 감추는 것이 되고 만다.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실태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당-국가체제의 의도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제가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던,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에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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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
변화하고 있는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국가 체제보다 주민들의 일상에 주목하라!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사회에서는 공적 체제와 사적 일상의 이원화가 각 부문에서 일어났습니다. 공식적인 계획경제의 한계를 비공식적인 시장경제가 보완하고, 국가에 의한 분배 시스템의 불충분성을 화폐경제가 보상하는 방식으로 북한 사회는 유지되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 사회는 체제권력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화’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이라는 숨통으로 생존해나가고 있습니다. “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실제 각 주제영역인 시장, 노동, 관료, 교육별 사례연구를 수행해 이념과 체제 아래 감추어져 있던 북한의 생활세계를 드러내는 데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이 책은 역사학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정치·경제사가 아니라 개인의 일상생활을 분석해 사회변동의 원인을 찾으려는 일상연구방법론이 각광을 받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탈북자가 급증하고 냉전 이데올로기가 해체되는 등 남북한을 둘러싼 사회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 북한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해석하는 데 권력과 공식문헌 중심의 연구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일상연구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북한의 변동이 가져올 다양한 파급에 대비해야 할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다. 이 책의 필자 중 한 명이 김종욱 동국대학교 북한일상생활연구센터 연구교수는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증여 시스템(배급제)이 붕괴된 이후 주민들의 지배권력에 대한 일상적 저항-노동자들이 공모를 통해 집단적으로 출근을 거부하고, 시장의 상행위에 참가해 사적 이익을 도모하거나, 작업장에서의 고의적인 태만, 지각 등-에 주목한다. 또 다른 필자인 김기봉 경기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여전히 주체사상이 북한사회를 지탱하는가”라는 질문에 일상 분석을 통해 답할 수 있다고 하면서 아리랑 축전 준비과정에 대한 탈북자의 증언을 예로 든다. 일상연구는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연구한다. 아래층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때로는 지도자나 중앙관료의 힘보다 사회의 모습을 결정짓는 데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 일상사연구는 단순히 아래층의 일상을 관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생활모습 변화가 어떤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해 북한 체제의 변화와 연결되는지를 검토하는 상호작용 모델로서 기능한다. ▶ 출간의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북한일상생활연구센터가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제[북한 일상생활세계의 아카이브 구축과 연구방법론 개발: 체제변화 동학과 일상생활세계의 연계모델(KRF-2007-322B00006)]를 수행하면서 내놓는 연구결과다. 북한학 연구계에서 북한의 일상사를 다루는 시도는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 일상생활연구에 대한 분석 틀을 서구의론에 의존하지 않고 독창적으로 만드는 한편, 북한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연구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해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이를 기초로 실제 각 주제영역(시장, 노동, 관료, 교육)별로 사례연구를 수행해 이념과 체제 아래 감추어져 있던 북한의 생활세계를 드러내는 데 한걸음 다가섰다. ▶ 예상 독자층 북한학 및 통일연구 연구자, 학자, 관련학과 학생 ▶책속으로 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는 ‘김정일 정권을 전복시키는 법’이란 제목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에게 보내는 공개 비망록을 2007년 2월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기고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 공산정권을 종식시키려면 군사적 대결보다는 대북 단파 방송 지원, 탈북자 지원, 북한과의 교류 증진 등과 같이 “시간이 걸리고 섹시하지도 않지만 북한의 변화를 촉발할 일련의 미묘한 조치들을 당장 취해야 한다”고 썼다. _127쪽 지금까지 일상생활연구는 주로 자본주의 생활양식, 특히 후기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일상’은 그 자체의 역사를 가지지 않는 영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일상연구도 가능하며, 오히려 사회주의에서의 일상을 통해 ‘사회주의’의 성격과 그 전체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일상에 규칙을 부과하고 통제하려는 유혹은 자본주의에서나 사회주의에서나 동일하게 나타난다. 다만 자본주의에서 일상에의 규칙 부과가 자본에 의한 노동의 통제와 문화적 소비의 상품화를 통해 주로 나타난다면, 사회주의에서의 일상에의 규칙 부과는 생산을 위한 노동의 통제와 이데올로기적 동일성의 획득을 위한 것으로 나타난다. _155쪽 위기 이전의 북한 사회에서 관료들은 주로 ‘경제의 정치화’를 통해 공적 위계 계선을 따라 이익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지배집단에 충성을 보여주고 그 답례로 특권·특혜를 보장받는 호혜관계가 주된 방식이었다. 당 지도자를 왕처럼 떠받드는 종교적 숭배현상은 일상적 의례였으며, “당 지도부는 새로운 최고 영도자로서 다른 모든 당원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였다. 이런 숭배와 군림의 방식은 관료체제의 위계 계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스탈린시대의 관료들이 ‘작은 스탈린’으로 지칭되었듯이, 북한도 도처에 ‘작은 수령’들이 존재하는 사회였다. 관료기구의 위계마다 관료들은 권한을 통해 인민 위에 ‘군림’하고, 인민을 ‘약탈’했다. 또한 역으로 관료들은 인민과의 공모를 통해 ‘수령’과 지배집단의 의도를 감쪽같이 뒤바꾸거나 수정하는 방식으로 전유했다. 계획 지시사항을 둘러싼 다양한 서류위조, 뇌물, 흥정의 방식은 일상적 통과의례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그 방식은 서서히 변화했다. 이제 정치자본을 경제자본화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관료들은 관료적 권한(정치자본)을 활용해 시장에 걸터앉아 이익을 약탈했고, 역으로 시장의 이익을 점취(占取)하기 위해 지배집단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정치자본을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온전히 부패로 드러난다. 북한 사회에서 부패는 ‘비사회주의적 현상’으로 처벌의 대상이지만, 부패를 통하지 않고서는 무엇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관료와 주민들은 부패를 현실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가능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_272-273쪽 사회주의 사회에서 노동일상은 공적인 영역으로 강제되고 공적인 담론으로 치장되어 사적인 성격이 의식적으로 배제·은폐되어왔지만, 노동일상 그 자체는 공적인 영역에서조차 완전히 포섭될 수 없는 것이다. 노동하는 주체가 완벽하게 포섭되는 체제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에서 노동일상은 공적 구조의 실제 작동 메커니즘과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국가적 상징과 조국이나 민족과 같은 국가주의적 담론에 감염되어 노동을 향해 쇄도해가는 ‘붉은 깃발을 든’ 영웅적 노동이나 국가의 강제된 노동에도 죽거나 꺾이지 않고 면면히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은폐된 저항의’ 노동은 결코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공간과 시간상으로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노동일상은 그것을 모두 포괄하며 구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권력의 담론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회주의 노동자들의 행태(行態)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주의 노동자들의 이러한 동일시 감정은 매우 복잡 미묘한 것이다. _366쪽 정치교육뿐 아니라 학교에서 이뤄지는 일상적 삶 속에서도 행위자들이 의무적으로 강제된 공적 시간을 자신들의 사적 시간으로 전유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방과 후의 노력동원이나 집단등교에 관한 교사 출신 북한 이탈주민의 구술에서 그러한 예를 발견할 수 있다. 경제난 시기에 피폐해진 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성은 2003년 6월 ‘중앙학교꾸리기지휘부’를 조직하고 각 도·시·군에도 ‘학교꾸리기지휘부’를 조직해 학교별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이에 각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방과 후에 학교 청소, 도색, 운동장 정리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에 동원된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 강제적 노동으로만 보이는 이러한 작업시간은 행위자에 의해 “대단히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탈바꿈한다. 초·중등학교의 집단등교제도에서도 이러한 전유의 틈새를 확인할 수 있다. 등교 시 반별로 마을의 일정한 장소에 모여 학교까지 줄을 맞춰 행진하는 집단등교 제도는 기본적으로 출결 및 규율 준수에 대한 통제 기제다. 그러나 여학생들은 이러한 통제의 시간을 친구들과 모여 잡담을 나눌 수 있는 즐거운 시간으로 여기며 이를 전유한다. _413-414쪽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사회에서는 공적 체제와 사적 일상의 이원화가 각 부문에서 일어났습니다. ‘수령’을 정점으로 하는 일원적 권력체제와 화폐경제가 공존하고, 계획경제에 의한 일원적 생산세계와 시장이 공존하며, 국가 증여 시스템에 의한 일원적 분배세계와 시장흥정과 관료연줄이 동시에 작동하는 방향으로 북한 사회가 변모했습니다. 심지어 위계적 명령도 관직 위계와 시장적 수평교환의 담합으로 수행되고 있어요. 결국 공식적인 계획경제의 한계를 비공식적인 시장경제가 보완하고, 국가에 의한 분배 시스템의 불충분성을 화폐경제가 보상하는 방식으로 북한 사회는 유지되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이 같은 이원체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할 경우 북한 사회는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 사회는 체제권력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화’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이라는 숨통으로 생존해나가고 있는 겁니다. _455-45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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