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6. 23:15ㆍinterview
“민주당, 야권연대 실패땐 역사의 죄인” | |
백낙청 교수 ‘4+4협상’ 강조 |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야 4당과 4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4+4회의’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3월22일 ‘협상 결렬’을 내비치는 압박수를 둔 뒤 겨우 다시 굴러가고는 있으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시민사회 원로로 시민단체 ‘희망과 대안’에 참여하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5일 만나 야권 연대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과제를 들어봤다.
백 교수는 이번 야권 연대가 “지방선거 대책에 그치지 않고 2012년의 선거연합, 더 나아가 연립정부를 준비하는 시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후보 연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역사적 범죄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원인이 어디에 있나?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지방선거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회갈등이 폭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일방통행을 고집한다. 이런 상황에선 지방선거를 통해서라도 국민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그런데 국민은 이런 정부 행태를 견제하고 심판하고 싶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한나라당에 비하면 왜소한데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리멸렬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연합한다는 것은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중대한 국면에서 국민들에게 정치적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다. 이런 때 연합을 못한다면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참정권을 제한하는, 역사적 범죄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책임이 주로 거론되는데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
“언젠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세균 민주당 대표한테 그랬다. ‘정 대표, 하루를 하더라도 대표는 대표입니다.’ 옳은 말이다. 게다가 지금의 당 대표는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연합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정 대표는 역사 앞에서 죄인이 된다. 지방선거를 위해 모든 걸 걸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연합이 성사되면 선거 승리는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고, 그러면 당내 온갖 문제도 풀리게 돼 있다. 밖에서 큰일(야권연합)을 저질러 놓고, 이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지, 당내 문제를 다 풀어놓고 테이블에 나오려고 해선 곤란하다.”
-다른 야 4당에는 책임이 없을까?
“책임은 있지만 동등하지 않다. 다만 ‘5+4’ 협상에 참여했다가 빠져나간 진보신당에 대해선 할 말이 있다. 독자 후보를 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진보신당의 절박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 존재감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포기하라는 게 아니다. 존재감을 드러내더라도 연합의 틀 안에서 할 때, 명분과 실리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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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역시 경기지사 후보 문제다.
“민주당이 유시민 전 장관의 경기지사 입후보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공당이라면 명분과 논리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금 ‘어찌됐든 유시민은 안 된다. 경선을 하더라도 유시민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방식으론 않겠다’는 것 같다. 지금으로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양자가 푸는 수밖에 없다. 유 전 장관이 ‘나에게 불리한 방안이라도 받겠다, 그게 노무현 정신의 계승이다’라고 선언하면서 대승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유 전 장관의 결단이어야지 시민사회건 누구건 그에게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단일화가 너무 빨리 이뤄지는 것보다는 국민들 가슴을 졸이다 막판에 극적으로 이뤄지는 게 더 낫다는 말도 있다.
“이번주 집중적으로 협상을 벌여서 늦어도 15일까지는 전면타결한다는 게 협상대표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면 그런대로 괜찮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후보등록 뒤에 한다는 것은 안산의 경우에서처럼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국민에 의한 단일화’ 즉 막판에 민주당으로의 쏠림현상을 기대하기도 하는데 몇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 투표를 안 하던 사람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게 중요한데, 성과를 보기 어렵다. 둘째, 이명박 대통령이 밉다고 무조건 민주당에 표가 쏠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차피 안 될 바에야 민주당에 불쾌감을 표시하겠다는 표가 나올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의 능력에 대한 회의가 들 것이다. 수권정당으로서는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이다.”
-백 교수가 현실 참여 발언은 해오셨지만, 스스로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제도권 정치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다만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이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난 뒤, 나는 한국에서 영미 같은 양당정치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과연 한국에서 진보개혁세력이 한 개의 정당으로 뭉쳐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뚫는 게 가능할까. 막연한 느낌이지만, 연립정부가 아니고선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연합정치가 중요하다. 이게 없으면 올해 지방선거에서 다소 재미를 보더라도 2012년 총선·대선 다 무망한 것이다. 나아가 2013년 이후를 내다볼 때 공동정부가 아니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2012년의 선거연합, 더 나아가 연립정부를 준비하는 시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진행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정리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기사등록 : 2010-04-06 오전 08:33: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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