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촛불왜곡의 선봉을 자처하는 그 단무지 근성

2010. 5. 14. 14:37discourse & issue

 

 

조선일보 기사를 믿어야 하는 걸까요? 무엇이 진실일까요? 2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조선일보는 왜 이렇게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걸까요? 그 기사를 보고 대통령은 만족해하면서 백서작성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그건 뭘 의미할까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언제가지 반복되어야 하나요? 아무리 개인사주에 의해 운영되는 신문사라고 해도 적어도 공익성과 객관성에 대한 자기 반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촛불의 의미는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바람의 상징 아닐까요? 그것마저 무시한다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뭘까요? 이렇게 벌어지는 일들은? 좀 알려줬으면 좋겠네요.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다는 걸"

  • 02:44 / 수정 : 2010.05.13 13:13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1] 前서울대 총학생회장의 고백
그런데도 우린 시위 현장에 섰고… 나는 생각했다 아, 나라가 망하겠구나

2008년 5월 들어 시작된 ‘광우병 촛불집회’는 5월 9일을 기점으로 전국 규모로 확산되면서 3개월 가까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그 후 2년, 광우병 공포는 현실화되지 않았고, 미국 수입쇠고기는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공포를 선동했던 그때 그 ‘촛불 주역’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촛불시위가 확산되던 2008년 5월 중순. 전창열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25·동물생명공학과 4년·사진)은 단과대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총운영위원회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운동권 계열의 단과대 회장들은 서울대가 촛불시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비운동권 계열인 전창열씨는 "학내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서울대 이름을 걸고 시위에 나가려면 학생 총투표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그러는 사이 학내외 여론은 악화됐다. 좌파 계열의 한 인터넷 매체는 "10대들은 촛불을 들었는데 서울대생들은 축제에서 원더걸스 보려다 아수라장이 됐다"고 비꼬았다. 학내 게시판인 스누라이프(snulife)에도 총학생회를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결국 총학생회와 총운위는 '쇠고기 재협상 촉구를 위한 동맹휴업'에 대한 학내 투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인터넷의 뜨거운 열기와 달리, 5월 28일 시작된 투표 참여율은 예상 외로 저조했다. 자칫 정족수 미달로 무산될 뻔한 상황에서 돌발사건이 발생했다. 6월 1일 새벽, 촛불시위에 참여한 서울대 여학생이 전경에 짓밟히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 사건이 학생들 분노에 불을 지펴 총투표는 6월 5일 51%의 투표율과 89%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서울대는 이날 쇠고기 동맹휴업에 들어갔다. 전씨는 학우들과 함께 여덟 차례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지난 4일, 광화문에서 만난 전씨는 뜻밖의 말을 했다.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휴학 중인 그는 "학교에서 배운 동물생명공학 전공 지식과 여러 자료를 찾아본 결과,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과장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선거를 통해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가 협상을 타결시킨 자체는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행정 행위를 일일이 국민에게 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국민의 권익을 최우선해야 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 현장을 보며 "정치가 안정되지 않으면 이러다 나라가 망하겠구나"하는 걱정도 들었다고 했다.

―소신이 그랬다면, 왜 동맹휴업을 하고 시위에 참여했나.

“학생들이 총투표라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그렇게 결정한 것이니까. 일단 동맹휴업을 하기로 결론이 난 이상 학생의 대표인 총학생회장이 빠질 수는 없었다.”

―공포에 떨던 주위 사람들에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나.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 그냥 ‘냉정하게 판단하라’고만 했다.”

고무된 광우병대책회의는 ‘재협상하지 않을 경우 정권퇴진을 위한 국민항쟁을 하겠다’며 시위 이슈를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5대 의제’로 확대하겠다며 정치투쟁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또 한 번 중요한 뉴스가 됐다. “학생들이 총투표에서 의결한 것은 쇠고기 재협상에 국한된 것인 만큼 정치 이슈를 다루는 촛불집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비판이 쏟아졌으나 총학생회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씨는 촛불시위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앞으로 더 잘하고 겸손해지라는 질책의 뜻으로 촛불을 들었다고 봅니다. 국민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정말로 물러나길 원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그는 또 “혼란스러운 와중에 서울대 총학생회가 학생들과의 약속과 절차적 정당성을 지켰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촛불시위의 취지가 자기 소신과 어긋나는 것이라면, 그 시위에 참여해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친 것은 과하지 않았을까. 마지막 질문을 던지자 침묵 끝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사회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라 한쪽으로 몰려가는 상황에서 다른 의견을 피력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어요. 정권퇴진을 외친 것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호된 질책의 표현이었습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65만명 광우병 사망' 외치던 그가… "올해 햄버거 먹으며 美여행"

  • 입력 : 2010.05.11 01:45 / 수정 : 2010.05.11 20:55

김성훈 前농림부장관
기고문 원문 고쳐놓고 "추론 있다는 말이었지 걸려 죽었다곤 안해…"
美검역 못 믿는다더니 "美판매 쇠고기는 괜찮아"

2008년 5월 김성훈<사진>농림부 장관은 '10년 뒤 인간광우병을 주목하라'는 글을 한 주간지에 기고했다. 그는 글에서 미국 예일대·피츠버그대 의료팀의 연구라고 주장하면서 '조사 결과대로라면 (미국에서) 최소 25만~65만명의 비(非)공식적인 인간광우병 환자가 치매환자로 은폐되어 사망했다는 사실이다'고 썼다.

그는 두 미국 대학 의료팀이 '치매로 죽은 환자를 사후(死後) 뇌 부검해 봤더니 5~13%가 인간광우병으로 드러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를 토대로 미국 치매환자 450만명에 5~13%를 곱해 인간광우병 사망자 25만~65만명이라는 숫자를 뽑아냈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1998년 3월~2000년 8월) 농림장관을 지내며 쇠고기 문제를 다뤘던 전직(前職) 장관의 주장이라 사람들은 더 경악했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지금 김 전 장관은 캐나다 밴쿠버의 한 대학에 초빙교수로 머물고 있다. 그는 4일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에 '그런 추론(推論)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한 것이지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었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며 원래 주장에서 한 발 뺐다. 단지 외국의 연구를 '인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년 전에 그는 25만~65만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고 썼었다.

김 전 장관이 미국 대학의 연구결과를 잘못 인용했다는 것은 당시에도 명백했다. 그가 인용한 예일대 의료팀은 46명 치매 사망환자의 뇌 부검결과 6명(13%), 피츠버그대 팀은 54명 뇌 부검결과 3명(5%)이 'sCJD(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로 죽었다는 연구결과를 냈을 뿐이었다. sCJD는 쇠고기와 무관하고 전 세계 60대 이상 고령층에 치매 증상과 비슷하게 발병하는 병이다. 두 대학 연구는 '인간광우병(vCJD)'과는 관계없는 연구였다.

김 전 장관도 자신의 오류를 부분적으로 인정한 듯 홈페이지(prof ksh.co.kr)에 올려놓은 해당 글은 원래 기고문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원래 '치매로 죽은 환자의 사후 뇌 부검결과 5~13%가 인간광우병으로 드러났다'고 했던 부분은 '치매로 죽은 환자의 사후 뇌 부검결과 5~13%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으로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의의 CJD에는 인간광우병도 포함된다'로 바뀌어 있었다.

또 '최소 25만~65만명의 비공식적인 인간광우병 환자가 치매환자로 은폐되어 사망했다는 사실이다'라는 부분은 '최소 25만명에서 65만명이 비공식적인 CJD 환자(인간광우병 환자 포함)로 추정된다'고 바뀌었다.

김 전 장관은 캐나다에 가기 전인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학에 한 달간 머물렀다. 그 한 달 동안 그는 햄버거를 6차례 먹었다고 했다. 두 번은 샌디에이고에 있는 '버거 라운지(Burger Lounge)'에서, 1주일 미국 서부를 여행하는 동안엔 '인앤아웃(in-n-out)'이라는 햄버거 체인점에서 네 번을 때웠다고 했다. 그는 2년 전 글에서 햄버거를 인간광우병 병원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부위로 만든 식품 중 하나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미국에서) 풀만 먹여 키운 쇠고기와 직영 농장에서 기른 믿을 만한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만 골라 먹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햄버거업체가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은 쇠고기, 월령(月齡) 30개월이 넘지 않게 직접 키우는 쇠고기라고 밝히고 있어 안심하고 먹었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전에도) 미국에서 파는 미국 쇠고기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를 믿지 못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그는 "미국에서 광우병 검사를 받는 소는 광우병 의심 소의 2%도 되지 않는다. 30개월령 이상의 소에 대한 검사 역시 아예 하지 않는다"고 미국의 검역체계를 비판하며 미국 소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었다.

지난 2년 사이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은 물론 광우병 소도 발생하지 않은 데 대해 그는 "아직 10년이 안 지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인간광우병 병원체의 잠복기간이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아직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편집자=미국도 1997년 이전엔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광우병 잠복기간이 이미 지났음).

그는 인터뷰 말미에 "내 말이 너무 논쟁적(controversial)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촛불' 인터넷 커뮤니티… '광우병' 내리고 취미 사이트로

  • 2년 전 여름, 저녁마다 서울 도심에 몰려든 시민들은 저마다 소속을 알리는 깃발 아래 모였다. '소울드레서'(패션) '82cook'(요리) 'MLB파크'(야구) 'SLR클럽'(카메라) 'DVD프라임'(DVD) '마이클럽'(여성포털) '한류열풍사랑'(한류문화) 등의 인터넷 사이트·카페 등의 깃발이었다. 이들 커뮤니티는 광우병과 관련이 없지만, 대부분 수만~수십만의 회원들이 오가는 곳으로 광우병 이슈를 전파시키는 통로 역할을 했다.

    2년 뒤인 지금, 이들 인터넷 커뮤니티는 원래의 취미·친목 사이트로 돌아가 있었다. '한류열풍사랑' 운영진 A(39)씨는 "광우병 사태 이후 일부러 '물빼기' 작업을 하기도 했다"며 "운영진도 일부 바뀌고 홈페이지도 개편해 한류문화를 확산시키고 홍보하자는 본래 취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진 커뮤니티인 'SLR클럽'의 회원 50여명은 2008년 5월 31일 자체적으로 '시민기자단'을 꾸려 '프레스(PRESS)' 완장을 차고 집회에 나가 찍은 사진을 '시민기자단 갤러리'에 올렸지만 지금 게시판엔 광우병 관련은 전혀 없고 화재·교통사고·불량제품 고발 등의 사진만 올라오고 있다.

    SLR클럽 관계자는 "당시의 시민기자단은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는 아예 클럽 게시판 등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DVD프라임'에서 활동한 B씨(38·자영업)는 "이제는 생업으로 돌아가 그냥 가정의 보통 아버지로 생활하고 있다"며 "쇠고기 문제에 관심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했다. B씨는 당시 몇몇 회원과 함께 DVD프라임의 깃발을 들었고, 일주일에 3~4회, 매번 밤 10~11시까지 집회의 자리를 지켰다.

    그는 "원래 나는 정치·사회 이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당시엔 촛불집회에 관심이 없으면 오히려 '생각 없는 사람'으로 매도되는 분위기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소울드레서' 카페 등에서 모임을 주선했던 C씨(25) 역시 최근에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 C씨는 "카페 글을 보고 개개인이 각자 모였기 때문에 당시 현장에서 하는 이야기도 민영화·언론법·4대강 등 제각각이었다"고 말했다.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2] "차라리 청산가리 먹겠다"던 그녀, 개명하고 침묵

입력 : 2010.05.11 03:02 / 수정 : 2010.05.11 08:27

괴담 키운 연예인들 모두 "할 말 없다"

광우병사태 당시 일부 연예인들이 근거 없는 '광우병 괴담'을 증폭시켜 사태를 확산시켰고, 특히 10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그후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거나 해명하지 않은 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배우 김민선(현재 김규리로 개명·사진)은 2008년 5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글을 올렸다. 연예인들 가운데 가장 과격한 표현으로 광우병 괴담을 전파한 사례였다.

그는 이후 2년 동안 단 한번도 자신의 발언과 그 파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작년 이름을 '김규리'로 바꾸며 "어릴 때부터 집에서 부르던 이름"이라고 했으나 연예계에서는 그가 '청산가리 발언' 이후 이미지를 바꾸려고 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쇠고기 수입업체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으나 지난 2월 1심에서 승소했다. 김민선의 매니저는 "아직도 (그 발언과 파장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고 아직 소송도 끝나지 않아 당사자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최근 출연한 영화('하하하')와 관련해서도 광우병 관련 질문이 나올까봐 일절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선과 잘 알고 지낸다는 한 연예기획사 임원은 "그녀 앞에서 광우병 이야기는 꺼낼 수도 없는 분위기"라며 "아직도 그때 발언의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2년 전 '유언'이라는 광우병 관련 노래를 작곡해 촛불시위 현장 등에서 불렀던 가수 안치환은 자신의 새 음반에 이 곡을 실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글에 안치환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에 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도 못 받고 그냥 죽을 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라는 가사다. 안치환의 매니저는 "올 하반기 발매할 음반에 15곡을 실을 계획인데 '유언'도 후보로 올라 있다"며 "여러 상황을 감안해 최종적인 판단은 안치환씨가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홈피에 '윗분들만 미친 소 계속 드세요'라고 썼던 탤런트 김혜성, '청와대 메뉴는 미국산 쇠고기뼈가 통째로 들어간 갈비탕을 추천한다'고 썼던 탤런트 김가연, '미친 소는 너나 쳐드세요'라고 했던 탤런트 서민우 등 연예인들의 소속사측은 모두 본지 취재에 대해 "당사자도 그렇고 소속사 입장에서도 광우병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대재앙 온다"더니… "통상협상 잘못 지적한 것" 발 빼

  • 입력 : 2010.05.10 07:02

괴담 근거없음 확인되자 '협상'쪽으로 입장 바꿔

'광우병은 에이즈와 마찬가지로 불치의 치명적인 병이고, 쇠고기를 구워먹어도 삶아먹어도 예방이 불가능하다는데…그래서 아이들이나 군인들이 (한·미)FTA 기념 선물로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른다'(2008년 4월 25일 경향신문 칼럼).

2008년 4월 18일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된 직후 경향신문·한겨레·오마이뉴스·MBC 등은 '미국 쇠고기=광우병'이고, 광우병 쇠고기가 여과 없이 쏟아져 들어오게 됐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당시 이들 매체와 광우병대책회의가 부추긴 촛불시위의 주제는 '광우병 공포'였고, '부실한 협상'은 부제에 불과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4월 30일 에이즈와 인간광우병을 비교하면서 '인간에게 없던 병이 생긴 것 자체가 대재앙의 시작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광우병 감염 소 1마리를 사료로 사용하거나 직접 먹었을 경우 5만5000마리의 소가 감염될 수 있으며, 사람도 그 정도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썼다.

그러나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고 광우병 괴담이 근거 없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자 이들 매체들에서 '광우병으로 대재앙이 온다'는 주장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대신 '정부의 협상 잘못이 주된 문제'라는 식으로 논조가 바뀌었다.

추가 협상 타결 직후 사설에서 '국민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에서 나오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대부분 수입돼 우리 식탁 위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던 경향신문은 지난해 8월 사설에서는 '촛불시위의 원인은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대응 때문'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촛불' 의료인 "언제 '광우병 괴담' 맞다고 했나"

  • 입력 : 2010.05.10 02:42

서울대 우희종 교수 "정부 행태 지적했을 뿐"
'0.001g으로도 광우병' 주장했던 박상표씨는
"인터뷰 안한다" 전화 끊어

2008년 5월 광우병 광풍(狂風)은 전문가를 자처하는 일부 학자나 의사·수의사 등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인간광우병 발생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일부 매체가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커 갔다.

당시 정부와 대척점에 섰던 대표적인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6일 본지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 쇠고기 자체가 위험하다고 한 게 아니라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통상조건이 우리나라에 불리하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줄곧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왜 당시 라면 수프나 화장품·기저귀를 통해서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식의 괴담이 돌 때 진정시키는 발언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우 교수는 "정부가 '광우병은 전염병이 아니다'는 식의 허황한 주장을 펴기에 그런 정부의 행태를 지적하기에도 바빴다"며 "정부 입장을 바로 잡는 데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인의 유전자형은 인간광우병(vCJD) 발생에 취약한 MM형이 94%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괴담에 대해 우 교수는 "유전자 하나만으로 위험성이 높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큰일 날 소리"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일부 그룹이)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덕에 (재협상을 통해) 그나마 광우병 발생 위험이 적은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우 교수의 광우병 위험 제기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선 그가 세운 회사의 이익과 연관돼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 교수는 지난 2000년 광우병 진단 검사 시약을 제조 판매하는 '자리타(自利他) 바이오텍'을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자리타 바이오텍의 대표이사는 그만뒀고 지분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적 '촛불 의료인'인 박상표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2년 전 "변형 프리온이라는 괴물은 후추 한 알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0.001g만으로도 인간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해 '후춧가루 크기의 미국산 쇠고기 식품을 섭취해도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괴담이 퍼져 나갔다. 물론 이 같은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불가능하다고 과학계는 결론 내렸다.

하지만 박 국장은 이후에도 이를 바로 잡지 않았으며 '광우병 위험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하고 있다. 그는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광우병 관련) 인터뷰나 취재 요청에는 응할 마음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회' 정책실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결과에 대해 신문 기고 등을 통해 "30개월 미만은 우리가 즐겨 먹는 곱창·꼬리뼈·분쇄육·사골·혀 등이 모두 제한 없이 수입된다"며 "(그 결과) 곰탕·설렁탕·햄버거·소시지·피자를 목숨 걸고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인도 햄버거·피자를 목숨 걸고 먹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당시 '촛불 의료인'들과 의학 논쟁을 벌였던 신경병리학자 양기화 박사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과학적 사실이 왜곡되고,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전문가인 양 나서서 잘못된 사실들을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그 공포… 지금도 악몽 꾼다"

입력 : 2010.05.11 01:39 / 수정 : 2010.05.11 11:05

부상당했던 경찰들
"20명이 싸고 무장해제 한 남자가 쇠파이프로… 지금도 그 얼굴 기억나"
"골수 시위꾼 다 보여… 복수하고 싶은 심정 경찰이니까 참았다"

2년 전 촛불 문화제로 시작됐던 시위는 5월 하순 들어 폭력성을 띠면서 5월 24일 첫 경찰 부상자(11명)가 나왔다. 시위는 갈수록 과격해졌고, 6월 말에는 쇠파이프로 맞아 전신 타박상을 입거나 뇌진탕을 당한 전·의경들이 속출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총집결 지침을 내린 6월 28일, 1만5000명이 서울 태평로 전(全) 차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벌였다. 6000여명의 시위대 중 일부는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 차량을 부쉈고, 인근 빌딩 소화전과 소방호스를 이용한 '사제(私製) 물대포'를 경찰에 쏘아대며 세종로 진출을 시도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3000여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공격을 계속했다. 해산 작전에 투입된 306중대와 50중대 대원들은 시위대에 순식간에 '돌돌말이'로 포위돼 쇠파이프와 돌, 망치, 의자 등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70여명의 경찰 대원이 실신하거나 피를 흘렸지만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이날 하루 동안만 166명의 경찰이 다쳤다.

2008년 6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도중 한 전경이 시위대에게 폭행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젠 제대해 사회인이 된 당시 전·의경들은 그때를 '악몽'으로 기억했다.

50중대 중대 일경이던 하덕호(22)씨는 그날 프레스센터 앞에서 고립된 채 시위대에 집중 폭행당해 3개월여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씨는 20여명 시위대에 둘러싸여 '무장해제'당하고 무방비로 두들겨 맞던 순간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했다.

"그 공포를 어떻게 잊겠습니까. 주먹과 발이 사정없이 가슴과 옆구리로 파고들었죠. 머리만 안 맞으려 발버둥쳤습니다. 다행히 정신을 잃지 않아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사람의 얼굴을 또렷이 봤습니다. 젊은 사람이었죠. 지금도 그 얼굴이 생각납니다."

그날 이후 하씨는 "꿈에 나오는 '그 얼굴들' 때문에 새벽녘이면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곤 한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의 전자제품 조립공장에서 일하는 하씨는 "지금도 TV에서 2008년 촛불시위 장면이 나오면 식은땀이 난다"며 "당시를 잊으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날 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목과 허리를 강타당해 정신을 잃고 경찰병원에 실려갔던 같은 중대 이모(21) 일경은 "촛불이란 단어 자체를 떠올리기 싫다"고 했다. "내 인생에서 싹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입니다. (폭행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제대까지 한 마당에 지금 시위대를 원망해 무엇하겠습니까. 다 지난 일이죠."

중대원 80여명을 이끌고 태평로에 나섰다가 시위대가 던진 투척물에 눈을 맞아 안와골절상을 입은 당시 306중대 박영철(35) 경사는 "경찰 제복을 입고 있기 때문에 참았지, 민간인 신분이었다면 사적(私的)으로 복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1999년 경찰에 들어와 경비 업무만 10년째라는 박 경사는 "거침없이 보란 듯 폭력을 휘두르며 거리를 누비는 골수 시위꾼이 누구인지 훤히 알게 됐다"고 했다. "2002년 효순·미선이 반미 집회, 평택범대위,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그리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이름만 바뀔 뿐 계속됐습니다."

박 경사는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세력 앞에서 인내하고 싶지 않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는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106일간 이어졌던 촛불시위 당시 경비·진압에 동원된 경찰력은 7606중대, 연인원 68만4540명으로, 부상자는 501명(중상 100명, 경상 401명)이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美쇠고기 마트에 널렸는데… '촛불' 주동자들은 6·2 선거운동 중

  • 입력 : 2010.05.10 07:01 / 수정 : 2010.05.10 16:11

'광우병 대책회의' 언제 그랬냐는듯 소멸
주축 진보연대 간부들 지방·교육감 선거에서 야권단일화 등 앞장서

2008년 5월 9일 서울 청계광장에 시민 1만여명(주최측 추산 2만5000여명)이 모였다. 2일부터 열린 촛불 집회와 외형상으론 별 차이가 없었지만 이 집회는 1500여개 시민단체가 만든 '광우병대책회의(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가 처음 주최한 시위였다.

이전의 촛불 집회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주도했지만 이후 100일 가까이 이어진 촛불 집회는 대부분 광우병대책회의가 주최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모차 행진과 거리 행진, 종교계 선언, 노동계 총력 투쟁 등의 주요 전술 역시 이 단체가 만들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지금은 활동을 중단해 사실상 소멸했다. 미국 쇠고기 수입이 갈수록 늘어나 국내 쇠고기시장 점유율이 12%(수입 쇠고기 시장의 33%)까지 올라갔는데도 미국 쇠고기가 들어오면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것처럼 선동했던 대책회의의 주도 인물들은 '광우병 투쟁' 대신 다음 달 2일 실시되는 지방·교육감 선거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2008년 6월 28일 밤 서울 태평로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청년이 쇠망치를 들고 있다. 이 청년은 대학생 유모씨로, 체포되기 전까지 시위대 사이에 ‘경찰 프락치’라는 루머가 돌았다. /전기병 기자
대책회의는 2년 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 건물 1층과 5층을 사무실로 사용했지만 9일 찾아간 이 건물에선 대책회의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홈페이지도 사라졌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 주소 'antimadcow.org'에 접속해보니 '도메인이 2010년 5월 5일부로 만료되었다'는 영문 안내만 남아 있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완전히 해산한 것은 아니고 축소된 형태로 정부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책회의의 주축이었던 한국진보연대 간부들은 최근 6·2 지방선거 야권 단일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2년 전 집회 때마다 나와 마이크를 잡았던 오종렬 진보연대 상임고문은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가 결렬 위기에 놓였던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김진표·유시민 후보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촉구해 경기지사 단일화의 주춧돌을 놓았다.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 역시 '2010유권자연대'의 공동대표 자격으로 야당의 단일화 협상 테이블 '4+4 회의'에 참가했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협상도 이들이 주도했다. 박석운 대표는 '2010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범시민 추대위'(이하 추대위)에서 후보 추천위원을 맡았고, 2년 전 대책회의 상황실에서 일했던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추대위 공동사무국장을 맡았다. 이들은 현재 서울교육감의 '진보 단일 후보'로 정해진 곽노현 후보 캠프에서도 일하고 있다.

광우병대책회의 조직팀장이던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범시민단체 차원의 유권자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의 정책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었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참여연대로 복귀했다. 지난 6일엔 서울광장 집회 허가를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정부는 시민의 광장을 열어달라는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광우병대책회의 행진팀장이던 김광일(반자본주의 단체 '다함께' 운영위원)씨는 경찰 수배를 피해 도피 중이다. 김씨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당하지 못한 촛불 수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대책회의 주요 간부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괴담 퍼뜨린 사람들 "어차피 인터넷 글 99% 쓰레기… 내 거짓말쯤이야"

입력 : 2010.05.11 03:03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2]
"강간이라고 쓴 표현은 게임에서 당했다는 뜻"
'여대생 사망' 제기하며 신문광고비 모금한 金씨 "잘 몰라 실수했다"

"경찰이 (촛불)시위 참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제 글은 사실이 아닙니다. 당시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인터넷 게시판에 '전경(전투경찰)이 여성 시위자를 연행해 성폭행했다'는 글을 올려 시위대를 흥분시켰던 조형예술가 김모(37)씨는 4일 본지 전화 통화에서 2년 전 쓴 자신의 글이 사실이 아니라고 시인했다. 김씨는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그러면서도 "어차피 (사법 처리를) 각오한 거였고 집행유예도 몇 달만 있으면 끝난다"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008년 촛불 시위현장에 애들까지 데리고 나온‘유모차 부대’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2008년 5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는 유모차 부대.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그는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올린 이유에 대해 "인터넷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쓰이는 단어 중 '강간'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상대방에게 완전히 당했다는 뜻의 표현이다"면서 "내 글도 이런 표현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씨는 "인터넷 정보 중 99%가 쓰레기라는 것을 네티즌도 다 안다"며 "(검찰에서) 내 글이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보신당 당원이었던 김씨는 "당시 진보신당 안에서 '적에게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며 왕따(따돌림)를 당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 지방 대도시에서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2008년 7월 촛불시위 중 여대생이 사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 규명을 하겠다며 신문 광고비를 모금했다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던 김모(25·당시 광주광역시 모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씨는 "어릴 때 잘 몰라 실수를 했다"고 했다. 김씨는 "횡령문제로 여러 번 법정을 오가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이제 조용히 살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현재 회사를 다니며 대학에도 복학해 야간 과정을 다니고 있다. 그는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고 했다.

2008년 6월 자신이 전경인 것처럼 인터넷 게시판에 '기동대 전경이 상부의 과격 시민 진압 명령에 불복종하기로 결정했다'는 글을 올려 벌금형을 선고받은 대학 시간강사 강모(44)씨는 "인터뷰에 응할 기분이 아니다"고 취재를 거절했다. 강씨의 부인은 "당시 남편이 많이 힘들어했다"며 "그 사건 이후 공부하는 사람으로 방향을 바꾸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경찰이 여대생 촛불 집회 시위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승합차에 싣고 갔다'는 '여대생 사망설'을 인터넷에 최초 유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중인 모 지방 신문 보급소장 겸 취재기자 최모(50)씨는 여전히 자신이 쓴 내용을 확신하고 있다고 변호인인 전병우 변호사가 전했다. 전 변호사는 "최씨가 구속된 이후 건강이 매우 안 좋아졌고 현재 극심한 대인공포증과 공격성으로 인해 항소심도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2] 아줌마 부대 “인터넷 루머에 속았다는 느낌… 그땐 눈에 뭔가 씌었던 것 같아”

입력 : 2010.05.11 01:28 / 수정 : 2010.05.11 17:26

"병든 소 고꾸라지는 TV방송 보고 공포심… 아무런 의심도 못해"
"과학적 근거 없어도 반대할 수 있다"… 일부 "무슨 상관이냐"

"그때는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죽을 것처럼 행동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돼요."

2년 전, 다섯살배기 딸까지 데리고 촛불시위에 단골로 참여했던 주부 김미자(가명·34·서울 도봉구)씨는 6일 본지 취재에서 "그땐 왜 그랬는지…. 눈에 뭔가 씌었던 것 같다"라며 연방 헛웃음을 뱉었다. 당시 시위 나가느라 남편 저녁 밥상도 못 차릴 만큼 열심이었다는 김씨는 광우병 괴담들이 근거 없는 루머임을 알고는 "속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했다.

평범한 주부를 광장으로 이끈 건 방송과 인터넷이었다. 2008년 4월 29일 김씨는 MBC 'PD수첩'을 보다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화면에는 병든 미국 소들이 비틀거리며 고꾸라지고 주저앉는 장면들이 나오고 있었다.

인터넷에 들어가자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송송 뚫려 죽는다', '생리대·분유·사탕 등도 위험하다'는 글들이 보였다. 김씨는 "이렇게 위험하고 못쓸 고기를 수입하려는 이명박 정권이 너무나 미워 당장 탄핵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부들에게 촛불시위에 함께 나가자고 권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많을 때는 동네 아줌마 15명이 함께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까지 나가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목청껏 외쳤다. 당시 다섯살이던 딸도 서너 차례 데리고 나갔다.

김씨의 생각이 바뀐 것은 친정어머니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집안일을 제쳐놓고 촛불시위 나가는 딸에게 어느 날 어머니는 "너 예전엔 그렇게 LA갈비를 좋아하고 많이 먹었으면서 왜 지금 그러느냐"고 핀잔을 줬다.

김씨는 "어머니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여태껏 미국산 소를 먹고도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는 걸 새삼 알았다"고 했다. 게다가 시위에 '공기업 민영화 반대'처럼 정치적 사안들이 등장하면서 열정도 식어갔다. 김씨는 "인터넷에 떠돌던 말들이 대부분 근거 없는 루머였다는 것을 알고는 '속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며 "촛불시위가 다시 열려도 이젠 안 나간다"고 말했다.

2008년 촛불시위에는 정치적 의사 표현에 소극적이던 가정주부들까지 "내 아이에게 미국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며 거리에 나섰다.

울산에 사는 주부 한모(32)씨는 2년 전 이른바 '유모차 부대'였다. 한씨는 당시 친정인 서울에 머물며 세살배기 첫째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시위에 나갔다. 그는 "아직 찜찜한 기분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말들이 과학적 사실은 아닌 것 같다"며 "이제 자녀를 데리고 촛불시위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유모차 부대’의 한 사람이던 주부 한모씨가 10일 울산의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쇠고기를 주문하고 있다. 한씨는“인터넷 괴담은 과학적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며“촛불시위에 다시 자녀를 데리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대구에 사는 주부 신모(39)씨는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며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죽는다는 걸 아무 의심 없이 사실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자식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겠다는 건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신씨는 요즘 원산지를 따지지 않고 쇠고기를 먹는다. 신씨는 “이 고기가 미국산인지, 호주산인지 어떻게 다 따져가며 먹느냐”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시위에 나간 건 ‘다른 사람도 가는데 나도 한번 나가 보자’는 분위기 탓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촛불집회 당시 갓난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시위현장을 찾아 아동 학대 논란을 일으켰던 ‘유모차 부대’ 주부들은 본지 취재에 대해 대부분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며 여전히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혹시나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이유로 들고 있었다.

촛불시위 당시 인터넷 카페 ‘촛불 유모차와 함께하는 촛불가족’의 대표로 주목을 받았던 정모(37·주부)씨는 “생협(생활협동조합)에서 한우만 사서 먹는다”고 했다. 정씨는 2008년 국회 국정조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촛불시위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은 아동 학대”라는 여당 의원들의 말에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 시위에 나갔다”며 반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씨는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광우병 괴담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0.0001%라도 있다면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쇠고기의 점유율이 수입 쇠고기시장의 33%라는 사실에 대해 정씨는 “나는 거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촛불시위는 평화롭고 즐겁고 재밌었다”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분이 나빠서 못 먹겠다”고 말했다.

세살짜리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촛불시위 현장을 찾았던 김모(30·경남 창원)씨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가 생리대·화장품·분유 등에도 들어간다’는 당시 괴담에 대해 “100% 거짓말이 어딨겠느냐”며 “찜찜한 기분이 싫어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15개월 된 딸을 데리고 시위에 나갔다는 주부 김모(35)씨도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은 다 근거 있는 얘기이고 논리적”이라고 말했다. 세살 아기와 함께 시위현장을 찾았다는 차모(36·주부)씨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리지 않는다고 할 명백한 근거는 없다”며 “과학적 사실을 접하지 않고서도 반대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씨는 미국인들은 30개월 넘는 쇠고기를 1년에 600만 마리 먹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이 몇백만마리 먹든 말든 그게 위험하든 안 하든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정부가 안전하지도 않은 먹을거리를 또 먹으라고 억지로 강요한다면 다시 촛불시위에 나가겠다”고 했다.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1] '촛불소녀' 한채민양 "무대에서 읽은 편지는 모두 시민단체가 써준 것"

  • 입력 : 2010.05.10 07:00 / 수정 : 2010.05.10 16:00
한채민양은 본지 취재에서“당시 남이 써준 대로 (촛불집회에서) 글을 읽었다”며“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국희 기자 freshman@chosun.com

"양심에 가책 느끼지만… 美쇠고기 여전히 의심"
아직도 괴담 믿는 아이들 "학교급식 쇠고기 나오면 아예 밥 굶어요"

"(촛불문화제 무대에) 10여 차례 올라갔어요. 제 스스로 무대에 선 건 한두 번밖에 안 돼요. (무대 위 발언내용은) 다 단체('나눔문화')에서 써준 거예요. 읽으라니까 읽고 별생각 없이…."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 시위대 속에는 당시 경기도 A고 2년생이던 한채민(19)양도 있었다. 한양은 2008년 5월 28일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애잔한 바이올린 연주음악과 함께 '눈물비가 내립니다'라는 편지를 읽었다.

"저는 촛불소녀 한채민입니다. 5월 3일 처음 이곳에 나와 오늘까지 14번째 참석했습니다. 오늘 비가 내렸습니다. 제 마음에도 눈물비가 내립니다. 저희 촛불소녀들과 함께 이곳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던 언니, 오빠, 어른들이 많이 연행됐습니다. 강제연행된 분들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한양은 당시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성숙한 촛불소녀'로 유명세를 탔다.

한양은 "2008년 5월 초 중간고사를 끝내고 구경 삼아 시위에 갔다가 동갑내기 여고생이 발언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이후 3개월 동안 빠짐없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했다. 한양의 발언은 집회 참가자들 가슴을 울렸고, 좌파 단체와 매체들은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한양의 존재를 최대한 활용했다.

지난 3일 만난 한양은 "양심에 가책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현재 일본유학을 준비 중인 한양은 "무대 위에 올라 읽었던 편지 내용은 전부 내가 쓴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나눔문화라는 단체에서 써줬고 시킨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나눔문화는 '촛불소녀' 캐릭터를 만드는 등 촛불시위 때 활약한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너무 커졌어요. 그 순간에는 멍해서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2008년 5월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 문화제에 참가한 한 여학생이‘저 아직 15년밖에 못 살았어요’란 피켓을 들고 있다. /오종찬 기자

당시 한양은 무대에서 정치적 내용의 글을 자주 읽어 더 호응을 받았다. 한양은 2008년 5월 22일 촛불문화제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TV에 나와 괴담 때문에 철없는 학생들이 나온다며 걱정하는데 우리 부모님은 나보다 대통령을 더 걱정한다. 우리는 투표권도 없다. 우리가 뽑지도 않았는데 왜 대통령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고 가슴 아파야 하나"라고 발언했다.

한양은 이것도 "처음부터 (나눔문화에서) 다 써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은 당시 '촛불소녀'라고 소개됐던 다른 여학생들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나온 학생도 있었지만, 나눔문화에서 다듬어주고, 다른 단체와 연계하는 여고생들도 많았다"며 "그런 학생들이 절반 정도는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은 '광우병의 진실'에 대해선 여전히 무지(無知)한 상태였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가 생리대며 분유 등에도 들어간다는 당시의 잘못된 얘기나, 미국 사람들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먹는다는 오해(편집자=실제로는 미국인도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연간 600만마리 이상을 소비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평소부터 정말 궁금해하던 것"이라며 "누가 좀 (사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한양은 여전히 '광우병 쇠고기'를 의심했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려 죽는다는 말이 괜히 나돌 리는 없다고도 생각해요."

한양은 "괴담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정부의 대처 방식에 불만이 있었다"며 "옳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또다시 촛불시위에 나가겠다"고 했다.

2년 전 "동방신기(아이돌그룹) 오빠들이 광우병 때문에 죽는다"고 울부짖으며 촛불시위에 나갔던 여학생 중 일부는 아직도 광우병 괴담을 믿고 있었다. 취재팀의 취재에서 이들은 대부분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부 언론과 그 자료를 퍼나르는 인터넷에서 근거를 댔다.

중3 때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서울 S고 2년 정은진(17)양은 "광우병 성분은 생리대나 분유에도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알고 있었다. 정양은 그러면서 "일회용 생리대는 가급적 안 쓰고 면 생리대로 대체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양은 "2년 전부터 쇠고기를 한 점도 안 먹고 있고 학교에서 급식으로 쇠고기가 나오면 아예 식사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로 확신이 굳어진 학생들은 적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 유선경(18)양은 "촛불을 통해 누구보다 정치에 대해 잘 배웠다. 청소년은 절대 무지몽매하지 않다고 어른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대학 1학년이 된 김아현(19·M대 역사학과)씨는 "쇠고기 자체에 대한 불신보다는 검역 자체가 허술하니까 걱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정부가 처음엔 '무조건 괜찮다. 먹어라'고 하다가 허겁지겁 근거자료를 준비하는 식이었다"며 정부에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상당수는 시중에서 파는 쇠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있다고 했다. 당시 고2였던 정소희(19·C대 체육학과 1년)양은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했다. 정양은 "미국산 쇠고기가 이미 들어왔고, 시위해봤자 들어오는 걸 막을 수도 없다"며 "사람들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반감이 심했는데 요새는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뇌 파괴' '10년 잠복' '소 주저앉는 장면' 아직도 국민 뇌리에…

입력 : 2010.05.12 11:00 / 수정 : 2010.05.12 19:00

왜 '공포' 지속되나… "격렬했던 광우병 사태가 집단 트라우마(심리적 외상) 남겨"

"본부장이 오늘 회식을 쇠고기집으로 잡았다. 차돌박이 등심을 실컷 먹었는데, 고기 잘라주던 아주머니가 '미국산(産)도 먹을 만하죠'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열심히 살면 뭐하나. 광우병 생기기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직장인 네티즌이 지난 3월 말 블로그 전문 T사이트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이다.

광우병 공포감을 토로하는 이런 유의 글은 요즘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월 두세 차례는 부하직원들과 회식을 갖는다는 대기업 계열 D금융회사의 오규석(41) 과장은 "젊은 부원들 생각이 각자 다를 것 같아 가급적 쇠고기 메뉴는 피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은 물론, 소 광우병도 2006년 이후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지만 '광우병 공포감'은 아직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그냥 꺼림칙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격렬했던 광우병 사태가 온 국민의 무의식 속에 '집단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새겼다"(모 국립대 A교수)라고 분석했다.

맞벌이 주부 L(35)씨는 얼마 전 집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L씨는 "대기순번을 걸어 놓은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와 기쁜 마음으로 갔는데, 식단에 '쇠고기:미국산'이라고 적혀 있어 아이를 맡기기 싫었다"고 했다.

통계상으로 보면 미국산 쇠고기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산 점유율은 수입 쇠고기 시장의 33%까지 올라갔고, 전체 쇠고기 시장에서도 11%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신뢰도는 여전히 낮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첫인상이 중요하고 첫사랑이 잊히지 않듯, 첫 정보가 중요하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별다른 지각 없이 먹다가 처음 접한 강렬한 정보가 광우병에 대한 정보였기 때문에 나중에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알더라도 첫 정보가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AI(조류인플루엔자)·신종플루 같은 대규모 전염병과 달리 광우병 공포감이 쉽게 잊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뇌세포가 파괴된다는 증상의 엽기성과 ▲10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들었다. 광우병 사태 때 주저앉는 소의 영상이 반복되고 각종 괴담이 난무했던 것도 '광우병 트라우마'가 씻기지 않는 요인이라고 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정부청사 구내식당은 호주산 99.9%… 청와대는 미국산 47%

입력 : 2010.05.12 11:00 / 수정 : 2010.05.12 15:41

정부는 무슨 노력했나…
"안전 문제없다" 말만 정작 장·차관들은 안먹어
"청사 공무원 먹이겠다" 2년전 약속도 안지켜져

11일 과천 정부청사 구내식당의 점심 메뉴로는 도가니탕과 뚝배기 불고기가 나왔다. 메뉴판엔 '호주산'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식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내식당 한쪽 편엔 각 부처 장·차관이 이용하는 국무위원 식당도 있었다.

본지 조사 결과 과천 종합청사 안의 4개 구내식당에선 특별예약을 받을 때 외엔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고 있었다. 청사관리소에 문의했더니 "외부 급식업체에 위탁을 줬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호주산 쇠고기를 쓴다고 표시된 11일 과천정부청사 구내식당 메뉴판. 2008년 정부는 “1년간 정부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과 내장을 먹겠다”고 공언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최형석 기자
2년 전 광우병 사태 당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정부 부처 구내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찾기란 어렵다. '위탁을 준 외부 급식업체가 식자재를 관리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호주산을 먹고 있었다. 정부가 미국 쇠고기가 문제없다고 말은 하면서도 행동으로 국민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구내식당에서도 11일 점심에 장터국밥·궁중 떡볶이가 나왔는데, 역시 호주산 쇠고기가 재료였다. 이곳과 과천청사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E사 관계자는 "소비자 정서상 미국산 쇠고기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 9월부터 작년 8월까지 전국 6개 정부청사(중앙·과천·대전·광주·춘천·제주)의 쇠고기 소비량은 호주산이 99.9%(1만8174㎏)였다. 한우를 0.1%(12㎏) 소비했고, 미국산 쇠고기는 단 1㎏도 먹지 않았다.

2008년 5월 미국 쇠고기 청문회장에서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쇠고기 수입재개 후 1년 동안 정부종합청사 공무원에게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과 내장을 먹이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지켜지지 않은 '거짓말'이 됐다.

오히려 작년 10월 야당 의원에 의해 "과천청사를 지키는 전경에게만 미국산 쇠고기가 급식으로 제공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국민 불신을 키웠다. 농식품부는 "행안부 청사관리소와 (미국산 쇠고기 메뉴 도입을 위한) 협의를 했지만, 구내식당 입점 업체가 호주산만 쓴다고 해서 진척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청와대 대통령실 구내식당은 미국 쇠고기를 주로 쓰고 있었다.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2008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소비한 쇠고기(1만584㎏) 중 47.1%가 미국산이었고, 호주산(39.1%)·한우(13.8%) 순이었다.

광우병 사태 당시 한승수 총리는 '주변국에서 우리보다 유리한 수입조건으로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맺으면 우리도 재협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후 지난 1월 대만 국회가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내장·뇌·척수·눈·머리뼈 등 6개 부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으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으나, 정부는 재협상 계획이 없어, 일부에선 이것 또한 대(對)국민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대만이 미국과 협상을 맺은 게 아니라 대만 내에서만 '식품위생관리법'을 개정해 수입조건을 강화시킨 것"이라며 "정부가 움직일 필요가 없고 약속 위반도 아니다"고 밝혔다.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3·끝] '공포' 키웠던 매체들

입력 : 2010.05.12 09:00 / 수정 : 2010.05.12 10:27

'광우병 위험(2008년 5월부터 6개월간)' 944건 보도했던 MBC… 최근 6개월엔 4건뿐

2008년 5월부터 6개월간 MBC는 뉴스데스크·뉴스투데이·5시뉴스·저녁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광우병 관련 보도를 총 944건 했다. 하루에 5~6건꼴이다. 경향신문·오마이뉴스 등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민의 생명이 위태롭다며 인간광우병의 공포를 확대 재생산했다. 광우병 공포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돼 어린 학생들이 울면서 "죽기 싫다"고 말하게끔 만든 데에는 이들 보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2년이 지난 지금 전국에서 미국 쇠고기가 팔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이들 매체는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기사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취재진이 스크린한 결과, MBC 보도 프로그램에서 최근 6개월(2009년 11월~2010년 4월)간 '광우병'이 언급된 기사는 33건에 불과했다. 그것도 대부분 PD수첩의 광우병 소송과 관련한 뉴스였고, 광우병 위험에 대한 보도는 외신을 인용한 4건이 전부였다.

경향신문은 당시(2008년 5~10월) '광우병' 관련 기사가 698건이었지만 최근 6개월간은 74건이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2510건이었지만 최근 6개월은 155건으로 줄었다. 최근 기사들은 광우병 위험성보다는 PD수첩 관련 기사 등에서 언급하는 수준이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의 경우 무려 7만1227개의 게시글이 광우병 공포를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3422개의 글만이 광우병을 언급할 뿐이다. 이마저도 상당수가 당시 광우병 광풍(狂風)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다.

"대재앙 시작됐다" 보도했던 MBC 의학담당 S기자
"정부가 '위험하다' 했으면 나는 '안전하다' 보도했을 것"

MBC의 S의학전문기자는 2008년 4월 30일 '뉴스데스크'에서 "한국인이 영국·미국 사람보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2~3배 더 높다"며 '대재앙의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그는 일련의 보도를 통해 "광우병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학적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라며 광우병의 공포를 의학적으로 뒷받침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유전자가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주장은 의학적으로 틀린 것으로 판명됐으며, '대재앙'은커녕 미국에서도 지난 2년간 광우병(소·인간 광우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S기자는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떠도는 이야기(괴담) 중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도 많았다"고 인정했다. 대재앙의 시작일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선 "광우병은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대재앙의 시작이라는 표현은 그런 시나리오 중 하나로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여전히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보도에 대한 현재 생각은?

"정부가 한쪽 이야기(안전하다)만 했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다. 만약 정부가 100% 위험하다고 했으면 나는 안전하다고 썼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30개월 이하 살코기도 위험하다고 주장했었다.

"프리온 질병(광우병 지칭)이란 게 위험성이 낮은 건 맞다. 하지만 국가가 정책 결정할 때 국민에게 (적은 가능성도) 설명해야 한다. 나는 의사 출신인데, 맹장염 수술할 때 죽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 그래도 10만명 수술할 때 일일이 다 설명하지 않나."

―'맹장염 수술하면 다 죽는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다'고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

"글쎄. 나중에는 정확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보도는 찾아봐도 없었다.

"허허허…."

'광우병'으로 '한국기자상' 경향신문 K기자
"내 입장 안변해… 최근 1년 美연수 다녀왔는데 쇠고기는 물론 햄버거·피자도 전혀 안먹었다"

경향신문 K기자는 광우병 파동 당시 농식품부를 담당하면서 "미국에는 매년 광우병 감염소 4~7마리가 있는데, 만약 이를 사료로 쓸 경우 연간 20만마리 이상의 소가 감염될 수 있다"고 쓰는 등 잇따른 보도로 '광우병 공포론(論)'을 선도했다.

이 같은 기사로 '한국기자상'을 받았던 그는 광우병 파동 후 가족과 함께 미국에 1년간 연수를 갔다 왔다.

그는 본지 취재에서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내 입장엔 하나도 변화가 없다"며 "미국 체류 1년간 (나와 가족들이) 쇠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광우병이 위험하다는데 왜 발생하지 않나.

"인간광우병 증상이 대부분 치매와 유사해 광우병으로 죽었음에도 원인 모를 의문사로 여기거나, 잠복기에 있을 수도 있다."

―미국 연수를 다녀왔는데.

"소를 많이 키우는 아이오와주(州)에 있었다. 내 아이가 다녔던 학교 얘긴데, 미국 아이들도 급식으로 쇠고기 메뉴가 나오는 날엔 도시락을 많이 싸오더라. 미국서도 아는 사람들은 (미국 쇠고기) 안 먹는다."

―미국에서 쇠고기를 전혀 안 먹었다는 말인가.

"전혀 안 먹었다. 쇠고기는 물론이고 햄버거·피자·육포 등 (쇠고기가 들어간 식품은) 전혀 먹지 않았다. 미국 내 쇠고기는 대단히 위험하다."

―소 부산물로 만든다는 라면스프·알약캡슐·화장품도 안 먹고 안 썼나.

"화장품까지는 모르겠고, 라면 스프는 내가 확인했는데 한인 식품상을 통해 유통되는 '신라면'은 한국산 비프로 만들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100분 토론'에 전화했던 美거주 주부

2년전… "美판매용은 다르다"… 영웅대접
지금… "가족들이 싫어해" 인터뷰 거절

2년 전 "미국인이 먹는 쇠고기와 한국에 수입되는 쇠고기가 다르다"는 오해가 퍼지는 데는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교포 주부 이선영(40)씨의 역할이 컸다.

이씨는 5월 9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MBC '100분 토론'에 전화를 걸어 "미국 사람들이 안전하게 쇠고기를 먹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 미국의 90% 이상 대다수 유통되는 소는 24개월 미만 소라고 알고 있다. 이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해서 관심있는 사람들은 채식을 하거나 육골분 사료를 먹지 않은 소를 구입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은 소에 육골분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다"는 등의 잘못된 사실을 열거한 뒤 "나는 미국 쇠고기를 먹긴 하지만 풀만 먹인 쇠고기만 사다 먹는다"고 말했다.

며칠 뒤 '애틀랜타 라디오코리아' 방송에 출연해서는 한 발 더 나갔다. "며칠 전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 연령 소의 부산물로는 개 사료로도 쓰지 못하도록 법이 제정됐는데 개 사료로조차 금지된 고기가 (국내) 동포에게 가게 되었다"며 터무니없는 괴담을 사실인 것처럼 전했다. 이같은 발언은 진위가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여러 매체들에 소개되며 화제를 일으켰다. 일부 매체들은 그녀를 '쇠고기 잔다르크'라고 칭송하며 앞다퉈 인터뷰했다. 이씨는 5월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시위 때 전화 연결을 통해 시위대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때 영웅 대접을 받았던 이씨의 지금 생각은 어떨까. 이씨는 현재 가족 방문차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본지는 "당시 중요한 발언을 했던 분이니 현재 입장을 듣고 싶다"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씨는 인터뷰에 응할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내가 언론에 나오는 것을 가족들이 싫어한다"며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