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채민양은 본지 취재에서“당시 남이 써준 대로 (촛불집회에서) 글을 읽었다”며“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국희 기자 freshman@chosun.com
"양심에 가책 느끼지만… 美쇠고기 여전히 의심"
아직도 괴담 믿는 아이들 "학교급식 쇠고기 나오면 아예 밥 굶어요"
"(촛불문화제 무대에) 10여 차례 올라갔어요. 제 스스로 무대에 선 건 한두 번밖에 안 돼요. (무대 위 발언내용은) 다 단체('나눔문화')에서 써준 거예요. 읽으라니까 읽고 별생각 없이…."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 시위대 속에는 당시 경기도 A고 2년생이던 한채민(19)양도 있었다. 한양은 2008년 5월 28일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애잔한 바이올린 연주음악과 함께 '눈물비가 내립니다'라는 편지를 읽었다.
"저는 촛불소녀 한채민입니다. 5월 3일 처음 이곳에 나와 오늘까지 14번째 참석했습니다. 오늘 비가 내렸습니다. 제 마음에도 눈물비가 내립니다. 저희 촛불소녀들과 함께 이곳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던 언니, 오빠, 어른들이 많이 연행됐습니다. 강제연행된 분들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한양은 당시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성숙한 촛불소녀'로 유명세를 탔다.
한양은 "2008년 5월 초 중간고사를 끝내고 구경 삼아 시위에 갔다가 동갑내기 여고생이 발언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이후 3개월 동안 빠짐없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했다. 한양의 발언은 집회 참가자들 가슴을 울렸고, 좌파 단체와 매체들은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한양의 존재를 최대한 활용했다.
지난 3일 만난 한양은 "양심에 가책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현재 일본유학을 준비 중인 한양은 "무대 위에 올라 읽었던 편지 내용은 전부 내가 쓴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나눔문화라는 단체에서 써줬고 시킨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나눔문화는 '촛불소녀' 캐릭터를 만드는 등 촛불시위 때 활약한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너무 커졌어요. 그 순간에는 멍해서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 ▲ 2008년 5월 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 문화제에 참가한 한 여학생이‘저 아직 15년밖에 못 살았어요’란 피켓을 들고 있다. /오종찬 기자
당시 한양은 무대에서 정치적 내용의 글을 자주 읽어 더 호응을 받았다. 한양은 2008년 5월 22일 촛불문화제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TV에 나와 괴담 때문에 철없는 학생들이 나온다며 걱정하는데 우리 부모님은 나보다 대통령을 더 걱정한다. 우리는 투표권도 없다. 우리가 뽑지도 않았는데 왜 대통령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고 가슴 아파야 하나"라고 발언했다.
한양은 이것도 "처음부터 (나눔문화에서) 다 써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은 당시 '촛불소녀'라고 소개됐던 다른 여학생들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나온 학생도 있었지만, 나눔문화에서 다듬어주고, 다른 단체와 연계하는 여고생들도 많았다"며 "그런 학생들이 절반 정도는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은 '광우병의 진실'에 대해선 여전히 무지(無知)한 상태였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가 생리대며 분유 등에도 들어간다는 당시의 잘못된 얘기나, 미국 사람들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먹는다는 오해(편집자=실제로는 미국인도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연간 600만마리 이상을 소비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평소부터 정말 궁금해하던 것"이라며 "누가 좀 (사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한양은 여전히 '광우병 쇠고기'를 의심했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려 죽는다는 말이 괜히 나돌 리는 없다고도 생각해요."
한양은 "괴담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정부의 대처 방식에 불만이 있었다"며 "옳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또다시 촛불시위에 나가겠다"고 했다.
2년 전 "동방신기(아이돌그룹) 오빠들이 광우병 때문에 죽는다"고 울부짖으며 촛불시위에 나갔던 여학생 중 일부는 아직도 광우병 괴담을 믿고 있었다. 취재팀의 취재에서 이들은 대부분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부 언론과 그 자료를 퍼나르는 인터넷에서 근거를 댔다.
중3 때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서울 S고 2년 정은진(17)양은 "광우병 성분은 생리대나 분유에도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알고 있었다. 정양은 그러면서 "일회용 생리대는 가급적 안 쓰고 면 생리대로 대체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양은 "2년 전부터 쇠고기를 한 점도 안 먹고 있고 학교에서 급식으로 쇠고기가 나오면 아예 식사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로 확신이 굳어진 학생들은 적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 유선경(18)양은 "촛불을 통해 누구보다 정치에 대해 잘 배웠다. 청소년은 절대 무지몽매하지 않다고 어른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대학 1학년이 된 김아현(19·M대 역사학과)씨는 "쇠고기 자체에 대한 불신보다는 검역 자체가 허술하니까 걱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정부가 처음엔 '무조건 괜찮다. 먹어라'고 하다가 허겁지겁 근거자료를 준비하는 식이었다"며 정부에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상당수는 시중에서 파는 쇠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있다고 했다. 당시 고2였던 정소희(19·C대 체육학과 1년)양은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했다. 정양은 "미국산 쇠고기가 이미 들어왔고, 시위해봤자 들어오는 걸 막을 수도 없다"며 "사람들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반감이 심했는데 요새는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뇌 파괴' '10년 잠복' '소 주저앉는 장면' 아직도 국민 뇌리에…
입력 : 2010.05.12 11:00 / 수정 : 2010.05.12 19:00
왜 '공포' 지속되나… "격렬했던 광우병 사태가 집단 트라우마(심리적 외상) 남겨"
"본부장이 오늘 회식을 쇠고기집으로 잡았다. 차돌박이 등심을 실컷 먹었는데, 고기 잘라주던 아주머니가 '미국산(産)도 먹을 만하죠'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열심히 살면 뭐하나. 광우병 생기기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직장인 네티즌이 지난 3월 말 블로그 전문 T사이트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이다.광우병 공포감을 토로하는 이런 유의 글은 요즘도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월 두세 차례는 부하직원들과 회식을 갖는다는 대기업 계열 D금융회사의 오규석(41) 과장은 "젊은 부원들 생각이 각자 다를 것 같아 가급적 쇠고기 메뉴는 피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은 물론, 소 광우병도 2006년 이후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지만 '광우병 공포감'은 아직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그냥 꺼림칙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격렬했던 광우병 사태가 온 국민의 무의식 속에 '집단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새겼다"(모 국립대 A교수)라고 분석했다.맞벌이 주부 L(35)씨는 얼마 전 집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L씨는 "대기순번을 걸어 놓은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와 기쁜 마음으로 갔는데, 식단에 '쇠고기:미국산'이라고 적혀 있어 아이를 맡기기 싫었다"고 했다.통계상으로 보면 미국산 쇠고기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산 점유율은 수입 쇠고기 시장의 33%까지 올라갔고, 전체 쇠고기 시장에서도 11%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신뢰도는 여전히 낮다.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첫인상이 중요하고 첫사랑이 잊히지 않듯, 첫 정보가 중요하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별다른 지각 없이 먹다가 처음 접한 강렬한 정보가 광우병에 대한 정보였기 때문에 나중에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알더라도 첫 정보가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AI(조류인플루엔자)·신종플루 같은 대규모 전염병과 달리 광우병 공포감이 쉽게 잊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뇌세포가 파괴된다는 증상의 엽기성과 ▲10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들었다. 광우병 사태 때 주저앉는 소의 영상이 반복되고 각종 괴담이 난무했던 것도 '광우병 트라우마'가 씻기지 않는 요인이라고 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정부청사 구내식당은 호주산 99.9%… 청와대는 미국산 47%
입력 : 2010.05.12 11:00 / 수정 : 2010.05.12 15:41
정부는 무슨 노력했나…
"안전 문제없다" 말만 정작 장·차관들은 안먹어
"청사 공무원 먹이겠다" 2년전 약속도 안지켜져
11일 과천 정부청사 구내식당의 점심 메뉴로는 도가니탕과 뚝배기 불고기가 나왔다. 메뉴판엔 '호주산'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식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내식당 한쪽 편엔 각 부처 장·차관이 이용하는 국무위원 식당도 있었다.본지 조사 결과 과천 종합청사 안의 4개 구내식당에선 특별예약을 받을 때 외엔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고 있었다. 청사관리소에 문의했더니 "외부 급식업체에 위탁을 줬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 ▲ 호주산 쇠고기를 쓴다고 표시된 11일 과천정부청사 구내식당 메뉴판. 2008년 정부는 “1년간 정부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과 내장을 먹겠다”고 공언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최형석 기자
2년 전 광우병 사태 당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정부 부처 구내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찾기란 어렵다. '위탁을 준 외부 급식업체가 식자재를 관리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호주산을 먹고 있었다. 정부가 미국 쇠고기가 문제없다고 말은 하면서도 행동으로 국민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구내식당에서도 11일 점심에 장터국밥·궁중 떡볶이가 나왔는데, 역시 호주산 쇠고기가 재료였다. 이곳과 과천청사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E사 관계자는 "소비자 정서상 미국산 쇠고기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민주당 최규식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 9월부터 작년 8월까지 전국 6개 정부청사(중앙·과천·대전·광주·춘천·제주)의 쇠고기 소비량은 호주산이 99.9%(1만8174㎏)였다. 한우를 0.1%(12㎏) 소비했고, 미국산 쇠고기는 단 1㎏도 먹지 않았다.2008년 5월 미국 쇠고기 청문회장에서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쇠고기 수입재개 후 1년 동안 정부종합청사 공무원에게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과 내장을 먹이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지켜지지 않은 '거짓말'이 됐다.오히려 작년 10월 야당 의원에 의해 "과천청사를 지키는 전경에게만 미국산 쇠고기가 급식으로 제공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국민 불신을 키웠다. 농식품부는 "행안부 청사관리소와 (미국산 쇠고기 메뉴 도입을 위한) 협의를 했지만, 구내식당 입점 업체가 호주산만 쓴다고 해서 진척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다만 청와대 대통령실 구내식당은 미국 쇠고기를 주로 쓰고 있었다.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2008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소비한 쇠고기(1만584㎏) 중 47.1%가 미국산이었고, 호주산(39.1%)·한우(13.8%) 순이었다.
광우병 사태 당시 한승수 총리는 '주변국에서 우리보다 유리한 수입조건으로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맺으면 우리도 재협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후 지난 1월 대만 국회가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내장·뇌·척수·눈·머리뼈 등 6개 부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으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으나, 정부는 재협상 계획이 없어, 일부에선 이것 또한 대(對)국민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대만이 미국과 협상을 맺은 게 아니라 대만 내에서만 '식품위생관리법'을 개정해 수입조건을 강화시킨 것"이라며 "정부가 움직일 필요가 없고 약속 위반도 아니다"고 밝혔다.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 [3·끝] '공포' 키웠던 매체들
입력 : 2010.05.12 09:00 / 수정 : 2010.05.12 10:27
'광우병 위험(2008년 5월부터 6개월간)' 944건 보도했던 MBC… 최근 6개월엔 4건뿐
2008년 5월부터 6개월간 MBC는 뉴스데스크·뉴스투데이·5시뉴스·저녁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광우병 관련 보도를 총 944건 했다. 하루에 5~6건꼴이다. 경향신문·오마이뉴스 등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민의 생명이 위태롭다며 인간광우병의 공포를 확대 재생산했다. 광우병 공포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돼 어린 학생들이 울면서 "죽기 싫다"고 말하게끔 만든 데에는 이들 보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2년이 지난 지금 전국에서 미국 쇠고기가 팔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이들 매체는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기사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취재진이 스크린한 결과, MBC 보도 프로그램에서 최근 6개월(2009년 11월~2010년 4월)간 '광우병'이 언급된 기사는 33건에 불과했다. 그것도 대부분 PD수첩의 광우병 소송과 관련한 뉴스였고, 광우병 위험에 대한 보도는 외신을 인용한 4건이 전부였다.
경향신문은 당시(2008년 5~10월) '광우병' 관련 기사가 698건이었지만 최근 6개월간은 74건이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2510건이었지만 최근 6개월은 155건으로 줄었다. 최근 기사들은 광우병 위험성보다는 PD수첩 관련 기사 등에서 언급하는 수준이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의 경우 무려 7만1227개의 게시글이 광우병 공포를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3422개의 글만이 광우병을 언급할 뿐이다. 이마저도 상당수가 당시 광우병 광풍(狂風)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다.
"대재앙 시작됐다" 보도했던 MBC 의학담당 S기자
"정부가 '위험하다' 했으면 나는 '안전하다' 보도했을 것"
MBC의 S의학전문기자는 2008년 4월 30일 '뉴스데스크'에서 "한국인이 영국·미국 사람보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2~3배 더 높다"며 '대재앙의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그는 일련의 보도를 통해 "광우병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학적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라며 광우병의 공포를 의학적으로 뒷받침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유전자가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주장은 의학적으로 틀린 것으로 판명됐으며, '대재앙'은커녕 미국에서도 지난 2년간 광우병(소·인간 광우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S기자는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떠도는 이야기(괴담) 중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도 많았다"고 인정했다. 대재앙의 시작일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선 "광우병은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대재앙의 시작이라는 표현은 그런 시나리오 중 하나로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여전히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보도에 대한 현재 생각은?
"정부가 한쪽 이야기(안전하다)만 했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다. 만약 정부가 100% 위험하다고 했으면 나는 안전하다고 썼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30개월 이하 살코기도 위험하다고 주장했었다.
"프리온 질병(광우병 지칭)이란 게 위험성이 낮은 건 맞다. 하지만 국가가 정책 결정할 때 국민에게 (적은 가능성도) 설명해야 한다. 나는 의사 출신인데, 맹장염 수술할 때 죽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 그래도 10만명 수술할 때 일일이 다 설명하지 않나."
―'맹장염 수술하면 다 죽는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다'고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
"글쎄. 나중에는 정확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보도는 찾아봐도 없었다.
"허허허…."
'광우병'으로 '한국기자상' 경향신문 K기자
"내 입장 안변해… 최근 1년 美연수 다녀왔는데 쇠고기는 물론 햄버거·피자도 전혀 안먹었다"
경향신문 K기자는 광우병 파동 당시 농식품부를 담당하면서 "미국에는 매년 광우병 감염소 4~7마리가 있는데, 만약 이를 사료로 쓸 경우 연간 20만마리 이상의 소가 감염될 수 있다"고 쓰는 등 잇따른 보도로 '광우병 공포론(論)'을 선도했다.
이 같은 기사로 '한국기자상'을 받았던 그는 광우병 파동 후 가족과 함께 미국에 1년간 연수를 갔다 왔다.
그는 본지 취재에서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내 입장엔 하나도 변화가 없다"며 "미국 체류 1년간 (나와 가족들이) 쇠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광우병이 위험하다는데 왜 발생하지 않나.
"인간광우병 증상이 대부분 치매와 유사해 광우병으로 죽었음에도 원인 모를 의문사로 여기거나, 잠복기에 있을 수도 있다."
―미국 연수를 다녀왔는데.
"소를 많이 키우는 아이오와주(州)에 있었다. 내 아이가 다녔던 학교 얘긴데, 미국 아이들도 급식으로 쇠고기 메뉴가 나오는 날엔 도시락을 많이 싸오더라. 미국서도 아는 사람들은 (미국 쇠고기) 안 먹는다."
―미국에서 쇠고기를 전혀 안 먹었다는 말인가.
"전혀 안 먹었다. 쇠고기는 물론이고 햄버거·피자·육포 등 (쇠고기가 들어간 식품은) 전혀 먹지 않았다. 미국 내 쇠고기는 대단히 위험하다."
―소 부산물로 만든다는 라면스프·알약캡슐·화장품도 안 먹고 안 썼나.
"화장품까지는 모르겠고, 라면 스프는 내가 확인했는데 한인 식품상을 통해 유통되는 '신라면'은 한국산 비프로 만들었다."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100분 토론'에 전화했던 美거주 주부
2년전… "美판매용은 다르다"… 영웅대접
지금… "가족들이 싫어해" 인터뷰 거절
2년 전 "미국인이 먹는 쇠고기와 한국에 수입되는 쇠고기가 다르다"는 오해가 퍼지는 데는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교포 주부 이선영(40)씨의 역할이 컸다.이씨는 5월 9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MBC '100분 토론'에 전화를 걸어 "미국 사람들이 안전하게 쇠고기를 먹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 미국의 90% 이상 대다수 유통되는 소는 24개월 미만 소라고 알고 있다. 이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해서 관심있는 사람들은 채식을 하거나 육골분 사료를 먹지 않은 소를 구입하려고 한다"고 했다.그는 또 "미국은 소에 육골분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다"는 등의 잘못된 사실을 열거한 뒤 "나는 미국 쇠고기를 먹긴 하지만 풀만 먹인 쇠고기만 사다 먹는다"고 말했다.며칠 뒤 '애틀랜타 라디오코리아' 방송에 출연해서는 한 발 더 나갔다. "며칠 전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 연령 소의 부산물로는 개 사료로도 쓰지 못하도록 법이 제정됐는데 개 사료로조차 금지된 고기가 (국내) 동포에게 가게 되었다"며 터무니없는 괴담을 사실인 것처럼 전했다. 이같은 발언은 진위가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여러 매체들에 소개되며 화제를 일으켰다. 일부 매체들은 그녀를 '쇠고기 잔다르크'라고 칭송하며 앞다퉈 인터뷰했다. 이씨는 5월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시위 때 전화 연결을 통해 시위대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그때 영웅 대접을 받았던 이씨의 지금 생각은 어떨까. 이씨는 현재 가족 방문차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본지는 "당시 중요한 발언을 했던 분이니 현재 입장을 듣고 싶다"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씨는 인터뷰에 응할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내가 언론에 나오는 것을 가족들이 싫어한다"며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