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2부 3. 어떤 복지국가를

2010. 8. 17. 17:25lecture

 

 

보편복지·노동권·생태가 미래사회 ‘세바퀴’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누진세로 복지사각 없애고
일자리 확대·노동시간 축소
공동체적 생활모델 구축을
한겨레 이창곤 기자
»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보편복지·노동권·생태가 미래사회 ‘세바퀴’

삼차원 복지국가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 삼차원 복지국가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복지’가 뜨거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데 여기에서 ‘복지국가’가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실 특정한 제도들은 복지국가의 중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들이라고 봐야 한다. 이들 수단을 통해 실현해야 할 중심 가치는 모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전시키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국가란 이러한 가치를 다른 어떤 가치들, 가령 추상적인 집단 이익(‘국가’, ‘민족’ 등)이나 수치 위주의 경제 성장보다 우위에 놓는 사회다. 그것은 또한 부와 권력을 독점한 자들의 이해가 이러한 목표와 충돌한다면 후자를 위해 전자를 과감히 제어할 수 있는 사회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가 1987년 이후 지금까지 정치 영역에서 제한된 형태로만 실현한 민주주의를 이제 사회 경제 영역으로까지 실질적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며, 재벌, 금융 투기 세력 등 거대 자본의 새로운 독재에 맞서 ‘강한’ 민주주의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면 크게 세 가지 과제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첫째 보편적 복지이고, 둘째 노동 연대이며, 셋째 생태사회 전환이다. 그래서 진보신당의 복지국가 비전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보편복지, 노동 연대, 생태전환의 ‘삼차원’ 복지국가 정도가 적절하겠다.

우선 ‘보편복지’의 차원은 요즘 복지국가 담론이 다들 강조하는 바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빠짐없이 인간 존엄성의 최소한의 실현에 반드시 필요한 소득과 재화,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공동체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역사상 이러한 목표에 가장 근접한 사회는 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들이다. 그렇다고 북유럽을 모델로 따라하면 다 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조건에 맞춰 보편복지의 이상에 살을 입혀가야 한다. 이 점에서 지금 한국 사회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실업수당과 공적 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이고, 건강보험 하나만으로 누구나 병원비 걱정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한 소득 누진적 조세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복지국가의 기둥이 다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그 또다른 한 축이 바로 ‘노동 연대’다. 임금이나 노동 조건, 일자리 문제는 제쳐놓고 실업수당이나 연금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다수 시민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 인구의 다수인 임금 소득자들이 빈곤과 실업,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 서구 복지국가들은 모든 가정에 제대로 된 일자리가 돌아가게 하자는 ‘완전고용’을 추구했다.

 

 

 
» 삼차원 복지국가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현직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실업자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애타게 찾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자리와 쉴 시간을 동시에 보장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다. 일자리를 늘리면서 동시에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진보신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일과 쉼의 공존’이라는 표어로 이를 약속한 바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8-8-8 사회’, 즉 ‘8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8시간, 8시간은 각각 쉬고 잠잘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것은 복지국가와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그 핵심 내용이다. 이것을 놓쳐선 안 된다.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또다른 한 축은 ‘생태 전환’이다. 과거 서구 복지국가는 성장 숭배, 대량 소비, 관료주의 등과 서로 결합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20세기 후반기의 풍요에 연료 구실을 하던 화석에너지 의존 체제는 석유 고갈로 그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업이나 국가 같은 거대 기관이 지배하는 일상생활은 자립적이면서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더 이상 매력을 지닐 수 없다.

우리가 건설할 복지국가는 20세기의 복지국가를 답습하는 것일 수 없다. 21세기에 닥친 새로운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가는 복지국가여야만 한다. 평등의 이상을 추구하면서 복지국가라는 성과를 남긴 ‘적색’(노동운동, 좌파정치)을 이어받을 뿐만 아니라 풀뿌리 대중의 자치를 중심으로 삶의 모든 영역을 재구성해가는 ‘녹색’의 새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삼차원’ 복지국가는 ‘적색’과 ‘녹색’의 어울림이며, ‘초록 복지국가’라 하겠다.

복지국가 담론 세가지

복지국가 담론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라 확산되고 있다. 단순 구호나 학문적 탐색이 아닌, 체계와 세력을 갖춘 담론이다. 이 담론은 특히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복지혜택을 주자는 기존의 복지확충론과는 다르다. 실업자 등 자본주의 체제경쟁의 탈락자들에게 국가가 나서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해주는, ‘국가체제의 근본적 전환’을 꾀하자는 주장이다. 서구 역사를 보듯 이런 성취는 그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정성 여부를 떠나, 이를 추진한 세력이 있었고, 대중의 정치적 지지가 있었다.

선창한 곳은 진보적 복지운동 단체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2007년 <복지국가혁명>이란 책을 내며 깃발을 올렸다. 이후 복지국가 담론은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 진보개혁 세력 전반으로 폭넓게 퍼졌다. 진보신당의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 민주당의 정동영·천정배 의원, 일부 보수인사들까지 이 담론 대열에 다투어 합류했다.

이런 상황은 자연스레 ‘복지국가 논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어떤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하느냐는 또다른 측면의 담론 쟁투다. <한겨레>는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복지국가 담론을 세가지 뽑아 각 주창자들이 직접 설명하는 장을 마련했다. 가장 체계적인 틀을 갖추고 시민사회 등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역동적 복지국가론, 진보적 소장학자들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주창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론, 진보신당의 삼차원 복지국가론이다. 아직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것같다. 이 자리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 논쟁이 더욱 활발히 전개되길 기대해본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정의로운 복지국가 / 신동면 경희대 교수(행정학)

 

진보적 자유주의는 사회적·경제적 평등이 확대될 때 모든 사람이 자유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다는 사상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소득과 자산 분배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하여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진보적 자유주의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국가 형태가 바로 복지국가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진보적 자유주의를 구현하는 복지국가 유형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일자리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보장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한국 복지국가의 우선 과제는 모든 국민이 사회적 기본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보장체계를 갖추는 것이 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사회권)가 보장되지 못하는 한국 현실에서 기회의 평등보다도 결과의 평등에 대한 배려가 전제되어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복지국가는 더 많은 기회보다 더 높은 정의를 우선하여야 한다.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을 축소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가 되어야 한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사회적 관계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도록 한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경제적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 고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복지, 노동시장에 참여하여 활성화를 촉진하는 근로 복지를 3대 핵심 영역으로 추진한다.

 

 

 

» 정의로운 복지국가

첫째, 보편적 복지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보장을 실현하여 모든 사회 구성원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 경제적 보장을 위하여 사회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노후 소득보장을 강화하고,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수당을 도입하여야 한다.


둘째, 적극적 복지는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 취업능력을 배양함으로써 고용안정에 기여한다. 지식기반 경제에서 대부분의 괜찮은 일자리들은 지식과 기술을 갖춘 노동인력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근로자들을 위한 직업훈련 체계를 확대·정비하고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여야 한다. 잘 발달된 직업훈련과 교육제도를 통하여 근로자들이 전 생애에 걸쳐 고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실업급여 등의 사회안전망을 통하여 경제적 보장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기업의 불가피한 구조조정에 대한 근로자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근로 복지는 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여 모두가 참여하는 사람중심 경제 건설에 기여한다. 성별, 고용형태, 연령 등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과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에 대한 탈법·불법 노무관리 관행을 뿌리 뽑아 노동시장 내 정의를 구현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영세자영업자를 보호 및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돕기 위한 일-가정 조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저소득 근로자의 근로 소득을 높이기 위하여 근로장려세제와 같은 근로연계 복지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는 모든 국민의 경제적 보장을 통하여 유효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기업 활동에 유리한 선순환 조건을 형성하고, 근로자들의 고용가능성과 경제활동인구의 활성화를 높임으로써 기업 활동에 필요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을 추진하는 정치세력은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근로 복지와 관련된 구체적 사업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고,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여 단계적 전략을 취함으로써 복지연합을 확대해 가야 한다.

 
역동적 복지국가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연일 대통령과 정부가 대기업의 투자와 양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윤을 올린 데 비해 중소기업과 서민경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경제사회체제의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므로 ‘친서민정책’이란 포장으로 미봉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실패다.

 

우리나라는 지난 40년이라는 역사적으로 짧은 기간에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압축적인’ 역동적 발전을 이뤄온 까닭에 근대화와 정치민주주의의 과제 등에서 일부 더 해결할 문제들이 신자유주의의 기본모순 위에 중첩적으로 남아 있기는 하나, 신자유주의가 경제사회의 핵심적 구조다. 그런데 이 속에서 우리는 늘 불안하다. 일자리, 보육·교육, 주거, 노후, 의료 불안이 그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에서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핵심 원리로 삼고, 감세·규제완화·민영화를 통해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 이에 더해 현실의 신자유주의는 금융이 생산에 봉사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생산자본에 대해 우위에 서서 스스로 자립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산업화 시대의 ‘발전국가 모델’에서 신자유주의로의 구조적 전환을 이루었다. 신자유주의는 본질적으로 양극화 성장체제여서 절대적·상대적 빈곤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잔여적 복지지출의 급증은 필연적이다.

 

이로써 지난 10여년 동안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체제와 잔여주의 복지제도의 짝이 제도화됐다. 그간 일부 식자층에서만 사용되던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이제 양극화와 민생불안이라는 부정적 함의를 지닌 채 일반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러므로 ‘친서민정책’ 같은 정치적 수사나 미봉책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야 할 필요성이 절박해진 것이다.

 

우리가 압축적으로 이뤄낸 산업화와 민주화의 빛나는 역사적 성과를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체제’에 넘겨준 채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우리는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의 역사적 성과에서 많은 영감과 정책적 시사점을 얻고, 우리나라에 적합한 ‘토종’형 복지국가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바, 역동적 복지국가가 그것이다.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존엄·연대·정의를 3대 가치로,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를 4대 원칙으로 삼아 구축된 국가발전 모델이다. 첫째는 보편적 복지다. 이는 누구나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기본적 소득 보장과 의료, 보육, 교육, 노인요양 등 사회서비스의 보편적 확립을 포함한다. 보편적 복지는 중산층을 포함한 모두가 복지의 주체가 되는 것으로, 존엄성 유지를 위한 물적 조건과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삶의 안정성과 도전정신을 확보하게 한다.

 

둘째는 적극적 복지다. 이는 개개인의 잠재능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인적·사회적 자본의 강화를 가져온다. 아동, 여성, 노인, 장애인의 능력개발 시스템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지식·기술·건강 능력과 소양이 증대되어 사회 전체의 탁월성이 높아진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 역동적 복지국가

셋째는 공정한 경제다. 균형·안정·협력적 경제구조의 확립을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화, 공정한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산업자본에 조응하는 생산적·장기적 금융자본, 금융의 공공성과 중소기업 지원, 협력적 노사관계와 노동권의 신장, 연대적·누진적 조세제도의 확립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경제에 대한 민주정부의 강력한 개입과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

 

넷째는 혁신적 경제다.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창의성·다양성·유연성이 더욱 요구되고, 혁신적 중소기업이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이는 생산영역의 혁신을 요구하는데, 불가피하게 파생할 수밖에 없는 최소한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의 요체는 보편주의 원리에 따른 보편적·적극적 복지이며,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평생교육체계가 특히 중요하다.

 

이 네 가지 원칙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총체적으로 작동한다. 보편적·적극적 복지 없는 혁신적 경제는 존재할 수 없고, 공정한 경제 없는 보편적·적극적 복지와 혁신적 경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성장(경제) 대 분배(복지)”라는 왜곡된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최근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는 복지의 위기이자 동시에 경제의 위기이다.

 

반면, 북유럽 복지국가의 성공은 복지의 성공이자 동시에 경제의 성공인 것이다. 우리는 “성장 대 분배”라는 잘못된 이분법을 넘어 ‘성장과 분배는 유기적 일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역동적 복지국가는 아래로부터의 광범위한 사회권적 요구와 참여민주주의를 통해 시민권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결집된 힘에 의해 성취된다. 더불어 요구되는 것이 역동적 복지국가를 달성하려는 진보개혁 정치세력의 압도적 힘이다. 진보 대통합과 더불어 민주당의 진보적 위치 설정이 중요한 이유다.

 

[총평] 보편복지·고용·일자리 담론은 비슷

실현가능성·지속가능성 거론 미흡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한겨레

 

 

» 녹색경제로 눈을 돌려 새롭고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동국대 총학생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등 30여 시민사회단체가 기획한 ‘녹색 일자리 한마당‘ 에 방문한 시민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동국대 만해광장에서 한살림과 생협아이쿡이 유기농 쌀과 재료로 만든 비빔밥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10년간 두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사회문제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불평등, 자살률, 빈곤율, 이혼율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복지담론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등장했다. 그렇다면 대안적인 한국의 복지제도는 어떤 특징을 지녀야 할까? 어떤 복지국가가 바람직한가?

 

세가지 복지국가론은 용어는 다르지만 비슷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는 세가지 담론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정책원리이다. 또한 고용과 일자리에 관한 담론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 복지담론이 복지문제뿐만 아니라 고용문제(경제문제)를 동시에 논의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차이는 진보신당이 생태문제를 복지문제와 관련하여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국의 복지가 서구와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서구 복지국가가 성장, 소비와 관료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비판에 근거한 것이다.

 

복지국가 담론이 고려해야 할 세 요소가 있다. 바람직함, 실현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이다. 특히 이들 담론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실현가능성이나 지속가능성에 관한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재정문제와 제도의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정문제는 무엇보다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 데 필요한 부분이고, 제도의 문제는 행정체계와 관련된 것이다. 복지국가 담론이 앞으로 바람직한 복지제도의 특성에 관한 논의를 넘어서 더욱 포괄적인 사회체계와 정책담론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

 

기사등록 : 2010-08-16 오후 08:09:38 기사수정 : 2010-08-16 오후 11: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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