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8. 09:55ㆍtheory & science
[이사람] “마르크스의 이상적 사회 핵심은 사랑” | |
한국 온 마르크스주의 문학이론가 테리 이글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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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무신론 비판 : “좌파가 도덕·정의 복원해야”
마르크스주의 문학이론가 테리 이글턴(사진) 영국 랭커스터대학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당대 서구사회를 대표하는 급진 좌파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카를 마르크스가 말한 이상적 사회라는 것은 바로 ‘사랑’이 있는 사회”라며 “사랑을 좁은 의미가 아니라 넓고 정치적인 의미로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와 고려대 영미문화연구소의 초청으로 방한한 이글턴은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고려대에서 한 강연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이론을 소개했다. 그는 비평 활동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이론의 지나친 이론중심주의를 공격하는 등 이론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를 주로 파헤쳐 왔다. 지난해에는 <신을 옹호하다>라는 책을 통해, 과학에 입각한 무신론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와 강연에서 이글턴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믿음에 문제가 있는 사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주의, 곧 시장경제사회는 본질적으로 회의적·불가지론적·합리주의적·실리적·상대주의적인 곳, 곧 무신론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그 구성원들은 어떤 종류의 믿음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지 경찰의 말을 잘 듣고 돈을 잘 벌면 그만인 미국과 같은 사회가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이런 ‘믿음 없음’의 반대쪽에는 너무 많이 믿어서 문제인 ‘근본주의’ 사회가 있다고 이글턴은 말했다. 한쪽에 돈 버는 것이 전부인 전형적인 미국의 상류층 회사 간부가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이 있는 셈이다. 이글턴은 “너무 많이 믿는 북한과, 너무 믿지 않는 남한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둘이 서로 존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 오늘날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글턴은 좌파들이 나서서 신이나 도덕·윤리·정의와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들을 정치적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좌파들이 정치경제적으로 쇠락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덜 오만하고 덜 파벌적이고 타인에 대해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고리타분한 개념들을 정치적 자원으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사랑이다. 여태껏 개인과 가족 수준의 낭만적, 성적 의미로만 써 왔지만, 앞으로 이를 정치적인 어휘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근원적인 한계와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상사회를 꿈꾸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풀이했다. 이글턴은 고려대, 서울 교보문고, 전남대, 영남대 등에서 강연을 한 뒤 11일 출국할 예정이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
기사등록 : 2010-09-06 오후 06:5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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