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3. 10:24ㆍlecture
‘페일린+티파티’ 미국 흔드는 ‘변종’ 보수주의 | |
주류 보수 리더십 상실 틈타 전국적 뿌리 오바마에 대한 인종주의 편견 깔려 있어 극우성향 공공연한데도 중간선거 큰 영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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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2일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것이라는 예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큰 밑바탕이지만, 그 반대쪽에서 끊임없이 밑불을 지핀 자생적 풀뿌리 보수단체인 ‘티파티’도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각 지역에서 조직되기 시작한 티파티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을 반대하면서 세력을 넓혀갔다. 그리고 이젠 공화당 지지단체로서가 아닌, 공화당 프라이머리(경선)에서 티파티가 지지하는 후보를 잇따라 당선시키는 등 선거판도를 흔들고 있다. <뉴욕 타임스> 추산에 따르면, 상원 의석 100석 가운데 18석이 경합중인데, 이 중 11석은 티파티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하원의 경합 104석(총 435석)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8석에 티파티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됐다.
티파티 집회에 가장 자주 초청되는 연사가 바로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이다. 페일린은 지난 대선 패배 뒤, 기존의 공화당 지도자들이 티파티를 부담스러워할 때, 티파티의 손을 덥석 잡았다. 페일린은 티파티를 통해 미 보수층의 핵으로 부활했고, 티파티는 대선에 나섰던 페일린을 통해 전국 조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다.
오바마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페일린과 티파티는 최적의 궁합이었다. 페일린은 중간선거의 주요 프라이머리에서 지금까지 19명의 후보들에 대해 지지선언을 해 이 중 11명을 당선시켰다. 페일린이 지지한 후보들 대부분이 신진 후보들이라는 점에서 이는 놀라운 성적이다. 지난 2일 알래스카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명 프라이머리에서는 페일린이 지지한 정치 신인 조 밀러가 현직 상원의원으로 알래스카의 30년 정치 가문 출신인 리사 머카우스키를 꺾었다.
‘티파티-페일린’ 신드롬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경기침체와 실업난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라는 인종적 편견이 깔려 있다. 티파티 회원 대부분이 백인일 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인종주의적인 색채를 드러낸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초래한 금융위기의 파도 속에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변화’(Change)의 기치를 내건 오바마 선풍을 지켜보면서 잠자코 있었지만, 보수 백인들이 ‘흑인 대통령’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다 경제위기로 피해의식과 상실감이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티파티는 이를 기독교 신앙, 애국심, 가정의 소중함 등 전통 보수주의의 개념으로 포장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시청률 1위로 떠오른 <폭스뉴스>,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러시 림보 등이 줄기차게 미국인들을 향해 극우주의적 세뇌를 한 것이 티파티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로널드 레이건 이후 뉴트 깅그리치-존 매케인으로 이어진 기존의 보수주의가 미 보수층들로부터 리더십을 잃은 것이 ‘티파티-페일린’ 부상의 원동력이다. 주류 보수주의가 1960년대부터 30년 이상 미국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도덕성에 기반한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티파티-페일린’, 그리고 <폭스뉴스> 방송진행자인 글렌 벡 등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극우 보수주의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 인신공격,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무책임 등 과거 정통 보수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이라크 전쟁, 금융위기 등 실정이 거듭돼 공화당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기존 보수주의 적자들은 이를 재건하려 하기보단 대부분 책임 회피에 급급해하는 사이, 외곽에서 ‘변종 보수주의’가 역으로 본가를 흔드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티파티-페일린’ 흐름이 중간선거를 넘어 앞으로도 계속 미 정치, 미 보수주의의 주류를 형성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5일 ‘티파티는 공화당에 양면의 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티파티가 지지후보를 두고 당원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고 지지층이 갈라져 11월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이 대부분 극우주의 성향을 띠기 때문에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는 이기더라도, 본선에선 중도층 유권자의 표를 얻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프라이머리에서 탈락한 티파티 소속 후보들이 무소속 등으로 출마할 경우, 이는 곧바로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도 있다. 결국 ‘티파티-페일린’의 부각은 공화당, 정통 보수주의, 그리고 민주당이 제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이들의 향후 운명도 여기에 달려 있다 하겠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
거짓말 잇단 폭로에도페일린에 눈먼 우익들 | |
‘배니티 페어’ 탐사보도 “더 나쁜행동 차마 못써” 지지자들 보도내용 무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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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문화 월간지 <배니티 페어>는 최근 발간된 9월호에서 세라 페일린을 집중 탐구했다. 마이클 조지프 그로스 기자가 4개월여에 걸친 탐사보도를 근거로 쓴 기사의 제목은 미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제목을 딴 ‘페일린, 음향과 분노’다. 페일린이 내뱉는 말들이 분노를 일으킨다는 뜻일 게다.
이 기사에서 페일린은 복수심이 강하고 겉과 속이 전혀 다르고, 공과 사가 불분명한 이중인격자로 묘사된다. 페일린과 열렬 지지자들은 기사 내용이 출처가 불분명한 헛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로스는 “페일린의 측근이나 주변 사람들이 페일린을 비난하는데 이름을 밝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선거운동 당시 한 보좌관은 페일린이 조금만 기분이 거슬려도 상대방을 마구 몰아세우고 소리지르며 물건들을 던졌다고 밝혔다. 부부 싸움을 목격한 한 지인은 식음료캔들을 집어던지는 풍경을 전했다.
페일린의 딸 브리스틀과 파혼한 레비 존스턴은 페일린이 낚시를 아주 가끔 하면서도 그가 야외 스포츠를 즐긴다고 한 것은 보수 진영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치스럽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히스패닉계 가정부를 고용했다. 대중 집회에 나서기 전엔 3명의 미용사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부르는데, 팁에는 인색하다. 가방 7개를 운반한 호텔 직원에게 건네준 팁은 5달러로 이 호텔에 머문 유명인사들 중 ‘최악’이었으며, 객실엔 팁을 한푼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또한 놀랄 만큼 상식이 없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페일린을 러닝메이트 삼았던 존 매케인의 보좌관들은 페일린이 아프리카를 하나의 국가로 알고 있었으며, 나중에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말한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일린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이 기사를 선정주의에 물든 ‘황색 언론’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페일린의 지지모임인 ‘세라팩’은 “거짓말들의 종합”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그로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긍정적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 할수록 충격을 받았다. 기사는 차마 쓸 수 없는 나쁜 내용은 뺀 것이다.”
사실 이런 평판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매케인의 딸 메건은 최근 펴낸 저서 <더럽고 섹시한 정치학>에서 대선 과정 때 페일린을 ‘스트레스와 혼란, 공포, 불확실성을 초래한 이상한 행동들을 했던 시한폭탄’으로 묘사했다.
이 정도면 어떤 정치인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뉴스위크>는 페일린의 건재에 대해 “그의 지지자들은 이런 보도를 무시하거나 극단적인 좌파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페일린은 정치를 종교적 일체감, 성공한 여성의 표상, 가족주의, 모성애 등 보수적 가치관 내지 도덕적 열정으로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
기사등록 : 2010-09-12 오후 07:1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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