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40주기…다시 전태일을 말하다] 전태일이 남긴 말

2010. 11. 1. 12:31lecture

 

 

“이 무시무시한 세상…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분신 40주기…다시 전태일을 말하다] 전태일이 남긴 말
한겨레 전종휘 기자기자블로그

 

» 전태일이 재단사로 일하던 1960년대 말 서울 평화시장 인근 중부시장에 들렀을 때의 모습.
1969년 겨울에 쓴 일기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간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무엇부터 생각하는가? 인간의 가치를? 희망과 윤리를? 아니면 그대 금전대의 부피를?”

 

1970년 초에 쓴 글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가장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묻고 부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이것이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의 법칙입니까?”

 

» 전태일이 어릴 적 찍은 가족사진. 어머니 이소선씨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동생 태삼씨, 전태일, 아버지 전상수씨, 큰아버지.

1970년 초에 쓴 글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폭리를 취하고도 조그마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습니다. 합법적이 아닌 방식으로 생산공들의 피와 땀을 갈취합니다. 그런데 왜 현 사회는 그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는지, 저의 좁은 소견은 알지를 못합니다.”

 

1970년 8월9일 일기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조금만 더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 1960년대 말 전태일(맨 오른쪽)이 재단사로 일하던 서울 평화시장의 한미사 동료들과 함께 공장 안에서 찍은 사진.

1970년 11월 유서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데, 굴리는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기사등록 : 2010-11-01 오전 09: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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