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7. 13:01ㆍdiscourse & issue
‘큰손’ 중국인이 경제 좌우…불안한 홋카이도 | |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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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변화하는 중국, 중국이 바꾸는 세계
① 충칭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② 뉴욕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③ 홋카이도에서 중국의 미래를 보다 ④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때 2부: 중국을 흔드는 7가지 변화 3부: 중국굴기와 한국
일본 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지토세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5분가량 달리자, 지토세시 외곽의 한 아파트단지 옆에 꽤 고급스런 주택가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면적 380㎡ 안팎의 2층 단독주택 17채가 모여선 이곳엔 잔디 깔린 정원 곳곳에 대형 위성안테나가 세워져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이곳은 가구회사 닛토리의 자회사인 닛토리퍼블릭이 지난해 7월 완공한 중국인 별장지다. 가까이서 보니 현관 옆에 달린 문패에 중국식 이름이 쓰여 있다. 닛토리는 땅값을 포함해 한 채당 평균 3000만엔(약 4억2000만원)에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100여명이 모여들어 일찌감치 분양을 끝냈다. 중국에서 건물주와 가족 등 70여명이 날아와 열린 몇달 전 입주 환영식엔 삿포로 중국 총영사가 참석하기도 했다.
중 관광객 1년만에 95% 늘고
‘눈축제’로 유명한 홋카이도에 중국인들이 글자 그대로 ‘몰려오고’ 있다. 홋카이도청 집계를 보면, 2009회계연도엔 9만2700명의 중국인이 홋카이도를 찾았다. 전년에 견줘 95.6%나 늘어난 수치다. 중국의 홋카이도 붐은 2008년말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페이청우라오>(한국에선 ‘쉬즈 더 원’(She’s the one)이란 제목으로 개봉)의 영향이 컸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3억명의 중국인이 봤다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여행한 구시로시 아칸호 등 홋카이도의 풍경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쓰다 마사오 홋카이도관광진흥기구 홍보부장은 “상하이 만물박람회가 열리는 동안 9월3~5일을 홋카이도의 날로 정해 대대적인 홍보도 했다”며 “관광산업을 ‘제2의 산업’이라며 적극 육성하고 있는 홋카이도는 호기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삿포로의 호텔들은 중국인 개인 관광객을 위해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통역 서비스 시스템을 갖췄다. 삿포로프린스 호텔은 방에서 중국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위성안테나도 설치했다. 홋카이도에서 숙박한 중국인은 2010년도 상반기(4~9월) 6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서도 다시 70%가 늘었다.
센카쿠 충돌사건 이후 ‘반전’
유통업체들도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이 반갑다. 지난 12월17일 밤 삿포로의 상점가 다누키코지에 있는 ‘니레’라는 선물가게에선 중국인들의 구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여명씩 무리지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안내원의 설명을 들은 뒤 가게로 들어섰다. 이들이 산 물건이 상자에 포장돼 한쪽에 쌓이자, 또다른 한 무리가 가게로 들어섰다. 삿포로역 근처의 다이마루백화점은 ‘중국 인롄(은행연합) 신용카드 사용을 환영한다’는 글귀를 쓴 큰 펼침막을 내걸고 중국인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실제로 일본 관광청이 2007~2008년 조사한 결과, 중국인들은 일본에서 한 사람당 7만9000엔어치의 물품을 구매했다. 한국인(3만1000엔)이나 미국인(2만7000엔)의 갑절을 넘었다.
중국계 자본의 홋카이도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스키장이 몰려 있는 리조트 단지 니세코의 호텔가에 있던 야마다온천호텔이 지난해 초 7억엔에 중국 투자가에게 팔린 일은 지금도 홋카이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콘도미니엄 분양사업을 하고 있는 도라쿠스디벨로프먼트란 개발업체는 지난해 4000만엔가량 하는 콘도미니엄 7채를 지어 5채를 팔았는데, 그 가운데 4채를 상하이에 사는 중국인이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홋카이도신문>은 “니세코의 스키장 5개 가운데 2개는 이미 중국계 자본의 손에 들어갔다”며 “가토관광이란 회사가 지난해 9월 중국과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500억엔 이상을 투자받아 공동개발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일본땅 구입에 반발하는 등
일본은 세계 금융위기 뒤 선진국 시장이 무너지자, 중국 시장 확대에 더욱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일본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5년 13.5%에서 2009년 18.9%까지 급증했다. 일본은 중국인 관광객이 내수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지난해 7월 중국인 개인관광비자 발급 요건을 획기적으로 완화했다. 실제 7월 이후 중국 관광객은 더욱 급증했다. 홋카이도 주민들은 중국 자본의 진출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센카쿠열도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양순시선의 충돌사건 이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홋카이도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일본 전역을 찾은 중국인은 10월 들어 지난해 같은달보다 1.8% 줄어든 데 이어, 11월엔 43.4%나 감소했다. 마에다 가즈히로 홋카이도관광진흥기구 프로모션그룹 매니저는 “센카쿠 충돌 이후 홋카이도 여행 계약도 꽤 많이 해지됐다”며 “2011년 1월말 2월초 중국발 전세기편도 2010년보다 1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회계연도에 홋카이도를 찾는 중국인이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금 추세라면 12만~13만명에 그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일본 여행 억제, 희토류 수출 중단 등 경제 보복조처를 본 사람들은 ‘중국 의존’의 위험성을 거론하고 있다. 다누키코지의 상인 쓰다 노부유키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중국인들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중국인의 일본 부동산 구입에는 경계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지토세 별장을 시작으로 홋카이도에 모두 1000동의 중국인 전용 별장을 짓겠다고 밝혔던 닛토리퍼블릭은 지역 주민들의 적잖은 항의를 받고 이를 유보했다. <엔에이치케이>(NHK)는 12월31일 홋카이도 니세코 일대에서 중국계 자본이 토지를 구입하는 데 대해 강한 경계감을 담은 ‘홋카이도의 숲을 노리는 중국 자금’이란 제목의 <스페셜>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했다.
스가하라 준 <홋카이도신문> 지토세지국장은 “지토세에는 일본 최대 규모의 전차부대가 있어 시민의 4분의 1이 자위대원이거나 그 가족이라, 중국에 대한 경계심리가 더욱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일본 땅 구입에 대한 반발은 이미 일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중국은 나고야에 영사관을 새로 짓기 위해 일본 재무성의 토지 매각 입찰에 참가해 1만㎡의 터를 사기로 했으나, 재무성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하자 12월말 매각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니가타시가 시유지를 중국 영사관에 매각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운동에 밀려 이를 유보했다. 일본인들은 중국이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그 힘을 이제 막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다케사다 히데시 일본방위연구소 총괄연구관은 “우리는 그대로인데 중국이 달라지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삿포로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
일본인 87% “중국 신뢰못해” ‘중국위협론’ 갈수록 힘받아 | |
일부 관료, 혐오감 부추겨 일각선 “위협론 근거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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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더 잘살게 되면, 세계가 더 좋아진다. ”
1978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오히라 마사요시 당시 일본 총리가 대중국 공적개발원조(ODA)의 시작을 알리면서 한 말이다. 이후 30년 넘게 일본은 중국에 어느 나라보다 많은 지원을 했다. 전후배상의 성격도 짙었던 일본의 대중 원조는 공산주의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원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런 중국이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군사력을 확대하면서 일본에서는 ‘위협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은 민주당 정부 안의 중국위협론자를 대표한다. 그는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12월8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강연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일본에 현실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일 안보조약에만 방위를 의존한다고 자민당을 비판하면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개정 필요성까지 언급해 당 안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센카쿠열도 충돌 사건 때 그가 중국의 반응을 ‘히스테릭하다’고 말하자, 중국 정부가 거칠게 반발한 것도 그의 중국관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중국에 대해 가장 거친 말을 쏟아내는 정치가로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가 꼽힌다. 그는 ‘혐오’의 감정을 부추기는 쪽이다. 그는 2001년 재일 중국인의 범죄를 “민족적 유전자(DNA)를 표시하는 범죄”라고 말하는가 하면, 2005년 중국에서 반일 목소리가 커지자 “중국은 민도가 낮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위협론과 혐오감이 퍼지면서 일본인의 중국에 대한 시각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매년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중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대답은 1988년 14%에서 쉼없이 상승해 2008년 80%에 이르렀다. 2009년 잠시 줄어드는 듯하더니 2010년엔 다시 87%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중국위협론을 근거없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일본공산당은 “중국위협론은 중국의 군비확대로 군사적 권익을 위협당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이 부추기고, 일본이 베끼고 있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2009년 12월 한 심포지엄에서 “중국의 군사비 증가는 군인 급여 상승에 상당액이 쓰이는 만큼 위협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
중국 방위예산 ‘20년새 18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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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1968년 이후 줄곧 세계경제 2위를 지켜온 일본의 자리를 중국이 2010년 마침내 빼앗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일본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규모가 아니라 군사력 때문이다.
중국은 1989년 이후 2009년까지 21년 연속 두자릿수로 방위예산을 늘려왔다. 그 결과 20년 사이 방위비가 18배로 늘었다. 2010년엔 공식적으로 9.8% 늘려 한자릿수 증액에 그쳤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율이다.
2010년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보고한 방위예산은 5191억위안(약 89조원)으로, 4조6826억엔(약 62조원)인 일본보다 40%가량 많다. 중국의 병력수는 일본의 10배이고, 해군이나 공군의 핵심 장비는 3배 수준이다. 중국은 핵무기와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방위백서는 “중국이 국방비라고 발표하고 있는 액수는 실제 군사 목적으로 지출하고 있는 액수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은 2009년 중국의 군사비지출을 1500억달러(172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한다. 일본은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군사비를 장기간 동결하고 있다. 2010년 일본의 방위예산은 10년 전에 견주면 4%가량 줄었다. 2011년부터 5년간의 방위정책을 담은 새 방위계획대강에서도 자위대의 정원과 예산은 소폭 줄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
기사등록 : 2011-01-05 오전 09:1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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