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좌담] 한반도 3월 우기설과 한계 부닥친 국제외교

2011. 3. 2. 13:54interview

 

 

군사훈련보다 ‘북 식량 원조’로 대화 문 열어야
한반도 ‘3월 위기설’과
한계 부닥친 국제외교
한겨레 강태호 기자기자블로그

 

 
» 윌리엄 하버드대 케네디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왼쪽부터)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가운데),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반도의 최근 상황을 두고 좌담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강태호 기자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다. 지난 1월 미·중 정상회담으로 열리는 듯했던 대화 기운이 벽에 부닥치면서 ‘3월 위기설’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태평양세기연구소(PCI) 연례회의를 계기로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 케네디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을 만나 미·중과 남북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좌담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오후 로스앤젤레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1시간 반에 걸쳐 진행됐다. 좌담자

» 문정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

연세대를 거쳐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문정인 연대 교수는 2000년과 2007년 두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한 남북 문제 전문가다. 아울러 참여정부의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국방발전자문위원회 위원 등 그가 거친 직책이 보여주듯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정치경제를 비롯해 국제정치 외교 안보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전문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이슬람 중동정치 전문가이기도 하다. 유창한 영어 실력에다 미 켄터키대, 윌리엄스대, 듀크대 교수와 미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다보스 포럼 등 주요 국제회의에 빠짐 없이 참여하며 다양한 교류를 통해 미국 등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 학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는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200여편의 논문과 40여편의 편저서를 출간하는 등 학문 활동 뿐만 아니라 수많은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정책결정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중국의 내일을 묻다>는 중국의 시각에서 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전략을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 도널드 그레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

70년대 초반 미 중앙정보국 한국지부 책임자로 부임한 그레그는 89~93년 주한 미 대사를 거쳐 2009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기 까지 70년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는 지난 40여년 동안 북미관계를 포함해 한반도 현대사의 극적인 순간을 지켜본 산 증인이자 정책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명실공히 한반도 문제의 최고 전문가이자 원로다. 그는 또한 지미 카터 대통령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위원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 등으로 10여년간 백악관에 있으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결정과정에도 직접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8월31일 <뉴욕타임스>기고문을 통해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한국 주장에 모든 국제사회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이명박 정부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 윌리엄 오버홀트
윌리엄 하버드대 케네디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명문 하버드를 거쳐 예일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윌리엄 오버홀트 미 하버드대 케네디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세계화> <중국의 부상-경제개혁이 어떻게 새로운 수퍼파워를 만들어냈는가> 등을 통해 일찍부터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를 논의하게 된 오늘의 중국을 연구해 온 명실공히 중국과 아시아 문제 전문가다. 그는 93년판 <중국의 부상>(한글번역본은 <초강국으로 가는 중국>)에서 이미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로 미국과 중국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우호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제시했다. 지미 카터 시절 선거참모로 민주당과 인연을 맺은 뒤 90년대 중반 빌 클린턴 행정부에선 대외정책 자문관을 지냈으며, 하버드 케네디정책대학원 수석연구원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 한국개발연구원(KDI) 초청 연구위원, 국방대학원 자문역으로 한국과도 여러 인연을 맺어왔다.

‘북 추가도발 가능성’ 대비책은

 

오버홀트 “강력대응 신호 보내되 유화책도”
그레그 “식량지원 카드로 군사력 억제유도”

 

미·중 한반도정책 ‘엇박자’ 왜

 

문정인 “미, 한국만 편들며 다자외교 소홀”
그레그 “북 붕괴·북핵 위협 인식에 시각차”

 

문정인(이하 문) 3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남북대화는 결렬됐고, 북한의 핵 실험 조짐, 최신 미사일 발사실험장을 완공했다는 보도에 이어 한미는 키 리졸브 독수리 연습등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에 들어간다. 북한이 이에 맞서 또는 이를 명분으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난해 보다 더 심각한 충돌이 우려된다.

윌리엄 오버홀트(이하 오버홀트)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강력한 대응조처가 뒤따를 것이라는 명백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위기를 막기 위해 북한이 보다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

도널드 그레그(이하 그레그) 가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 군사 당국자간 대화를 통해서 정례적인 군사연습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3월로 가면서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식량문제가 보다 심각한 현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식량지원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억제하도록 하는 것이 예상되는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바람직한 접근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자제하면 할수록 식량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시키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3월의 시점에서 대화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군사 문제 보다는 식량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한국의 연평도 포사격 훈련재개에 대해 추가도발로 대응하지 않고 자제했듯이 이번 한미 군사연습에 대해서도 동일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태도는 한미로 하여금 북한과의 관계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게 만들고 북한이 원하는 식량원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조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중순 미중정상이 만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두나라의 협력을 담은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미중정상회담의 합의는 벽에 부닥쳐 있는게 아닌가? 이와 관련해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대응이 대비된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남북 모두에게 자제와 대화의 자세를 강조함으로써 긴장고조를 막으려 한 반면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보다는 동맹중시의 입장에서 특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 과도하게 한국의 편에 서는 일방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오버홀트 = 한국이 자제해야 한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 한국은 자제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쉽게 말할 수 있다. 북한이 공격한 뒤에 서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기 보다는 그런 도발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한 외교적 대응이었다고 본다.

=중국은 지난해 미 항공모함이 서해에서의 한미 군사연습에 참여하는 데 강하게 반대했는데 미국의 항모가 참여하는 이번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보는가? 남북 뿐만 아니라 미중간에도 또 다시 긴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그레그 =그런 가정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가르쳐 준건데 그런 유도성 질문에 넘어가면 곤경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한반도 문제에서 미중이 협력하기 어려운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북한 핵은 한미에겐 심각한 위협이지만 중국에겐 그렇지 않다. 반면에 중국은 한미의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 예컨대 체제 전환내지 흡수통일론에 대해선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북한의 붕괴로 인한 위협과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라는 '위협의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수퍼 파워’라고 하는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는 남북한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의 한 전문가는 중국이 북한에 당하고 있다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비유하고 또 다른 전문가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국에 ‘납치당했다’고 했는데

오버홀트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체제의 안전보장이다. 이를 전제로 미국이 중국이 그리고 남북이 서로가 뭘 원하고 있는 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틀이 필요함에도 그것이 존재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북한과의 교류와 접촉이 늘어나면서 북한에 대한 정보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확한 정보는 없으며 정권교체가 언제 일어날 지에 대해선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적으로 그리고 내부적 문제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의 이런 근본적 위기를 정면으로 대응하려고 하지 않고 피하려 한다. 그런 내부 문제에 개입할 경우 긴장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이 문제를 협의하자고 하면 피하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이 북한의 내부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길 원치 않는 것은 의견이 분열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레그 =문제는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모두 북한의 내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확히 알 수도 없다는 데 있다. 권력이양 등 북한 내부에 대한 미국의 정보실패는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한가지는 확실하다. 그건 3개월 이내에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하리라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 문제에 대한 다자적 접근은 앞으로 이뤄질 모든 외교 안보 현안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오바마 행정부는 그런 방향으로 가지 못하는가? 미국은 전략적 인내만을 얘기하고 있다. 그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이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위협을 더욱 강화하도록 만든 건 아닌가? 2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우라늄농축시설 공개 등 북한은 위협의 수위를 높여왔다. 더 나빠졌다. 그럼에도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지는 않은 채 북한이 변화하기만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설적으로 묻겠는데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오버홀트 =경제적 안정, 국민들의 삶, 정치체제의 속성 등의 관점에서 보면 시간이 북한 편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레그 =시간이 누구편인가라는 질문은 사과와 오렌지를 서로 비교하려는 것이기에 적절치 않다.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해결방안은 두가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고립과 제재를 통해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정권교체 등을 도모하는 체제 전환의 강경론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적절한 보상이 포함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하는 유도하는 온건론일 것이다. 어떤 방식을 지지하는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평가

그레그 “한때 의욕…천안함 뒤 적대감 커”
문정인 “북한 증오해 붕괴 기대감에 움직여”

 

북 ‘붕괴 가능성’ 어떻게 보나

오버홀트 “변화 불가피…급변사태 대책 필요”
그레그 “경제난에 상황 악화…핵무장 강화”

 

오버홀트 =핵 위협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한다는 것과 북한 붕괴론을 추구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고립과 제재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북한이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국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인다면 분명하게 그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 하나의 정책 팩키지(묶음) 안에 담겨있어야 할 것이다.

그레그 =인도적인 문제인 식량지원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이 직면한 보릿고개 문제를 넘어가는데 협력해줌으로써 5~6월쯤 시작될 수 있는 대화를 위한 기초를 만들어 갈 수가 있다. 협상을 하기 전에 이것을 해야 저것을 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북한 스스로 자신의 체제유지에 핵심적인 수단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럼 이렇게 다시 묻고 싶다. 오바마와 부시는 뭐가 다른가?

그레그 =물론 오바마가 부시 보다 훨씬 뛰어나다.

= 솔직히 뭐가 나은지 모르겠다.

그레그 =예컨대 그가 아랍국가들에게 밝힌 이집트 카이로에서의 연설은 훌륭한 것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문제는 백악관 참모들이다. 백악관엔 중국 일본 전문가는 있어도 북한 전문가는 없다. 지난 10여년간 백악관에서 근무한 내 경험에 따르면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레이건 대통령이나, 이란 미대사관 인질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카터 대통령이나 그건 잘못됐다고 말해줄 측근들이 없었다. 상황이 잘못됐을 때 그렇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대통령에게 말할 수 있는 참모가 있느냐 아니냐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도 박종규 경호실장은 나쁜 뉴스를 말할 수 있는 측근이었지만,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아니었다. 그는 심지어 평생 적이었던 김일성을 만나고 와서는 서투른 영어로 ‘대단한 인물’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전두환 대통령 때는 김경원 비서실장이 듣기 싫은 얘기를 한 인물이었다. 지금 백악관엔 좋은 뉴스만 얘기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내 개인적 견해로는 부시 2기가 오바마 때보다 훨씬 더 나았다고 보는데

그레그 =그렇게 비교하지는 않겠다. 부시 2기가 1기 때보다 훨씬 좋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오바마는 부시가 남겨놓고 간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씨름해야 했다. 오바마는 북한 문제에 집중할 수가 없었으며,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뛰어난 고위급 인사도 없었다.

오버홀트 =오바마가 직면한 이라크 아프간 전쟁, 금융위기 등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뒷전에 밀리게 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대북정책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고 변호하는 말만 하는데 답을 피하려는 거 같다.

그레그 = 그건 나도 마찬가진데...(웃음)

=그렇다면 비핵개방3000, 그랜드 바겐 등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보는가? 북한에 대한 증오와 붕괴론에 대한 기대 위에서 움직인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레그 =2009년 8월부터 2010년 4월까지 네 번에 걸쳐 이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첫대면했을 때는 북한이 이 대통령을 역도로 비난하던 때인지라 매우 강경한 시각을 보였으나 그 2주일 뒤 김대중 대통령 서거 뒤 북한이 조의특사방문단을 보내 이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된 직후 내가 청와대서 이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는 면담 내용에 대해 의욕적으로 매우 많은 말을 했으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9월에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뉴욕에 온 이 대통령을 다시 만났는데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용의가 있다면서 적극적인 자세였다. 나는 가장 보수적인 반공주의자였던 닉슨 대통령이 공산 중국과 관계정상화의 길을 열었듯이 이 대통령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2010년 4월 이 대통령을 네 번째 만났을 때 그는 나를 외면했으며 북한에 대해 다시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천안함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이 정부의 정책을 좌우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북한이 천안함 사건의 공동조사를 제의했을 때 받아들였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다.

=북한 붕괴의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버홀트 =우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해야 한다. 정책의 목표를 북한 붕괴로 설정하는 것과 그런 가능성에 대비하고 접근하는 것은 다르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북한이 현재의 같은 상태로 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변화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중국이 했듯이 개혁 개방의 길로 가야 한다.

그레그 =북한의 지금 상황은 핵 무장능력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식량등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핵확산의 유혹은 커진다. 2002년 2차 핵위기 당시만 해도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자위권 내지 핵억지의 논리로 나왔다. 핵확산은 이런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핵확산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중국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오버홀트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데 중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데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점점 더 많이 자신들의 요구를 얘기할 것이며 그런 방향으로 계속 노력하면서 영향력은 점진적으로 커질 것으로 본다. 북한의 정책을 바꾸거나 지도부 교체는 가능하지 않겠지만 특정 현안에 대해선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정리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기사등록 : 2011-03-01 오후 08:55:17 기사수정 : 2011-03-01 오후 10: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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