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8. 17:12ㆍtheory & science
‘중국모델, 신자유주의 대안 될까’ 다시 불붙는 논란 | |
개혁 모순 비판하던 왕후이 “개혁, 인민 이익 대변” 선회 백승욱 교수 “관변적 주장…관료자본주의는 해법 아냐” 백원담 교수 “중국은 경제 외에 ‘팍스 시니카’ 조건 못 갖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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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메리카 G2 시대를 가는 법’ 토론회
중국의 개혁·개방을 신자유주의적 흐름이라며 비판해왔던 중국의 대표적인 신좌파 지식인인 왕후이(왼쪽 사진) 칭화대 인문학원 교수가 “중국의 개혁은 내재적 논리를 가진 자주적·주동적인 개혁”이라며 중국의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기반해 중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도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발 금융위기 뒤 부상한 주요2국가(G2) 체제에 대한 논쟁과 관련해, 중국이 사실상 미국 패권을 대체하는 구실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이다. 왕후이가 그동안 불평등, 빈곤 등 체제 내부의 모순 해결에 적극적으로 발언해왔던 비판적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주목할 만한 변화로 읽힌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는 27일 <황해문화>, <한겨레>와 함께, ‘차이메리카 G2 시대를 가는 법’이라는 제목의 제1회 사회토론회를 열었다. 주요2국가 체제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이를 경제·사회적, 국제관계적 분석에만 그치지 말고 담론적인 측면에서 따져보자는 취지다. 토론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왕후이는 ‘중국굴기의 경험과 그것이 직면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서면 발표에 나섰다.
왕후이는 논문의 첫머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경험은 중국 사회주의 시기와 개혁개방의 시기, 두 전통의 기초 위에 수립됐다고 믿으며, 전지구적 금융위기와 장기간 누적된 모순은 어느 쪽이든 과거의 모델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현재 중국굴기를 만들어낸 ‘중국모델’이 미국 패권이 이끌어온 세계질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무엇보다 왕후이가 주목하는 지점은, 중국이 다른 어떤 체제와도 다르게 독립자주적으로 사회발전 노선을 탐색해왔다는 점이다. 그는 “정당관계와 정치 진행 과정 중에서 발전한 일종의 특수한 정치적 독립성이 국가, 경제 등의 영역에서 드러났다”고 말한다. 그 실체는 사회주의적 역량의 부단한 ‘자기조정’ 능력이라고 본다. 민주주의 제도는 부족하지만, 대신 지식계를 중심으로 한 이론논쟁과 당내 노선논쟁 등이 중국의 혁명과 개혁 과정 모두에 중대한 작용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이것을 가능케 한 사회주의적 역량으로, 왕후이는 기층 농민의 능동성과 여기에 뿌리내린 정당, 시장에 대한 규제와 관리를 지속해왔던 국가의 역할 등을 짚었다. 곧 “국가가 대표하는 이익의 보편성은 중국혁명과 사회주의 실천의 기초 위에 수립되며”, 이런 관점에서 중국이란 국가는 부단한 자기조정 과정을 통해 개혁·개방 아래에서도 특정 이익이 아니라 포괄적인 인민의 사회적 보편성을 대변해왔다는 것이다.
왕후이는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절대적인 지배적 지위의 쇠락을 가져왔다”며 새로운 발전모델의 탐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흥기는 결코 중국이 미국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지만, 전 세계경제 속에서 중국과 이 지역이 가지는 지위의 상승은 세계의 다극화 형성에 공헌할 것”이라며, 중국모델에 대안적 위상을 부여했다. 중국 신좌파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국내에 소개해왔던 백승욱(오른쪽) 중앙대 교수는 왕후이의 발표에 대해 “지은이를 가리고 본다면 사실 중국 정부의 공식 견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관변적 색채의 주장”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백 교수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몇십년 동안 지속·확장되어 온 역내 분업구조의 확장이며, 저임금에 기초한 저가 소비재 공급지라는, 세계체제 속에서 중국의 중하위 파트너십으로서의 위치도 부인할 수 없다”고 짚었다. 곧 왕후이가 말하듯 중국이 세계체제 속에서 독립자주적 발전모델을 발전시켰다고 보기 어려우며, “관료자본주의 또는 국가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는 현재 중국의 특성들이 위기 돌파의 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적인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자유주의의 위기 이후 중국이 과연 어떤 보편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토론회의 다른 발표들 역시 주요2국가 체제 담론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제시하는 보편성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점에 집중했다. 백원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중국은 경제강국으로의 부상 외에 대외적으로 ‘팍스 시니카’로서의 권위를 부여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문제의 핵심은 탈근대적·탈국민국가적 주체형성으로서 자본주의 근대화 이후 세계의 비대칭구조를 다원중심의 평형구조로 재편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러시아, 유럽연합 등 다양한 극의 행위자들과의 유동적 관계 속에서 갈등과 협력을 공유할 것”이라며 “주요2국가 체제라기보다는 주요2국가들(G2s) 체제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중국은 2030년 뒤에야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과 연계한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정진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중국이 어떤 모습으로 부상하느냐는 일본이 지향하는 새로운 국가 이데올로기의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
기사등록 : 2011-04-27 오후 08:1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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