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0. 17:58ㆍdiscourse & issue
은퇴한 철강노동자 “월 350만원 연금 타” | |
[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④ 노후가 든든한 사회(연금) 65살부터 누구나 받아…최저 월 134만원 최저보장연금에 소득비례연금 ‘2층 구조’ 1998년 제도개혁으로 기존 문제점 보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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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40년 동안 철강기업에서 일했다. 꼬박꼬박 연금보험료를 낸 덕분에 65살부터 매달 2만크로나(350만원)를 받고 있다. 그는 “의료비가 사실상 공짜이고, 노인들에겐 교통비, 박물관 입장료, 여행비용까지 할인해주기 때문에 연금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식료품 따위를 사고 아파트 임대료(월 4000크로나)를 내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옌손이 누리는 평안한 노후생활은 스웨덴에선 일부 선택받은 이들의 특권이 아니다. 경제적 격차는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연금제도와 의료서비스 등 든든한 복지정책 덕택에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즐긴다. 스웨덴은 세계 3위 안에 드는 초고령사회다. 지난 2008년 기준으로 65살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2050년에는 그 비율이 2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 보수진영에서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례로 내세우는 것이 연금제도다. 1998년 이뤄진 연금개혁 때문이다.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98년 전인 1913년에 시작했다. 연금개혁은 1980년대 후반 논의를 시작해 10년 만인 1998년 합의에 이르렀다. 스웨덴의 연금개혁은 과연 보편적 복지 기조에서 벗어난 것일까?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노인 누구에게나 주는 기초연금을 1층으로 하고, 소득에 비례하는 연금을 2층으로 하는 구조였다. 연금개혁은 기초연금을 없애는 대신 최저보장연금을 도입하고, 소득비례연금의 내용을 바꿨다. 소득비례연금은 개혁 전에는 노동기간 가운데 소득이 가장 높았던 15년 동안의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30년 가입기간에 한해 수급권을 보장했다. 이는 임금 변동이 별로 없이 40~50년 동안 일한 저소득층보다 15년 동안 높은 임금을 받은 노동자에게 더 유리한 구조여서 장기노동의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국립연금청 아르네 파울손 분석가는 “고령화와 경제불황이 겹치면서 연금 재정이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기존 연금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개혁의 이유”라고 말했다.
새로운 소득비례연금은 일하는 동안 낸 보험료 총액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임금 수준이 비슷하다면 15년 일한 사람보다 20년 일한 사람이 보험료 총액이 많은 만큼 연금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연금보험료는 소득의 18.5%(우리나라의 경우 9%)다. 고용주와 노동자가 절반씩 내는 우리와 달리 스웨덴에선 고용주가 11.5%, 노동자가 7%를 낸다. 이 가운데 2.5%는 노동자가 직접 선택한 주식에 투자한다. 소득비례연금은 일반적으로 65살부터 받는다. 61살부터도 가능하지만 연금 액수가 내려간다. 젊은 시절 일을 제대로 못해 65살이 됐을 때 소득비례연금이 최저보장연금보다 적거나, 연금을 전혀 내지 않았을 경우엔 최저보장연금을 받는다. 누구나 적어도 최저보장연금은 받는다는 얘기다.
스웨덴의 올해 최저보장연금은 1인 기준(40년 거주) 7597크로나(134만원)다. 최저생계비(4832크로나)보다 1.6배가량 많다. 파울손 분석가는 “사회제도는 인구 변화와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시대에 맞게 조정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스웨덴 연금제도는 여전히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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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선 자식에게 손벌릴 필요 없어” | |
어린이집 운영뒤 은퇴한 교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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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달라는 노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스웨덴에서 50년째 살고 있는 교민 천순옥(75·여)씨가 스웨덴의 노후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자식이나 친구에게 돈을 빌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노인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이다. 30년 가까이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그는 65살부터 노령연금으로 매달 1만2000크로나(260만원)를 받고 있다.
스웨덴에선 98년 전부터 노령연금제도가 시행돼 대부분의 노인들이 연금 혜택을 받고 있다. 노인들의 경우 병원을 자주 가게 되는데 진료비와 약값을 합해 1년에 50만원 이상 내지 않는다. 주택 임대료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이 나온다. 천씨는 “75살이 넘으면 전화 한 통으로 코문(지방자치단체)에서 커튼이나 전구 교체 등 집안에 불편한 상황까지 해결해준다”고 말했다.
천씨는 요즘 손자·손녀들을 돌보며 수영과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족들과 함께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등지로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천씨는 “스웨덴이 한국에 비하면 생활하는 데 지루한 면은 있지만, 교육까지 공짜이다 보니 부모한테 손 벌리는 자식도 없어 크게 욕심만 내지 않으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천씨도 일을 하는 동안 다른 스웨덴 사람들처럼 30% 가까운 세금을 냈다. 천씨는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으려면 먼저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세금을 낸 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30%씩 내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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