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우선사업 내가 결정” 축제 된 주민총회

2011. 7. 25. 15:02eunpyeong

 

 

“지역우선사업 내가 결정” 축제 된 주민총회

등록 : 20110724 21:19 | 수정 : 20110724 22:57

 

주민참여예산총회 연 인천 연수구 가보니
토크쇼·연주회 즐기며 주민들이 사업순위 투표
“생소했지만 세상이 변화하는 것 같아 가슴 뭉클”

 

 

 

 
» 24일 인천 연수구 옥련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옥련1·2동 ‘주민참여예산 총회 페스티벌’에 참석한 주민들이 구청의 내년 예산안 편성에 우선 반영할 사업을 고르는 투표를 하고 있다. 연수구청 제공
“동네에 아이들이 갈 만한 문화체육공간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먼저 예산을 써야 합니다.”(이수희(38)·옥련1동 삼성아파트)

“동네 재래시장인 옥련시장이 최근 현대화사업으로 좋아졌지만, 주차 공간이 없어서 이용하기 힘듭니다. 주차시설이 시급합니다.”(배선옥(36)·옥련1동 서해아파트)

24일 오후 6시30분부터 인천시 연수구 옥련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옥련1·2동 주민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주민참여예산 총회 페스티벌’의 주민자유발언대 시간에 마이크를 잡은 주민들이 제각기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예산 담당 공무원들이 독점해오던 지자체 예산 편성에 주민을 참여시켜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끌어올리자는 취지에 따라 오는 9월9일부터 모든 지자체에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주민대표협의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 의견을 모으고 있으나, 전체 주민이 자유롭게 참여해 투표로 결정하는 축제 형식의 총회를 연 것은 연수구가 처음이다.

 

풍물단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총회는 주민들의 영상 질문에 고남석 구청장이 직접 나와 답변하는 형식의 ‘주민참여예산 토크쇼’, 관현악단 연주, 영화 상영 등을 곁들여 3시간 넘게 흥겹게 진행됐다.

 

총회에는 옥련1·2동 주민참여예산 지역위원 20명이 지난 5월부터 주민들로부터 제안받은 300여건 가운데 동별로 10건씩 모두 20건을 선정해 안건으로 상정했다. 참석자들은 안건을 제안한 주민들의 설명을 들은 뒤, 입장하면서 받은 투표용지에 사업 5개씩을 표시해 투표함에 넣었다.

 

투표를 한 주민 김지은(45·옥련1동 쌍용아파트)씨는 “처음이라 생소하고 어색했지만 세상이 변화되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은 △생활체육시설 확대 △옥련동 주변 도서관 건립 △청소년 문화시설 신설 등 10개 사업은 오는 11월 구의 참여예산 민관협의회에 우선사업으로 올려져 예산안 반영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앞서 23일 저녁 7시부터 연수구 동춘동 주민센터 옆 해시계공원에서 지역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동춘1동의 주민참여예산 총회인 ‘우리 동네 예산디자인 한마당’도 음악학원 원장인 주민의 색소폰 연주 속에 흥겹게 펼쳐졌다.


제안된 9건의 사업을 소개하는 패널 위에 주민들이 직접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으로 대신한 투표에서는 △아파트단지 안 자전거 거치대 설치 △청소년센터 설립 △주민자치센터 안 작은 도서관 설치 등이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았다.

 

유진수 동춘1동 참여예산지역위원회 부위원장은 “여전히 예산 편성은 구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지만, 앞으로 1~2년 지나면 주민들이 지역의 미래에 대해 좀더 고민하면서 좋은 안건을 많이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영환 기자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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