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31. 11:42ㆍ파놉틱 정치 읽기
2011. 10.26 선거결과를 보면서
선거결과에 대한 분석이 대강 정리되는 분위기다.
1) 반MB라는 심연에 깔린 거대구조로서의 민심,
2)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구성된 20~30대의 분노와 선거를 통한 변화에 대한 각인과 그 결과에 대한 유희,
3) 흔들리며 유동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찰, 판단하고 있는 수도권 40대의 집단적 공감대의 확산
4)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망의 표출로서 '2013체제'에 대한 갈망, 그리고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소통채널로서 SNS
5) 이 환경 속에 등장한 '안철수 정치'와 그것의 한계
이제 중요한 것은
1) 지역, 공장, 학교, 병원, 시장 등 일상 삶의 공간에서 더 좋은 정치와 더 좋은 삶을 위한 '시민-정당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무브온과 같은 온라인, 오프라인의 풀뿌리 단체와 혁신하는 지역 단위의 정당조직이 수평적 협력체계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다. 항상 상위정치로서 민주당의 혁신을 요구한다고 혁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상위정치의 자기혁신과 함께 지역단위의 건강하고 자생력 있는 거버넌스의 결합이 새로운 정치를 잉태할 수 있다. 서울시장선거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민주당의 위기를 넘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을 표출한 것이다. 이대로 지역을 방치하고 새로운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중앙집중적 정당정치를 온전히 두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너무나 이율배반적인 접근이다.
2) 조사없이 발언말고, 현장을 방치하고 대안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 1987년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 이후, 한국은 1997~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새롭게 출몰하고 있는 제2의 금융위기 속에서 빠르게 변해왔다. 그 결과는 양극화이며, 1 대 99 사회이며, 빈곤과 절망의 구조화였다. 그것의 발현이 20~30대의 분노이며, 이를 반영한 여론이 40대의 쏠림현상이다. 무엇이 변했는가? 20~30대의 세대 정체성은 무엇인가(1997년 30대, 2008년 20대의 충격파)? 스윙보터(swing voters), 앰비발렌트(ambivalent) 유권자로서 40대의 흐름(1987년 민주화세대)은 무엇인가? 전면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정치화시켜야 한다. 전략적 분석은 전략가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러티브에서 나오는 것이다.
3) 대중의 언어와 대중의 생각에 근거한 메시지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식상하고 재미없고 대안없고 실망스러운 여의도 정치판, 정당정치 판의 메시지로 새로운 정치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없다. 대중의 이야기, 일상의 이야기를 그야말로 일상적인 메시지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발굴해야 한다. 시민의 욕망을 정치로 담아내야 한다. 욕망의 지점을 담아내지 못하는 정치는 이미 메시지 전달력을 상실한 것이다.
4) 민주진보진영의 단결과 연대는 이제 논의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다. 그것이 통합이든 연대이든 그 방식은 이차적 문제다. 단계적, 점진적으로 가든, 통합전당대회로 가든, 이제 국민에게 가능성으로서의 통합/연대가 아니라 현실로서의 통합/연대를 능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가능한 수준부터 연대하고 통합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더 큰 것이 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민주당-혁신과통합-참여당-시민사회부터 시작하여 민노당-진보신당-시민사회로 확장이 되든, 모두가 한번에 하든 이제 실천에 착수해야 한다. 언제까지 안철수 교수의 행동만 주시하고 있을 것인가?
5) 민주당의 혁신은 비전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존망의 문제이다. 야권의 맏형, 가장 큰 야당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자기혁신은 집권, 다수당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이 대중의 지지 위에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1년 동안 개혁안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대중을 위한 정당, 정당정치를 얘기하는 것은 집권을 하겠다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의 혁신은 아마도 야권의 통합과 연대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누구든 변화된 민주당과의 합류가 더욱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화두다. 화두는 선방에 앉아 벽보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밖으로 나와 사바대중의 삶 속에서 해결되고 얻어지는 것이다.
'파놉틱 정치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전 국회·파행 정치… 내년 예산 시한내 처리 ‘빨간불’ (0) | 2011.11.23 |
---|---|
새로운 정치접속 코드… 안철수式 정치 막 올랐다 (0) | 2011.11.16 |
[‘시민 박원순’ 택했다] ‘범야권 잠룡’ 손학규·문재인 명암 (0) | 2011.10.27 |
[내일 재보선] ‘포스트 10·26’ 잠룡 4인방 운명은 (0) | 2011.10.26 |
손학규 위기이자 기회…문재인 朴승리땐 ‘큰꿈’ (0) | 2011.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