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 도쿄대 명예교수 인터뷰
2015. 5. 27. 16:24ㆍinterview
“고리1호 원자로 깨질 가능성…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월요리포트] 원전 해체, 멀지만 가야할 길
이노 도쿄대 명예교수 인터뷰
이노 도쿄대 명예교수 인터뷰
이노 히로미쓰 도쿄대학 명예교수.
1912년 4월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 해상에서 빙산과 충돌해 침몰했다. 승객과 승무원 1513명이 숨졌다. 과학자들은 의문을 품었다. 거대 여객선은 왜 그렇게 허무하게 가라앉았을까.
일본의 원전 노후화 연구 1인자인 이노 히로미쓰(76) 도쿄대학 명예교수(금속학)는 “타이타닉의 침몰 원인엔 배의 강판을 연결한 금속못이 취화(脆化)됐기 때문이란 설이 있다”고 말했다. 타이타닉호의 강판을 연결하는 못이 불량 재료로 만들어져 유리처럼 깨져버리는 취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강철은 영하 등 낮은 온도에서는 충격을 받으면 이를 흡수해 구부러지는 대신 유리처럼 깨지게 된다. 그러나 불량 재료를 사용할 경우 영하가 아닌 상온에서도 깨지게 된다. 이를 ‘취화 현상’이라 부른다. 이노 교수는 “오랫동안 중성자선을 맞은 원전의 압력용기에서도 중성자 조사(照射·내리쬠)로 인한 취화가 발생한다. 자칫하면 원전의 압력용기가 깨지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고리원전 1호기는 가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압력용기, 중성자 오래 쐬어 약화안전온도 갈수록 높아져 위험수위
일상적 가동때는 문제없지만
비상시 냉각수 주입하면 깨질 위험전기배선·콘크리트 구조물도
겉 멀쩡해도 40년 지나면 속 곪아
사고나면 아무도 감당못할 사태
미 쌍둥이 원전은 2년전 이미 멈춰-노후 원전의 ‘조사 취화’는 일반인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다. 어떤 현상인가?“일반적으로 강철은 온도가 낮아지면 취화된다. 쉽게 말하면 구부러지는 게 아니라 깨진다는 뜻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타이타닉 참사다. 이 배는 바다를 항해하다 빙산에 부딪혔다. 보통이었으면 재료가 구부러져야 했지만, 타이타닉은 불량 재료를 사용해 유리처럼 깨지고 말았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금속의 취성천이온도(강철이 취화되는 온도)가 27℃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강철이 27℃ 이하에서 충격을 받으면 깨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강철의 취화는 중성자를 지속적으로 쏘이는 결과로도 발생한다. 강철이 중성자를 맞으면 조직에 결함이 생기면서 취성천이온도가 올라간다.”(※천이온도는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온도를 뜻함)-일본과 한국 노후 원전의 조사천이온도는 어느 정도인가?“조사취화로 인해 원자로가 깨지면 정말 큰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력회사들은 원자로 안에 시험편을 넣어 취성천이온도 추이를 계속 관찰한다. 겐카이 1호의 경우 1993년 2월 조사에선 56℃였지만 다음 조사인 2009년 4월 조사에선 98℃로 올라갔다. 간사이전력의 다카하마 1호는 99℃이다. 고리 1호의 경우 1999년 107.2℃로 측정됐다. 이 수치를 근거로 압력용기 안쪽 벽에 얼마나 충격을 줄지를 보여주는 가압열충격온도를 산출하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제시한 평가 온도가 126.6℃(기준치는 149℃)였다. 이는 원자로 온도를 126.6℃ 이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위험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16년 전의 관측치를 기초로 한 것(그동안 조사취화가 더 진행돼 조사천이온도가 더 올라갔을 것이라는 뜻)이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평가 방법을 쓰지 않았다. 신뢰할 수 없는 수치다.”
낡은 원전을 폐로하는 데는 30년 안팎의 긴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일본원자력발전이 2003년 6월 일본 최초의 상업원자로인 도카이발전소의 압력 터빈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원자력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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