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근 칼럼, 옆으로 보기
2015. 7. 27. 18:04ㆍ카테고리 없음
이대근 칼럼 멋진 문장이다. "당이 무너질 만큼 절망적이지 않되, 희망을 품을 만큼 변화하지도 않는 것이다." 이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자화상이자 현재 이미지라는 규정이다.
그래서 대안은 아니 마지막 출구는 " 새정치연합을 파괴하려면 계파 구조를 깨야 하고 계파 구조를 깨려면 친노를 파괴해야 한다. 친노를 파괴하려면 문재인 자신을 파괴해야 한다"는 명제다.
어렵다. '아포리아(Aporia, 그리스어 ‘길이 없는 길’에서 유래한 말로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 즉 난관에 부딪힌 상태로서 더 이상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다.
계파구조를 깬다. 어떻게?..친노를 파괴한다. 어떻게?...문재인 자신을 파괴한다. 어떻게?...문장은 명쾌한다. 답은 없다. 새롭게 만들어질 신당은 만들어지기도 어렵고 만들어도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전제한다. 이건 정말 '아포리아'다.
쉬운 토론을 하자. 알 수 있는 예를 들자. 대중과 유권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이해할 수 있는 몸짓, 그리고 진심을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혁신을 한들 누굴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을 테니...그래서 토론을 계속 되어야 한다. 이대근 칼럼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그 화두를 대중의 언어와 감성과 공감으로 풀어가는 것이 아마도 '혁신'일거다.
새정치연합의 최대 과제는 리더십의 부재이다. 계파 연합의 당에서 대표는 곧 특정 계파 보스로 인식된다. 그래서 당 대표가 되는 순간 대표성을 잃고 다른 계파들의 공격에 시달리고, 지도력을 잃어간다. 계파 구조란 계파 보스들이 서로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는 체제를 말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명색이 당 대표인데도 당을 지휘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선거에 지고 사퇴하는 일이 일상이 된다. 이런 자승자박의 당이 혁신하고 정책 개발하고, 대여 견제 하고 총선·대선 승리 전략을 세울 겨를이 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당의 실체인 계파들이 집권 비전이나 정책 대안을 두고 경쟁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직 그들이 하는 일은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이다. 자리다툼이야말로 그들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이다.
친노는 ‘친노라는 계파가 어디 있느냐’고 한다. 사실 특정한 정서적 태도 말고 친노로 정의할 수 있는 뚜렷한 집단적 정체성을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친노는 부당한 낙인일 수도 있고, 과거 기억의 잔영이 빚은 이미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그 이름으로 공격하면 어디선가 반응하고, 갈등이 시작되며, 제1야당이 흔들리고, 선거 승패가 좌우된다. 이 존재를 부정하고는 야당의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비노 역시 친노를 거론할 때만 자기 정체가 발견되는 상대적 존재이다. 친노와 비노는 이렇게 상대의 존재를 통해 자기를 드러내는 관계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계파 구조를 해체하고자 한다면 먼저 친노를 해체해야 한다. 친노의 역할은 이미 끝났다. 노무현 정권은 성공한 정권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정권의 실세가 계승자를 자처하며 대선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그러고도 다시 친노 보스로 당권을 쥐고 또 대선 준비를 한다. 거듭된 실패에도 권력을 계속 쥐는 이 현상이 바로 친노 패권주의다. 요즘 “나는 친노”라고 당당히 내세우는 이도 없다. 혁신위 활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위 전체를 친노라고 딱지 붙일 만큼 친노는 혐오표현으로 전락했다. 친노의 정치적 생명이 다했다는 뜻이다. 문재인이 굳이 이런 친노의 굴레를 쓰고 비노 측의 쉬운 표적으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비노의 공격을 피하려면 당 대표 권한을 분산하고 계속 자리 나눠먹기를 해야 한다. 허약한 리더십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계파의 먹잇감이 된 당은 구멍 송송 뚫린 스위스 치즈 신세가 될 것이다.
일부는 9월 혁신위 활동 마감을 지켜보고 신당을 창당한다지만 주목할 만한 신당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그런 신당 만들 능력이 있으면 야당이 이런 처지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근 거론된 신당 추진세력을 본 시민들이 ‘역시 기댈 곳은 새정치연합밖에 없다’며 자포자기에 빠져 새정치연합을 더욱 나태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신당론의 현실과 야당의 끈질긴 생명력, 혁신위의 한계를 고려하면 9월 이후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당이 무너질 만큼 절망적이지 않되, 희망을 품을 만큼 변화하지도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럭저럭 생존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나쁜 시나리오다. 여태까지 야당은 이렇게 연명해왔다. 이 예정된 경로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혁신위는 활동을 중단하고 문제의 본질에 직면해야 한다. 총구를 문재인에게 돌려야 한다. 열쇠는 그가 쥐고 있다. 그가 해야 하지만 하지 않고 있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계파 구조를 놔둔 채 제도 개선으로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혁신위를 믿지 않는 게 좋다. 문재인이 못하면 혁신위도 못한다. 가장 우세한 계파의 보스이자 당 대표이며 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이 못하면 누구도 할 수 없다. 고이즈미는 “자민당을 파괴하겠다”는 공약으로 장기 집권했다. 문재인도 새정치연합을 파괴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을 파괴하려면 계파 구조를 깨야 하고 계파 구조를 깨려면 친노를 파괴해야 한다. 친노를 파괴하려면 문재인 자신을 파괴해야 한다. 계파 보스에서 명실상부한 제1야당 최고 지도자로 재탄생해야 한다.
친노 해체, 불행하게도 이게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