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미션 임파서블, 베테랑...그리고 단상

2015. 8. 10. 02:58카테고리 없음



가족이 올 여름에 '암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베테랑'을 다함께 봤다. 여름 밤, 1000만 관객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를 이렇게 단기간에 가족 모두가 본 적은 처음이다. 미션 임파서블은 1000만 달성이 임파서블한 느낌이긴 하지만...베테랑도 1000만 앞에서 커다란 파고를 맞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중요한 건 재밌게 봤다.

리얼리티와 오락적 요소가 잘 버무려진 암살은 많은 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게 했다. 리얼리티만 추구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를 다시 생각할 여백을 주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정치도 공감할 수 없는 리얼리티의 강요만으로는 대중과 함께 할 수 없는 것 같다. 쇼 오락이 있어서 아마 그 거대한 긴장을 넘어서서 일상적 공감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션 임파서블은 오토바이 추격전이 압권이었다. 현실에서 임파서블한 것 같은 추격전이 영화에선 파서블하게 전개된다. 그 스릴 좋다. 정치도 가끔은 그런 스릴과 박진감이 필요하다. 건강한 열광과 감정전염은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열어주기도 한다.

베테랑은 범죄오락영화라 그런지 역시 재밌다. 약자가 끝까지 버티면서 강자 작살내는 것을 보고 있자니 통쾌하다. 영화 중간중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우리 시대 잊혀져가고 있는 '가오'를 보여주고 있는 쌈 잘하는 말단 형사의 모습에서 감정이입이 되곤 했다.

새 영화는 다르지만, '권선징악'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선은 미약해 보이지만 끝내 악을 이길 것이라는 '대중의 신화'....우울한 우리 시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시대 다수이면서 항상 약자로 살아가야 하고 누구에게 호소하고 싶어도 들어줄 곳이 없고 하루하루의 삶은 초라하고 미래는 막막한 사람들에게 현실은 아무런 위안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장면 곳곳에 자신을 투영하고 울분을 투사하고 그곳에서 위안을 찾는다.

현실에서 위안을 찾는 새로운 정치의 시대로 가고 있는지? 그 순수한 질문을 화두 삼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는지? 영화같은 현실을 위해 각고의 노력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액터를 모으고 자본을 당기고 세트장을 만들고 연출을 하고 있는 작품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진짜 영화를 현실로 만드는 정치의 시대를 위해서...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