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하지만
北은 주한미군 등 체제 위협 제거 노려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제안에도
"대량 생산, 기술 완성 시간벌기용 우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비핵화 대화 및 미사일 시험중단 의사에 “진전”이라면서도 “행동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도 “북한의 의도가 핵무기를 쌓을 시간벌기라면 대화는 전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이처럼 선뜻 북한의 대화 제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건 과거 협상처럼 두 개의 함정이 숨어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후(현지시간) 스테판 뢰프벤 스웨덴 총리와 기자회견 도중 “김 위원장의 발언을 평화적 돌파구라고 생각하느냐”“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됐다고 믿느냐”“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면 직접 대화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지켜보겠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우리는 북한과 최소한 말로는 확실히 큰 진전을 이뤘고 (비핵화가 실현되면) 북한과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위대한 일”이라고 하면서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좋고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클린턴ㆍ부시ㆍ오바마 정부를 보면 지금까진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분명히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시간 후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기자들에게 요청해 이뤄진 전화 브리핑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됐느냐, 누가 주도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좋은 대답이 없다”며 “우린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하며 비핵화를 향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원한다”고 했다. “이번 주 후반 워싱턴을 방문할 한국 특사단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상원 군사위에 출석한 정보기관장들의 의견도 유보적이었다. 댄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은 “이게 돌파구가 될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했고, 로버트 애슐리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입증할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태담당 부차관보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6년 간 가장 전향적인 발언을 수용하지 못하는 건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가 한ㆍ미 양국의 비핵화와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중앙일보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을 귀 기울여 들었는데 북한이 오래전부터 자주 사용한 ‘전체 한반도의 비핵화’란 표현을 반복했다”며 "이 말은 한·미 양국이 생각하는 북한의 비핵화와는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북한 관리에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등 선대의 유훈이라고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북 체제 안전이 담보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을 포함한 북한이 생각하는 모든 위협의 제거를 전제한다는 뜻이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는 미국으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며 한국도 용인해선 안 될 일”이라며 “김정은 위원장도 1월 1일 신년사에서 ‘핵 무력 보유’의 결의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급격한 심경 변화가 없었다면 그 계획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한반도 전문가들은 두 번째 함정으로 핵미사일 시험 일시 중단(모라토리엄)에 대한 환상을 지적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할 정도로 북한이 충분한 핵ㆍ미사일 기술 발전을 이뤄 당분간 시험발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금이 대화의 적기라고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북한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핵미사일 기술 완성을 위한 활동을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고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도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역시 “시험 중단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핵미사일 개발 자체가 중단될 거란 환상은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분열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핵탄두와 미사일을 계속 생산하고 비운동적(non-kinetic) 시험은 계속 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 고위 관리도 “미사일 모라토리엄이 대화 조건으로 충분한가”란 언론 질문에 “북한이 (또다른)시험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김 위원장 신년사 지시대로 핵미사일 대량 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런 영화는 이미 본 적이 있다. 똑같이 나쁜 결론의 후속작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의심하더라도 대화 기회는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덴마크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 집권이후 6년 만의 대화를 할 최고의 기회"라며 "미국으로선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역시 "평양이 대화에 관심을 표명한 만큼 매우 고위급 수준에서 대화할 가치가 있다"며 "최소한 북한의 입장을 분명히 파악하고 미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고 어느 정도는 공통분모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도 “아마도 뉴욕 채널을 통해 ‘대화에 관한 대화’가 조만간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실제 북ㆍ미 (비핵화) 협상은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北은 주한미군 등 체제 위협 제거 노려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제안에도
"대량 생산, 기술 완성 시간벌기용 우려"
미국이 이처럼 선뜻 북한의 대화 제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건 과거 협상처럼 두 개의 함정이 숨어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후(현지시간) 스테판 뢰프벤 스웨덴 총리와 기자회견 도중 “김 위원장의 발언을 평화적 돌파구라고 생각하느냐”“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됐다고 믿느냐”“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면 직접 대화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지켜보겠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우리는 북한과 최소한 말로는 확실히 큰 진전을 이뤘고 (비핵화가 실현되면) 북한과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위대한 일”이라고 하면서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좋고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클린턴ㆍ부시ㆍ오바마 정부를 보면 지금까진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분명히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시간 후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기자들에게 요청해 이뤄진 전화 브리핑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됐느냐, 누가 주도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좋은 대답이 없다”며 “우린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하며 비핵화를 향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원한다”고 했다. “이번 주 후반 워싱턴을 방문할 한국 특사단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상원 군사위에 출석한 정보기관장들의 의견도 유보적이었다. 댄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은 “이게 돌파구가 될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했고, 로버트 애슐리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입증할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6년 간 가장 전향적인 발언을 수용하지 못하는 건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가 한ㆍ미 양국의 비핵화와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중앙일보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을 귀 기울여 들었는데 북한이 오래전부터 자주 사용한 ‘전체 한반도의 비핵화’란 표현을 반복했다”며 "이 말은 한·미 양국이 생각하는 북한의 비핵화와는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북한 관리에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비핵화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며, ‘위협’에는 한ㆍ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핵우산의 존재가 포함된다. 이것들을 모두 제거해야만 우리는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고 느낄 것이며 우리의 비핵화는 체제 위협들이 모두 제거된 시점에서 몇 년 후 고려하겠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등 선대의 유훈이라고 언급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북 체제 안전이 담보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을 포함한 북한이 생각하는 모든 위협의 제거를 전제한다는 뜻이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는 미국으로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며 한국도 용인해선 안 될 일”이라며 “김정은 위원장도 1월 1일 신년사에서 ‘핵 무력 보유’의 결의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급격한 심경 변화가 없었다면 그 계획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할 정도로 북한이 충분한 핵ㆍ미사일 기술 발전을 이뤄 당분간 시험발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금이 대화의 적기라고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북한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핵미사일 기술 완성을 위한 활동을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고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도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역시 “시험 중단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핵미사일 개발 자체가 중단될 거란 환상은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분열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핵탄두와 미사일을 계속 생산하고 비운동적(non-kinetic) 시험은 계속 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 고위 관리도 “미사일 모라토리엄이 대화 조건으로 충분한가”란 언론 질문에 “북한이 (또다른)시험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김 위원장 신년사 지시대로 핵미사일 대량 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런 영화는 이미 본 적이 있다. 똑같이 나쁜 결론의 후속작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의심하더라도 대화 기회는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덴마크 전 부차관보는 "김정은 집권이후 6년 만의 대화를 할 최고의 기회"라며 "미국으로선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역시 "평양이 대화에 관심을 표명한 만큼 매우 고위급 수준에서 대화할 가치가 있다"며 "최소한 북한의 입장을 분명히 파악하고 미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고 어느 정도는 공통분모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도 “아마도 뉴욕 채널을 통해 ‘대화에 관한 대화’가 조만간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실제 북ㆍ미 (비핵화) 협상은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