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8. 09:36ㆍ카테고리 없음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 “비대면 시대, 무인운항과 원격학습이 게임 체인저 될 것”
입력 : 2020.08.25 20:52 수정 : 2020.08.25 20:58
미국의 대표적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이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19 - 대전환 시대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2020 경향포럼>에서 코로나19로 달라질 미래사회에 대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특히 이동·교육 부문에서
정보통신기술과 융합 가속
학점은행의 보편화 등
산업 지형도 크게 바뀔 것
코로나19 대유행은 미래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미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0 경향포럼>에서 “무인자동차 기술과 학점은행을 통한 온라인 비대면 학습방식이 앞으로 다가올 세상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파력이 매우 강한 전염병의 등장으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특히 이동·교육 부문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 소장은 이날 코로나19가 불러올 미래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에서 “죽지 않고 사는 것이 인류의 목표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면서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질병이나 죽음과) 관련된 문제를 세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냐가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시점에서도 질병과 정신질환 없이 활발하게 신체활동을 하는 세계 인구 비중은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했고, 앞으로 더욱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질병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 소장은 질병, 신체변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수단으로 ‘디지털 트윈’을 꼽았다. 디지털 트윈은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예측해보는 기술이다. 그는 “인체에 센서를 삽입해 변화를 관찰하고, 원격으로 진단해 지구 반대편에서도 로봇으로 수술을 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모든 산업은 데이터 수집 기술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면서 “의료기술에 적용하자면 데이터는 의약품 자체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인
‘디지털 트윈’ 등장 예상
센서 통해 지구 반대편서
로봇으로 원격수술 가능
산업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19로 대면 접촉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무인운항 기술 기반 산업이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레이 소장은 “무인운항 기술은 자동차는 물론 비행기, 보트, 잠수함 등 모든 운송 수단에 적용될 것”이라면서 “미래 소매산업도 모바일과 무인운항 산업으로 집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뭔가를 사려면 집 밖으로 나가야 했지만, 이제는 집 앞까지 온 무인자동차를 이용해 물건을 사고 결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무인 배송 차량은 다른 고객의 집을 찾아 다시 이동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연결시키고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레이 소장은 무인운항 기술은 상점 입지와 서비스 제공의 형태도 크게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상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상점이 다가오게 될 것”이라며 “산간 오지로 모바일 호텔을 불러서 이용하고, 허리케인으로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는 이동형 치료소나 병상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이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또 다른 커다란 변화로 대형 교육기업의 등장을 예고했다. 전염병 확산 우려로 온라인 원격 수업은 이미 새로운 학습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인구가 급증하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콩고, 탄자니아 등에서 교육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교사들은 이들 지역으로 이동을 꺼리는 만큼 온라인 수업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ICT 분야에서 기술적 수요에 따라 앞으로 교육·학습 방식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프레이 소장은 “현재 대학 학위와 다른 수많은 능력 인증 방식 간에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학위나 자격증보다 실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가를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프레이 소장은 다양한 학습활동을 인정하는 학점은행(마이크로 크레딧)이 보편화되고,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학점은행은 대학 학점을 취득하는 대신 배우고 싶은 분야의 다큐나 영화를 보고 시험을 보면 학점을 주는 식이다. 프레이 소장은 “팟캐스트 대학의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만약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다면 학생들은 아주 쉽게 자신에게 맞는 방송을 고르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 크루그먼 “취약계층에 사회안전망 제공, 최악 위기 막아내”
입력 : 2020.08.25 20:43 수정 : 2020.08.25 22:32
ㆍ전례없는 생산 방식 변화
ㆍ수출중심 국가 타격 우려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석좌교수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19 - 대전환 시대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2020 경향포럼>에서 화상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전 세계 초기 경제 대응은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없이도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으리라 낙관하기는 어려운데,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이 줄어들고 소비·생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많은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0 경향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국제통상이론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고, 경제위기와 통화위기를 연구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뉴욕에서 원격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강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코로나19로 미국과 유럽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상대적으로 성장률 하락폭을 낮췄는지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주간 실업급여를 600달러로 늘리는 등 취약계층에게 직접 지원하는 대책을 폈다. 유럽 국가들은 기업을 지원하면서 기업이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경우 경제주체들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이 국내 빈곤율의 상승을 막았다”며 “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감소와 실업자 발생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취약계층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면서 최악의 경제위기는 막았다”고 말했다.
다만 크루그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 지원책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추가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하면서 총 700억달러에 달하는 구매력이 일순간 사라지게 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업급여 연장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1~2개월이 더 걸려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언론 기고를 통해 ‘코로나19 2차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확산이 현실화됐다”며 “미국은 정부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경제정책의 갈피를 잘못 끼웠다”고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나타난 미국 가계의 소비성향에 주목했다. 그는 “올해 5, 6월의 미국 저축률을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배급제를 시행하던 1944년과 맞먹는다”며 “미국인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은 분야에 소비를 특별히 늘리지 않고 저축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향후 가계가 소비를 더 줄일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바뀐 생활패턴에 가계가 적응해가면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코로나 고위험군’으로 꼽힐 수 있는 관광업, 요식업 관련 소비가 줄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크루그먼 교수는 소비보다 생산 분야의 근본적인 변화가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바뀐 생산방식에 얼마나 적응하느냐, 생산 수준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한국 같은 수출 중심 국가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변화에 대해 예측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재택근무가 확대되면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근무하는 형태부터 교통에 대한 수요까지 다양한 변화가 발생하고 각 분야의 경제적 가치가 달리 매겨질 수 있다”며 “당장 사무실의 수요가 줄면 상업 부동산 분야에 위기가 발생하고, 이것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하준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 관념, 코로나19로 산산조각 났다”
입력 : 2020.08.25 20:43 수정 : 2020.08.25 22:31
“복지 빈약한 한국…국가채무 겁먹지 마라”
ㆍ무시하고 폄하했던 노동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19 - 대전환 시대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2020 경향포럼>에서 화상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코로나19는 대전환을 가져올 것인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57)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19 - 대전환 시대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2020 경향포럼>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위기와 비교할 수 있는 위기는 1930년대 중반까지 세계를 휩쓸었던 대공황뿐이라면서 이번 경제위기는 수요가 붕괴하고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이 늘어나는 ‘보통’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코로나 대전환’ 후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까. 장 교수가 보기에 코로나19는 지난 30~40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적 고정관념들을 산산조각 냈다. 먼저 장 교수는 “ ‘정부 개입은 적을수록 좋다’는 도그마가 깨졌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와 시장에 맡겨둔 경우를 비교했다. 조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질병 통제를 하고 복지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한국·뉴질랜드·덴마크·베트남 등은 감염자, 사망자를 최소화했고 그 덕분에 경제를 완전히 동면상태에 집어넣지 않아도 됐다. 미국·영국·브라질 등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 개입을 제때에 하지 않아 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뒤늦게 봉쇄조치를 펼치며 경제가 추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번 위기를 통해 많은 나라들이 정부, 기업, 시장의 역할을 재조직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거시정책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산업·기술정책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거시정책 중에서도 통화정책의 역할이 줄어들고 사회적·경제적 우선순위에 맞춰 결과를 낼 수 있는 재정정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부채를 죄악시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경제의 필요에 따라 정부가 큰 적자를 낼 수도, 큰 흑자를 낼 수도 있다는 유연한 태도가 득세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코로나19가 모두의 기본 생활, 기초 건강을 보호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특히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턱없이 복지가 빈약하고 노동권이 약한 한국은 복지,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복지 확대 이야기를 하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에서 국채를 걱정하는데 한국은 국민소득 대비 국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이고 매년 재정흑자를 낸다”며 “오죽하면 OECD와 같은 보수적인 기구에서 ‘한국은 좀 더 재정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위기가 ‘경제 지상주의’보다는 ‘모두가 보살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줬다고 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노동들, 가사 및 육아 노동, 의료·양로·교육·음식 판매·배달 등의 노동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노동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유급 육아휴직의 연장, 육아 보조금 인상, 가사노동 수당의 신설 등 복지제도를 통해 가사와 육아 노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런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노동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코로나19가 가져올 수 있는 국제 경제·정치 질서의 변화를 주목하라고 했다. 장 교수는 “미국, 유럽의 선진국들이 바이러스 통제를 제대로 못해서 상대적으로 경제에 더 큰 타격을 받았고 앞으로 경제력이 자연스럽게 기울게 될 것”이라며 “이번 위기는 한국이 세계경제 질서를 더 공평하게 개혁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