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용]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

2021. 10. 31. 19:10lecture

통계청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자료=통계청)

 

근로자 10명 중 4명 비정규직, 여성이 많아
비정규직 800만명, 2003년 이후 지속 상승
유급휴일 사용일수도 달라...불평등 심화 우려

20代 근로자의 40%가 비정규직… 文정부 들어 30만명 늘었다

통계청 발표로 밝혀진 文정부의 고용 실체 김정훈 기자 김충령 기자 입력 2021.10.27 04:24

 

직원 10명 규모의 앱서비스 업체에서 비정규직 디자이너로 일하던 이모(27)씨는 올해 초 회사에서 나왔다. 입사일 만 2년을 앞두고 회사가 “경영이 어렵다”며 재계약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처음 회사에 들어올 때만 해도 회사가 곧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선배들 또한 대체로 정규직이었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은 요식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는 “회사가 어려운 것은 인정하는데, 결국 일자리가 없어진 것은 나와 내 동기 2명뿐”이라고 했다. 그는 퇴사 후 디자인·영상 분야 업체 30여 곳에 지원한 끝에 최근 한 곳에 합격했지만, 또 계약직이다. 이씨는 “그나마 ‘위안’인 것은 대학 동기 대부분이 나랑 똑같은 처지라는 점”이라고 했다. 이씨의 처지가 예외적이진 않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20대 임금 근로자는 353만7000명이며, 이 중 비정규직은 141만4000명이었다. 20대 월급쟁이의 40%는 비정규직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이 비율은 37.7%였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에는 32.2%였다. 20대 비정규직은 지난 한 해 13만명, 최근 5년 동안에 30만명 늘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20대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0대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비정규직 증가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20대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0대(23%), 40대(29%), 50대(36%)보다 높다. 5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해 보면 20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7.8%포인트 늘어, 같은 기간 30대(1.9%포인트 상승), 40대(2.5%포인트), 50대(1.7%포인트)의 증가 폭을 뛰어넘는다. 직원 수를 쉽게 줄이거나 늘릴 수 없는 경직적 노동시장에서 기존 정규직들이 제자리를 지키는 동안, 새로 사회에 뛰어든 경제적 약자인 20대는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일단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성규

정부는 2019년부터 통계 작성 방식이 변경되면서 그간 포착되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가 추가로 확인돼 비정규직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올해 20대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전년보다 2.3%포인트 늘어나는 등 비정규직 증가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기재부와 고용부는 이날 비정규직 숫자 급증에 대해 설명 자료를 내고 “단순히 비정규직 증가 규모만으로 고용 상황을 판단하기보다 근로 여건 개선 등을 종합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16년과 비교해 정규직 월급이 올해까지 53만7000원 오르는 동안, 비정규직 월급은 27만1000원 올랐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가입률이 정규직은 5.8% 상승할 때, 비정규직은 2% 상승에 그쳤다. 건강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이 7.4% 상승하는 동안, 비정규직 가입률은 5.4% 높아져 가까스로 절반을 넘은 50.3%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이 급여뿐 아니라 사회보험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발 알바 일자리도 원인

세금을 쏟아붓는 정부 일자리 정책이 비정규직 급증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단기 알바 일자리를 대거 공급했기 때문이다. 실제 비정규직 규모를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가장 많다.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13만2000명에서 240만3000명으로 1년 사이에 27만1000명 증가했다. 50대는 154만3000명에서 166만7000명으로 12만4000명 늘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22만 8000명), 교육 서비스업(8만 5000명)에서 증가했다. 정부가 공공 일자리 사업을 만들기 쉬운 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는 정책을 펴 왔다. 공공기관부터 틀어쥐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몰아붙였다.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이면 민간에서도 따라 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비정규직 급증이라는 수치로 나타났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는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양대 노총의 논리였는데, 문재인 정부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비정규직 제로”라고 했다. 정 교수는 “한국은 정규직의 해고나 고용 변화가 무척 경직된 나라인 데다, 시간이 흐르면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도 있다”며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정규직화를 강요하니 기업은 반대로 비정규직을 뽑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