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용] 신냉전에 돌입한 미국에게 조셉 스티글리치가 경고

2022. 7. 1. 11:47lecture

신냉전에 돌입한 미국에게 조셉 스티글리치가 경고한다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만들어오던 '신냉전' 프레임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 정계와 언론에서 러시아도 적국으로 상정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현재 주류 경제학자 중 가장 왼쪽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조셉 스티글리츠가 이대로 가면 미국이 신냉전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경고의 글을 썼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한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로, 민주당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논객 중 하나이다.

원문:  How the U.S. Could Lose the New Cold War

2018년 1월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스티글리츠는 신간 '사람, 권력 그리고 이윤'(People, Power, and Profits)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와 신냉전에 돌입한 것 같아 보인다. 미국 지도자들은 이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대결로 묘사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그렇게 말하는 지도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조직적으로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국가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니 특히 더 그렇다. 그런 위선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미국이 실제로 원하는 건 어떤 가치가 아니라 글로벌 헤게모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철의 장막이 무너진 후 20년 동안은 미국이 확실히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처참한 오판이었던 중동에서의 전쟁들과 2008년 금융위기, 불평등의 심화, 마약성 진통제 사태 등의 위기가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 모델의 우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 국회의사당 점거 사건, 숱한 총기 난사 사건, 유권자의 투표를 막으려고 혈안된 공화당, 큐어넌과 같은 음모론 컬트의 부상 등 미국의 정치와 사회가 깊이 병 들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넘친다. 물론 미국은 권좌를 내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공식 지표를 보더라도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인구가 미국보다 4배나 많고 경제 또한 수년 동안 2배 빠르게 성장한 중국이다. (중국은 구매력 평가 기준에서 이미 2015년에 미국을 능가했다.) 중국이 스스로 미국에 대한 전략적 위협임을 선언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런 조짐은 있다. 미국 정계에는 중국이 전략적 위협이 될 수 있고 미국이 그 위험을 최소하기 위해 적어도 중국의 경제성장을 도와서는 안 된다는 초당적 합의가 있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선제 조치는 정당하다. 미국이 만들고 확산시키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던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말이다. 신냉전의 이 전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훨씬 전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미국 고위급 관료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장기적으로 진정한 위협인 중국으로부터 관심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러시아의 경제 규모가 스페인과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와 중국의 ‘무제한적’인 파트너십이 경제적으로는 거의 중요하지 않다. (러시아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경제 규모의 중국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는 나라에게는 전략이 필요하며 미국은 세계 헤게모니를 건 경쟁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이길 수 없다. 미국에게는 친구가 필요하다. 미국의 ‘자연스러운’ 동맹세력에는 유럽과 다른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국가들과의 틈을 벌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여전히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공화당은 미국이 과연 믿을만한 파트너인지를 의심할 이유를 충분히 만들었다. 더욱이 미국은 세계의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에 살고 있는 수십억 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수적으로 이유에서 뿐만 아니라 중요한 자원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세계의 호의를 얻으려면 미국은 많은 것을 만회해야 한다. 다른 나라를 착취한 오랜 역사도, 트럼프가 능숙하고도 냉소적으로 이용한 미국 내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이 부유한 국가는 필요한 백신을 모두 확보하고 가난한 국가는 국민을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는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를 만들어내는 데에 기여했다. 그러는 동안 미국의 신냉전 상대국들은 자기네 백신을 다른 국가들에게 생산원가나 그 이하의 가격에 공급했고, 다른 국가들에이 자체 백신 생산 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왔다. 미국과 미국의 신냉전 상대국들 간의 신뢰성 격차는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관련 문제에서 더욱 벌어진다. 오늘날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 주요 신흥시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누적된 배출량을 보면 여전히 미국의 책임이 압도적이다. 선진국들은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고, 부유한 국가들이 야기한 기후위기가 가져온 결과에 가난한 국가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돕겠다던 아주 작은 약속들조차 지키고 있지 않다. 대신 미국 은행들은 많은 국가에게 곧 닥칠 부채 위기에 기여하고 있고, 자기 행동이 어떤 고통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관심도 없는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미국과 유럽은 도덕적인 옳고 그름, 경제적인 합리성에 대해 다른 나라들에게 훈계하는 것에는 탁월하다. 그러나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농업 보조금이 여실히 보여주듯, 다른 나라들은 이를 “내가 행하는대로 행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대로 행하라”라는 얘기로 대부분 받아들인다. 특히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은 더 이상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지도 않고, 남에게 훈계할 신뢰성도 없다. 신자유주의와 경제적인 낙수효과는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들로부터 널리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고, 이제는 모든 곳에서 유행이 끝나가고 있다. 한편 중국은 훈계를 하지 않으면서 가난한 나라들에게 실질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일에 탁월했다. 물론 그 나라들이 큰 부채를 떠안게 된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서방 은행들이 채권자로서 어떻게 행동해 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미국과 그 동맹세력은 손가락질할 권리가 없다. 이런 얘기를 계속 할 수 있겠지만, 이미 내 요점은 분명하다. 미국이 신냉전을 벌일 생각이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 이길 것인지를 이해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냉전은 결국 다른 나라를 끌리게 만들고 설득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파워로 결정된다.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제품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도 사도록 전 세계를 설득해야 한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폭격기와 미사일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신냉전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 국가들이 스스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도록 모든 코로나 관련 지적 재산권을 면제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서방이 우리의 경제, 사회, 정치 시스템을 세계가 부러워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 과정이 총기 폭력의 감소, 환경 규제 개선, 불평등 및 인종 차별 퇴치, 여성의 재생산 권리 보장 등에서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세계를 이끌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때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 북소리에 맞춰 행진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