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인용] 플랫폼 자본주의

2022. 11. 5. 18:04lecture

플랫폼 멈추면 사회가 일시정지…이용자가 위험 떠안아

2022.11.02 20:56

‘카카오 먹통 사태’로 돌아본 플랫폼 사회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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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현재호 기자 hyun@kyunghyang.com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 확보
사업 확장하며 독과점 귀결
이용자·서비스·생산자·상품
모든 것 연결하는 매개체 돼

경기 고양시에 사는 20대 직장인 최원영씨의 일상은 플랫폼 없이는 이어지기 힘든 모습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을 하고 퇴근해 밤에 잠들기까지 일상은 플랫폼 서비스의 연속이다. 하루 동안 이용하는 앱과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어림셈해도 20개가 넘었다. 플랫폼 서비스는 이용자, 서비스 제공자, 생산자, 상품 등을 서로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제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람과 사람은 물론 각종 서비스와 상품까지 손안에서 연결된다.

만약 플랫폼 서비스가 갑자기 기능을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달 15일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그동안 편리함에 잊어왔던 ‘플랫폼에 기반한 초연결사회’의 이면을 돌아보게 한다.

 

■국민앱 멈추자… 일상도 끊겼다

화재로 갑자기 ‘먹통’ 되자
송금·판매·예약 피해부터
개인부터 정부까지 ‘올스톱’
초연결사회 위험성 드러나

사용자 4700만명. 사실상 전 국민이 쓰는 메신저앱 ‘카카오톡’이 멈추자 일상이 끊겼다. 개인 소통은 물론 기업과 정부기관도 카카오톡을 업무용 소통채널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카카오톡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송금할 때 카카오페이를 이용하고, 이동할 땐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르고, 여가 시간엔 카카오 웹툰과 멜론을 이용한다. 카카오 먹통은 사실상 모든 국민에게 크고 작은 피해로 돌아갔다. 특히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해 물품을 판매하던 소상공인의 피해가 컸다. 수제가방 업체를 운영하는 문경량씨(32)는 하루 평균 20~30개의 가방을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판매해왔다고 한다. 가방 한 개 가격은 40만원선, 하루 매출은 1000만원가량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먹통이 된 날은 가방을 한 개도 팔지 못했다. 심지어 톡채널 복구가 17일 오후에나 이뤄졌고, 복구 뒤에도 사진 열람이 되지 않아 3일 이상 영업을 하지 못했다. 카카오톡이 오랜 시간 먹통이 된 데 대해 문씨는 “카카오는 운 좋은 스타트업일 뿐 대기업 마인드가 없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카카오톡을 대체할 채널이 없어 떠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김성열씨(56)는 카카오T 콜을 받기 위해 월 3만9000원짜리 유료 회원제에 가입했다. 화성은 인구 밀집도가 낮아서 일반 손님보다는 콜 손님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오후 3시 이후에는 카카오T가 먹통이 됐고, 콜 손님을 한 명도 태우지 못했다. 통상 하루 13건 정도 콜 손님을 태웠지만, 이날은 일반 손님 한 명을 태운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김씨는 “카카오에서 피해 신고를 받는다고 해서 신청은 했는데 나보다 나이 많은 기사들은 온라인 접수 방법을 잘 모르니까 발만 동동 구른다”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카카오톡 마비로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병상을 배정받지 못하고 대기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인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응급실에 갈비뼈가 부러진 코로나19 확진자 A씨가 찾아왔다. 하지만 해당 병원엔 코로나19 전담 병상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해야 했다. 평소 보건소·지자체·중앙사고수습본부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 기능을 활용해 병상 배정을 진행해왔다. 이날 카카오톡 연결이 끊기자 병상을 찾는 데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이 환자는 20시간 이상 응급실 음압병동에서 병원 이송을 기다려야만 했다.

 

■초연결사회 위험 ‘미리보기’ 버전

몸집 커지는 플랫폼 기업
보안·안전에 책임 다하는
사회적 제도 마련해야

카카오 먹통 사고는 초연결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험 상황의 ‘미리보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초연결사회는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촘촘하게 연결된 것을 넘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거미줄처럼 짜인 사회를 뜻한다. 지금은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펼쳐지는 변화 정도이지만, 미래에는 집 안의 모든 전자기기는 물론 도시 전체 시스템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시티’로 확장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고도화된 네트워크는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에어택시(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산업으로 인류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위험성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15년 해외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의 기자 앤디 그린버그는 ‘화이트 해커’(해킹 방어 전문가)에게 자신의 지프 자동차를 해킹해달라고 의뢰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각종 서비스들이 해킹 등 보안 위협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해커들은 인터넷을 통해 차량 수천 대를 무선 제어할 수 있는 해킹 기술을 활용했다. 그 결과 지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접근해 그린버그의 차량 에어컨, 라디오, 와이퍼 등을 마음대로 조작하며 운전을 방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린버그는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이 인터넷과 바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차량에 장착했다”며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만들려는 기술 덕분에 해커들은 차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만 안다면 위치정보시스템(GPS) 좌표를 추적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차량의 브레이크 연결까지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자율주행, UAM 실증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만약 향후 자율주행이나 UAM 운행 도중 카카오 서버 마비가 일어났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자율주행, UAM과 같은 서비스가 본격화되기에 전에 플랫폼 기업들이 보안과 안전에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료 서비스로 데이터 모아 사업

플랫폼 기업들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장악해가는 변화는 겉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플랫폼이 시장 자체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소비자, 광고주, 서비스 제공자, 생산자, 상품 등을 서로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만 한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앱스토어와 운영체제 ‘iOS’는 개발자가 새로운 앱을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판매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플랫폼 산업은 ‘승자독식’ 구조로 귀결된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네트워크’ 특성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앱을 선택하다보니 카카오톡은 어느새 ‘국민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는 막강한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수익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에는 선물하기·송금 등 페이 기능이 추가됐고, 이후 택시 호출앱, 은행앱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해갔다. 올해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36개로 늘었고,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대다수의 플랫폼 기업들이 겉으로는 무료 서비스를 내걸고 이용자를 확보한 뒤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인다. 닉 서르닉 런던대 킹스칼리지 연구원은 책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플랫폼 회사들은 한쪽에서는 서비스나 상품을 저렴하게 심지어 무료로 제공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가격을 올려 손해를 만회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구글은 검색엔진으로 이용자를 모으고,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주의 표적 광고를 지원한다.

 

■“독점 깨야 신산업 성장 기회 생겨”

문제는 플랫폼 산업에서 특정 기업이 다수 이용자를 확보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 이 구도를 깨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데이터를 원료 삼아 성장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경쟁 업체가 동일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네이버쇼핑의 경우 2015년 시장점유율이 5%에 불과했지만, 알고리즘 설계 시 쇼핑몰 비교 검색 과정에서 자사 쇼핑을 우위에 놓는 방식으로 2018년 시장점유율 21%로 1위 쇼핑몰에 올랐다. 앱마켓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또한 독점적 지위가 굳어진 상태다. 그러나 독점을 깨야 신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변호사)은 “1970년대 미국 AT&T가 통신망을 장악하자 미 법원은 이를 8개로 분리하라고 판결했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신생기업이 ‘인터넷익스플로러’ 등의 혁신 기술을 선보이게 됐다”며 “적절한 규제로 독점 구조를 깨야 산업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공룡’ 플랫폼 기업, 유럽·미국선 ‘독점 제한’ 입법 나서

2022.11.02 20:58
이창준·이윤정·권정혁 기자

화두로 떠오른 ‘플랫폼 독과점’ 해결책은

각종 SNS 그만 쓰고 싶지만
업무상 이유로 떠나지 못해
카톡 207만명 탈퇴했지만
하루 만에 188만명 재가입

농수산물 온라인몰 ‘알찬농수산’을 운영하는 김원경씨(28)는 카카오 톡채널을 이용해 토요일 평균 대게 150박스를 판매해왔다. 하지만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15일 신규 주문은커녕 이미 받은 주문의 물건도 보낼 수 없었다. 주문 내역과 고객 전화번호를 모두 카카오톡에 남겨놨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비스 먹통 3일 뒤인 17일에야 카카오 서비스가 차차 돌아왔고, 바로 손님들에게 일일이 연락했지만 일부 손님은 ‘사기’를 운운하기도 했다”며 “한 박스에 7만~8만원 하는 대게 150박스 전량을 환불 조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사태 이후 카카오톡 판매창구를 닫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워낙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해 주문이 많다 보니 쉽게 다른 서비스를 선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처럼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그만 쓰고 싶어도 업무상 이유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카카오 먹통 이후 207만명이 카카오톡을 탈퇴했지만, 188만명이 하루 만에 재가입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플랫폼을 떠나고 싶어도 갇힐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디지털 공정경제’를 기치로 내건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 지침과 기준을 손봐 특정 기업이 무분별하게 플랫폼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형성하거나 이를 남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 지침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규제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사지침 만들어 플랫폼 독점 막는다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기준 강화부터
멀티호밍 제한 금지 등 담아
정부 연내 심사지침 만들기로
심사 허점에 실효성 의문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 사태의 근본 원인은 카카오가 독과점 사업자로서 혁신 노력이나 서비스 안정성 유지에 소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의 표면적 원인은 카카오가 데이터 이원화를 부실하게 하는 등 기술적인 측면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카카오가 서비스 관리를 안일하게 한 것이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공정위는 지난달 21일 경쟁 촉진 방안으로 우선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내놓은 심사지침(안)은 공정거래법에 있는 독과점 규제 내용을 플랫폼 경제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멀티호밍’(플랫폼 이용자의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정부는 또 내년 초까지 플랫폼 기업 대상 ‘기업결합 심사기준’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기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무분별하게 덩치를 키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쉽게 형성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행 심사기준은 합병 대상 회사 중 한쪽의 자산 혹은 매출이 3000억원 이상, 다른 한쪽의 자산 혹은 매출이 300억원 이상일 때만 결합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스타트업 수준의 소규모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 간이심사만 받거나 아예 심사에서 빠지게 된다. 카카오가 단기간에 몸집을 불린 것도 현행 심사의 허점을 보여준다.

 

■“지침만으론 실효성 담보 어려워”

일부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한다. 규제 내용을 법에 명시하지 않고 내부 지침으로만 정해놓으면 효과를 담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법을 바탕으로 만든 지침으로는 새로운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규제하려면 먼저 기업의 독점 여부가 인정돼야 하는데, 법을 통해 정량적인 기준을 정해두지 않으면 지침을 바꿔도 이를 규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공정위가 독점이라고 규정해도 법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제재 자체가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플랫폼 독점을 제한하는 입법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내년 4월부터 플랫폼의 이용자 수를 중심으로 규제 기업을 정하고, 각종 의무를 지우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발효할 계획이다. 미국 역시 지난해 6월 발의된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이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법적으로 제재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시민사회 역시 공정위 지침을 넘어 입법을 통한 규제에 힘을 보탰다. 지난달 26일 열린 문화연대 플랫폼 독점 토론회에서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과 더불어 (시민들의) 의식 세계에 걸쳐 독점 폐해가 크다면 플랫폼 독점 규제 법안을 통합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종 플랫폼 성장 저해” vs “공룡 기업 ‘핀셋 규제’ 가능”

반면 정부는 법을 통한 독점 규제가 플랫폼 산업의 성장과 혁신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전문가 역시 국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굳이 법을 따로 만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플랫폼 독과점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구글 등 자국 플랫폼 기업 규모가 너무 커져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특별한 규제 수요가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플랫폼 심사지침 등의 내용도 해외에서 논의하는 것들을 잘 참고해 국내 현실에 맞게 구성됐다”고 말했다. 거대 플랫폼만을 대상으로 한 ‘핀셋 입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변호사)은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를 겨냥한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 등 공룡 기업을 규제하는 독점방지법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가맹업과 관련해서도 가맹사업진흥법과 가맹사업공정화법이 있듯혁신은 혁신대로, 규제는 규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지침을 통해 독과점을 제재한다는 방침이지만 법적 규제의 가능성도 아예 배제하진 않았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서 “심사지침은 현행법을 구체화한 것이어서 구속력이 있다”면서도 “해외 입법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법제화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플랫폼 전담부서·인력 없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마련
정부 전담 부서·인력 배치로
독과점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플랫폼 경제가 커지고 관련 공정 경쟁 이슈가 거듭 불거지고 있지만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에 이를 담당할 전담 인력은 한 명도 없다. 영국의 경우 경쟁시장청(CMA)에 플랫폼 규제 등을 전담하는 디지털시장부서가 새로 생겼고, 미국 역시 연방거래위원회(FTC) 내 전담 조직 신설이 논의되고 있다. 공정위 당국자는 “관련 직원들은 전부 행정 공무원들뿐”이라며 “전담 조직이 생기고 기술 전문가가 보강된다면 플랫폼 독과점을 더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징벌적 손배제는 재산상의 손해 원금과 이자에 더해 형벌적 요소로서 추가로 배상토록 하는 제도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까지 국내법을 실효성 있게 적용하고 법을 집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오히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성장만 저해할 수 있다”며 “차라리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면 플랫폼 기업들이 ‘카카오 먹통 사태’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징벌적 손배제는 옥시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 사태 때도 논의가 있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섬유화로 사망자만 1740명이 보고됐지만, 옥시가 낸 벌금은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