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당', '17도씨', 딸과의 마지막 데이트(2023.11.03.)

딸과의 마지막 데이트(2023.11.03.)

 

비장한 제목처럼 보이시지요. 딸과의 마지막 데이트를 했습니다. 어디를 멀리 떠나는 것은 아니고, 아빠가 앞으로 바빠질 것 같아서, 당분간 데이터 신청을 하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지했습니다. 그랬더니 딸이 내가 언제 데이트를 신청했냐고 역습하더군요.

 

홍대 카카오프렌즈샵에 같이 구경하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더니 웬걸 대기만 312팀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답니다. 터덜터덜 연남동 기찻길을 걸어 핫플레이스를 구경하고, 추로스와 초콜릿이 맛있다는 ‘17도씨’에 갔는데, 여기도 오후 4시인데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입니다. 잘 되는 곳은 넘쳐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파리를 날리는 이 악마와 같은 경쟁이 언제쯤 새로운 질서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마지막 종착지는 ‘청수당’ 그곳에서 아빠는 드립 따뜻한 커피, 딸은 말차크림우유, 그리고 디저트로 딸기 프로마주 케이크를 마시고 먹었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본 말차, 프로마주 케이크, 새로운 것과의 만남은 신선하지만, 가끔 힘든 과정입니다. 가격도 연남동이라 그런지 만만치 않았고요. 카페 입구 작은 연못이 정말 예뻤습니다. 높은 가격에 대한 분노를 조금은 식혀줄 수 있을 정도로요.

 

딸과 데이트는 당분간 중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마지막 한 차례는 해야 할 것 같네요. 은평구 마을예술창작소 별별곳간에서 우리 딸이 노래를 두 곡 부른답니다. 그것은 함께 가야지요.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하지만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좋은 정치를 만들어가도록 할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