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 60주년] (1) 한국인에게 국가는 무엇인가
2008. 8. 15. 19:25ㆍa survey of public opinion
[정부수립 60주년]2부- 국가 정체성을 묻는다 : (1) 한국인에게 국가는 무엇인가 | |||||||||
입력: 2008년 08월 14일 18:43:28 | |||||||||
ㆍ경제민주화 등 ‘국가정체성’ 변화 욕구 늘어 경향신문이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인의 국가정체성’ 여론조사는 한국인들의 국가주의적 성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재확인해주는 가운데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형성된 전통적 국가관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보여준다.
한국인의 국가주의는 경제성장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을 중시하는 쪽에 치우쳐 있다. 지난 60년간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를 ‘경제성장과 산업화’로 꼽고, 박정희 전 대통령 개인과 그 정권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뿐 아니라 21세기에 최우선적으로 추구할 국가 모델로도 ‘복지국가’보다 ‘경제대국’을 꼽은 것에서 잘 드러난다. 따라서 강력한 국가주의 앞에 자유로운 개인의 형성은 미약하다.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 이익을 중시한다는 응답이 훨씬 많은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에 대한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더 많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군대에 갔다온 남성 중심의 가부장주의 또는 군사주의 문화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주의가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대중을 동원하던 60~70년대식 발전국가 모델을 요청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는 시장을 좀더 공정하게 관리함으로써 부의 분배와 복지 확보라는 공공성을 담보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개헌 논의가 나오며 전경련을 중심으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는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적정한 소득 분배와 특정 기업의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정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에 대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나, 사용자와 대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중소기업도 경제정책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높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가 이익이 개인 이익에 우선한다는 응답 역시 사익 추구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떳떳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더군다나 국가가 개인에 우선한다는 생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또한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배타적이었던 국가와 민족의 범위가 외국인으로 확장될 조짐도 보여준다.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의견이 규범적인 응답일 가능성도 있다. 윤해동 성균관대 교수는 “외국인 참정권, 노동조합 경제정책 참여에 대한 지지는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견해가 확산될 경우 취소할 있는 취약한 조건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꼭 통일을 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도 완전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도 변화하는 국가관의 한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국가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대체로 보수적이지만, 전통적인 인식에 일정한 변화의 흐름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평가도 엇갈린다.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는 “국가, 시장, 시민사회 가운데 국가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그 자리를 시민사회가 아닌 시장이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여론시장의 독과점 구조나 제대로 된 개혁·진보 정당이 없는 보수적 정당체제라는 조건에서는 비교적 진보적인 시민의식”이라고 다른 평가를 했다. 미국 호감도 1위·위협국가 2위 동맹 강화보다 대등 관계 요구 1. 대외인식
주변국가 중 미국에 대해 가장 호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위협도 상당히 느끼고, 미국을 위협 국가로 여기면서도 미국 이민이나 유학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한편, 한·미관계는 좀더 대등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장 호감이 가는 국가로 꼽힌 ‘미국(45.4%)’은 지역, 연령, 계층, 이념성향에 관계없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중국(15.2%)’, ‘일본(11.7%)’, ‘러시아(8.1%)’, ‘북한(4.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의 미국 호감도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촛불집회 등 반미정서 확산에도 불구하고 2006년 KSOI 조사에서 나온 47.2%와 비슷한 수치로 나옴으로써 미국 호감도의 지속성이 확인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005년 KSOI 조사에서는 가장 높았으나 동북공정 문제가 불거진 2006년 조사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고, 최근 한·중 갈등으로 인해 호감도가 더 낮게 나타났다.
미국 이민이나 자녀유학에 대해서는 “기회가 오면 갈 것 같다”는 의견(50.5%)과 “기회가 와도 안 갈 것 같다”는 견해(49.3%)가 팽팽히 맞섰다. “갈 것 같다”는 의견은 서울 지역, 여성, 20대 이하, 대재 이상 고학력층, 월평균 소득 301만원 이상의 고소득층, 화이트칼라, 주부 및 학생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안 갈 것 같다”는 의견은 지방, 남성, 50세 이상, 고졸 이하 학력층, 월평균 소득 1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블루칼라, 농림어업 및 자영업층에서 높게 나타나 명확한 대조를 이뤘다.
또 미국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꼽은 응답자들 중에서도 “갈 것 같다”는 의견이 47.4%에 달해 절반에 가까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원 교수(정치학)는 “미국은 불만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지향해야 할 대상이라는 게 입증됐다”며 “이념적으로는 반미이지만 ‘내 자식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후 이 사회에서 엘리트층이 돼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더 대등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54.1%로 “동맹외교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43.6%)보다 높게 나왔다.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50%에 육박하며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한·미관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온 것은 이명박 정부의 동맹강화 중심의 외교노선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는 2004년 11월 KSOI 조사에서의 동맹외교 강화(57.5%)가 자주외교 강화(39.7%)보다 높게 나온 결과를 뒤집은 것으로 한·미관계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에 대해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사회학)는 “보수세력이 ‘한·미혈맹’으로 표현해 온 ‘대미종속적 국가정체성’의 호소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어떤 의미에서 자긍적 민족주의와 수평적 한·미관계의 지향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원 교수는 “우리 국민들이 민족주의적 감수성의 발로로 미국에 불만은 있지만, 그래도 대안적 모델은 미국과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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