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의 "담쟁이"
2008. 10. 6. 16:30ㆍsensitivity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이 미칠듯한 격동의 시간에 우리에게 세상은 벽이다.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절망과 좌절의 숱한 한숨 소리들...
그것은 벽, 담쟁이 같이 맞잡고 그 절망의 벽의 넘어 가야만 나타나는 길...
희망을 말하기에 너무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는 희망을 말해야 한다.
그 벽을 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외마디가 아니라
그 벽을 넘어 마지막 희망의 세상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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