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
2008. 10. 6. 16:34ㆍsensitivity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
짧은 삶만큼 파격으로 다가온 시, 질투는 나의 힘
나는 왜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왜 단 한번도 나를 사랑하지 못했는지?
그렇게 짧은 글을 남겨둘 수밖에 없었는지?
2008년 수많은 기형도의 짧은 글을 만난다.
그렇게 희망을 찾아헤매었으나
끝내 자신을 해방시키지 못한 주체들...아니 타자들의 군상들을
그래도 그들이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고
사랑의 연을 이어 세상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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