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5. 11:34ㆍlecture
‘상생과 규율’ 강조한 ‘서울 컨센서스’ 이끌어야 | |
[열려라 경제] G20 서울 정상회의 진단&전망 신자유주의 모델 ‘워싱턴 컨센서스’ 금융위기로 흔들 각국 특수성 인정한 ‘베이징 컨센서스’ 설득력 얻어가 의장국으로서 새로운 이념적 선택지 제시할 좋은 기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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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던 ‘애틀리 컨센서스’가 있다. 윈스턴 처칠의 후임으로 1945년 집권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클레멘트 애틀리 총리가 주창한 애틀리 컨센서스는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대대적인 사회개혁이 핵심이다. 하지만 애틀리 컨센서스에 기반한 유럽 복지국가의 모델은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라는 장애물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고, 미국식 시장경제모델의 기반이 된 ‘워싱턴 컨센서스’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워싱턴 컨센서스란 1989년 존 윌리엄슨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이 경제난에 빠진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해법으로 무역 및 자본 자유화, 감세, 균형재정 등 10가지 정책을 제시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민주주의 정부에 민간주도의 시장경제가 결합된 국가발전 모델이 워싱턴 컨센서스의 뼈대다.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는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자유주의’의 대명사로 사용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에까지 올랐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적인 경제호황의 기틀을 제공했다. 하지만 지나친 자유화는 투기적 금융을 양산했고, 결국엔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비난받는 처지로 내몰렸다.
물론 금융위기 이전에도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도전은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컨센서스’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온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부작용을 강조하면서 강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반신자유주의는 남미를 중심으로 한 특정 국가, 특정 지역의 공감을 얻는 데 그쳤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베이징 컨센서스’가 등장한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자문역과 중국 칭화대 강사를 지낸 조슈아 쿠퍼 레이모 전 <타임> 부편집장이 200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워싱턴 컨센서스’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처음 사용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권위주의 체제와 정부가 시장경제를 주도하는 국가발전모델을 뜻한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세계 각국에 동일하게, 그리고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신자유주의를 적용할 것을 권고하는 데 비해, 베이징 컨센서스는 각국의 고유한 상황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하며, 제도 도입 속도에 있어서도 점진적 도입을 주장한다. 각국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정부 주도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여러 개도국들에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저성장-저수익이라는 거시경제 흐름과 규제강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동시에 개최국으로서 새로운 ‘컨센서스’를 제시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리더십과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실질적으로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워싱턴 컨센서스나 베이징 컨센서스 모두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기존 장점에다 ‘상생과 규율’을 강조한 새로운 ‘서울 컨센서스’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시장자유의 원칙은 포기할 수 없는 명제이다. 대신 무절제나 탐욕과 같이 과도한 또는 방임형 시장 자유의 상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인 스포츠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이 엄격한 규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규제를 강화하는 일 못지않게 그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그래야 위기재발을 막고 빈곤과 소득격차를 줄이면서 지속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새로운 방향을 찾고자 고민하고 있는 전세계에 우리나라가 새로운 이념적 선택지를 제시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점이다.
송태정/우리금융지주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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