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전략무기 감축협정 사실상 합의

2010. 3. 26. 11:11lecture

 

 

 

 

 

4월 프라하서 조인식
워싱턴 핵정상회의 탄력
양국 의회 비준 ‘과제’

 

전세계 핵무기의 95%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간의 새로운 전략무기 감축협정이 사실상 타결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오바마가 ‘핵무기 없는 세계’의 비전을 밝힌 ‘프라하선언’(4월5일) 1돌에 즈음한 다음달 8일께 프라하에서 공식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다.

 

백악관과 크레믈의 관리들은 “새로운 협정에 매우 근접했다”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 합의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외신들은 양국 관리들을 인용해 20여쪽에 달하는 협정문안과 수천쪽의 부속서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에 도달했지만, 최종문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양국 정상간의 최종 의견조율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피>(AP)통신은 지난 13일 통화에 이어 이번주 안에 양국 정상의 통화 외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새 협정은 지난해 12월 만료한 제1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1)을 대체하게 된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4월 런던 정상회담에서 대체협정을 위한 협상을 12월 만료 이전까지 끝내기로 합의하고, 7월 정상회담에서 장거리 핵탄두를 현행 2200기에서 1500~1675기, 지상 및 해상배치 미사일 등을 현행 1600기에서 800기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쪽의 감축 이행에 대한 검증절차 주장과 러시아 쪽의 미사일방어계획(MD) 반대, 발사된 미사일탄도에 대한 정보 공유 요구 등이 맞서 해를 넘겨 10여차례의 협상을 벌여왔다. 특히 러시아는 자국의 낡은 핵탄두를 무력화할 수 있는 미국의 방어무기와 핵감축협정의 연계를 주장해 난항을 겪었다. 양국은 새 협정문에 공격용과 방어용 무기의 관계를 인정하는 ‘구속력없는’ 언급을 하기로 하고, 지난 협정들엔 없었던 검증절차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핵탄두를 1600기 미만으로, 운반수단을 800기 수준으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진 이번 협정은 획기적인 감축으로 보기엔 미흡하지만,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21세기 핵감축에 추진력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다음달 12~13일 워싱턴 핵정상회의와 5월3~28일 핵확산금지조약 검토회의를 앞두고 주요핵보유국인 미·러가 핵무기 감축의 성의를 보였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의료보험법 하원통과에 이어 지난 1년여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국내외적 문제를 일주일새에 해결한다는 정치적 의미도 갖는다. 러시아로서도 이번 협정은 10년 이내에 1500기 이하로 떨어질 전략핵무기 보유를 감안했을 때 필요한 협정이며, 미국과의 협상으로 러시아의 위상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그러나 1년여의 지난한 협상만큼이나 협상내용에 불만을 갖고 있는 양국 의회의 비준과정도 험난할 것이란 예상도 벌써부터 나온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