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파천황과 국가보안법

2010. 3. 28. 18:44lecture

 

 

이적표현물이 된 무협소설 ‘무림파천황’

 

 

1980년 가을, 연세대생 박영창씨는 ‘용돈을 벌기 위해’ 『무림파천황』이라는 다섯권짜리 무협소설을 발표했습니다.

소설은 “절정의 무공을 익힌 주인공이 부모의원수를 갚고 정파와 사파가 대립하던 무림을 평정한다”는 무협소설의 ‘정석’에 충실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81년 9월 박씨는 이 소설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등 17가지의 죄목으로 구속되었습니다.

소설의 내용 가운데 정파와 사파가 벌이는 대결구도를 변증법적으로 설명한 부분, ‘강북무림’이 ‘강남무림’을 향해 ‘남진’을 주장한 부분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대립물의 모순과 투쟁을 통하여 양적인 변화가 생기고 그것이 일정한 한계를 넘으면 돌연 비약적이고 질적 전환을 하여 새로운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모든 사회는 물질적 부를 생산하는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에 따라 지배와 피지배 관계로 양분된다. 이것은 적대적인 관계이며 그것은 서로 모순되면서 통일되어 한 사회를 이룬다”


는 등 두쪽 분량의 대목 때문에 박씨는 구속되었습니다.

1심에서 3년, 2심에서 2년 판결을 받은 박씨는 만기출소를 한달 앞둔 1984년 광복절 특사로 출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