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11. 16:20ㆍdiscourse & issue
[세상읽기] ‘앱스토어 정치’가 먼저이다 / 안병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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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당이나 진보적 정당들은 아직 21세기의 특징과 민심을 이해하는 데 서툰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야권 단일화를 원하는 민심의 요구와 그 부분적 성과를 말한다. 따라서 이제 정당간 연합이나 심지어 아예 정당들의 통합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연합은 소중하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미국식 민주당으로의 통합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거대한 대중적 플랫폼 없는 연합이나 통합은 2012년 절반의 성공만을 낳을 것이다.
비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진보정치에도 이제 스티브 잡스의 앱스토어가 나타나야 한다. 앱스토어란 개인 개발자나 개발회사들이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공간을 말한다. 어떤 고등학생은 버스 승차시간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 공간에서 스타가 되기도 하였고 다양한 개발자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히 경쟁하고 있다.
집단지성의 사회적 협업 시대인 21세기에는 더이상 정치엘리트들이 세상을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앱스토어라는 광장을 만들어놓거나 혹은 그 속에서 민심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협력하는 정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다. 21세기 정치엘리트는 거대한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위태로운 어선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자유주의 혁명을 보고 나서도 아직도 한국의 ‘여의도 민주당과 진보’ 진영들은 보수적으로 행보를 하고 있다. 더구나 민심의 전략적 지지나 혹은 언론의 구도에 취해 자신이 대중적 정치세력이라고 착각까지 하는 이도 있다. 글쎄 텔레비전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트위터 팔로어들이 조금 있다고 대중적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최소한 오바마나 그보다 더 진보적인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처럼 비욘세의 콘서트와 정치 캠페인 사이에서 젊은이들의 발길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매력과 대중적 정책 프로그램을 지녀야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이란 화두를 던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중적 진보’의 고민을 시작한 심상정·이정희 의원, 미국의 시민정치조직을 벤치마킹한 커피당 같은 풀뿌리 정치 운동은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지각변동을 향한 의미심장한 모색이다.
그 첫 발걸음은 정치엘리트간 연합이나 통합이 아니어야 한다. 정파적 토론 문화와 대중적 단련을 덜 거친 정책끼리 연합이나 통합을 해보아야 기막힌 앱이 나오기 어렵다. 차라리 그 매력적이지 못한 정당들은 그대로 두고 정당 외곽에 거대한 온/오프 정치 플랫폼을 만들어 정당들도 그 안에서 혁신 경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스스로 진정으로 비전과 정책에 자신이 있다면 대중적 바닷속에서 검증받고자 하는 대담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 거대한 바닷속에서는 여의도나 운동권 정치문화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협소한 정치세력들도 대중적 정당으로 변화를 강제받게 된다. 필자가 2007년 대선 직후부터 줄곧 정당 강화 이전에 시민정치조직(미국의 무브온)을 먼저 만들자고 화두를 던진 것은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이건 단지 온라인 유권자 정치조직이 아니다. 앱스토어는 온라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노선 앱처럼 온/오프 경계를 파괴한다.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각 지자체는 단지 이명박 정부를 견제하는 데만 힘쓰지 말고 다양한 앱(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온라인 공간에서 경쟁하며 다시 전국의 오프라인 풀뿌리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실험에 성공한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대파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 실험에는 실패하지만 연합이나 통합에는 성공한다면 견제론의 우위 속에서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은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진보의 복지 어젠다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매력적인 보수 대통령 후보가 길목에서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진보진영 수준이 앱스토어를 성공시킨 스티브 잡스 내공의 절반이라도 될지 무척 궁금하다. |
기사등록 : 2010-06-10 오후 06:3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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