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 전태일 40주기 맞아 실태조사

2010. 11. 13. 14:19a survey of public opinion

 

청년노동자 “저임금·빚 때문에 저축 힘들다”
청년유니온, 전태일 40주기 맞아 실태조사
한겨레 송채경화 기자 메일보내기

 

지난 6월 늦깎이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아무개(33)씨는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한다. 이씨의 한 달 기본급은 100만원이고, 연장 근무와 잔업수당 등을 합쳐도 채 120만원이 안 된다. 이씨는 “말 그대로 ‘최저임금’ 수준인데, 이 지역의 제조업체들 임금 수준이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씨를 더 불안하게 하는 건 신분이다. 지난 7월까지 파견근로자였던 이씨는 8월에 하청업체가 문을 닫는 바람에 지금은 소속이 없다. 이씨는 “월급은 처음부터 원청업체에서 받았기 때문에 달라진 건 없지만, 소속이 붕 떠버렸다”며 “원청업체에서는 나와 새로 근로계약서를 쓰려고 하지 않아 유령인간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빚은 없지만 월세 30만원을 내며 살다보니 쉽게 돈을 모으지 못하는 것도 이씨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그는 “한달에 2만원씩 청약부금 붓는 것이 저축의 전부”라며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아가다 보니 일에 대한 성취감도 없고 의욕도 사라졌다”고 했다.

 

과도한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노동자들의 현실에 분노해 전태일이 분신한 지 13일로 40년을 맞지만, 이들 청년노동자의 저임금 실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노동단체 ‘청년유니온’은 1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0년 20~30대 청년노동자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10월부터 약 40일 동안 서울·인천·대전 등 5개 지역 20~30대 노동자 618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과 생활실태를 파악하려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를 보면, 청년노동자의 61.6%가 도시노동자의 평균 임금인 195만원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 청년노동자들의 경우 71.4%는 150만원 이하, 25살 미만의 29.2%는 1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학력별·나이별 임금 격차도 컸다.

 

청년노동자의 51%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40.5%는 1000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었다. 빚을 지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20대의 경우 34.8%가 학자금 대출 탓이었고, 전세금 등 주거비 대출도 31%를 차지했다. 30대가 빚을 지는 이유는 주거비가 54.6%, 생활비 부족이 10.1%였다. 이 때문에 청년노동자의 14.3%가 한 달에 10만원 미만을 저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정부가 청년노동자들에 대한 어떤 통계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대책 수립의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며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이들의 저임금·고강도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올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사등록 : 2010-11-12 오후 08: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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