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3. 13:57ㆍdiscourse & issue
홍수 물 잘 빠지고 돈 덜 들이려면 ‘반원형 준설’ 맞는데 사다리꼴 고집 | |
[4대강 거짓과 진실] ① 운하 아니라더니… 수리학 거스른 하천 단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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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생이 배우는 하천수리학 교과서에는 ‘홍수 소통을 위한 최선의 하천 단면을 구하라’는 연습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정답은 ‘홍수에 대비해 가장 많은 물을 최단 시간 안에 흘려보낼 수 있는 하천 단면은 반원형’이다. 공사 편의상 사다리꼴 단면으로 하천을 파더라도 반원형에 외접하는 모양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준설은 대부분 구간에서 이런 기본원칙을 따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낙동강수계 하천기본계획을 보면 79번 지점(김해)의 단면은 가장 깊은 곳의 수로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준설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홍수 때 물이 가장 빨리 빠질 수 있는 단면은 홍수 때 물이 차는 제방 안쪽의 단면이 반원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두 단면은 준설하는 양은 똑같지만 교과서 방식이 준설도 쉽고 비용이 적게 들며, 무엇보다 홍수 때 물이 빨리 빠진다.(그림 참조)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비용이 많이 들고 홍수 소통에도 효과적이지 않은 현재의 준설은 오직 운하의 뱃길을 위해서만 쓸모가 있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수로폭 대부분 200m 이상…수천t 배 운항 충분 | |
“폭 200~300m 돼야 운항”↔독일운하는 55m 불과 “자연선형 수로, 운하 부적합”↔수로 넓어 문제없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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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의문
정부 해명의 상당수는 동문서답이다.(해명 ①②③⑦⑧) 의혹의 핵심은 지금 대운하를 건설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장차 대운하로 이어질 공사를 하고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여기엔 물 확보와 홍수 대책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깊이와 폭으로 강바닥을 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고, 따라서 선박 운항을 위한 물길 확보가 근본 목적이 아니냐는 의문이 담겨 있다. 일단 물길을 확보해 놓으면, 장차 보에 갑문을 다는 등 추가공사를 통해 대운하를 추진할 기반이 마련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만일 갑문 설치 등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돼 다음 정부가 4대강 주운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면, 이미 물길과 보를 건설한 상태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대운하 때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민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걱정하는데, 정부는 당장 운하가 아닌데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다그치는 형국이다.
나머지 ④⑤⑥의 해명을 살펴보자. 정부는 화물선이 운항하려면 6m 이상의 일정한 수심이 필요한데 실제로 구간별 최소수심은 2.5~6m로 제각각이고, 6m 이상의 수심은 낙동강의 61%, 전체 구간의 26.5%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수심을 보면, 정부가 말하는 필요수심 6.1m는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에서 2500t급 선박 중 가장 덩치가 큰 배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선박의 물속 깊이(흘수) 4.7m에 30% 여유를 준 값이다. 그러나 국제수상교통시설협회(PIANC)의 내륙수운 기준을 보면, 이보다 낮은 수심에서도 다양한 배가 다닐 수 있다. 1500~3000t급 자체 동력을 가진 바지선은 3.3~3.6m의 수심이면 되고, 470~700t급 바지선(끌려가는 바지선이라면 1000~1200t급)은 2.08~2.6m의 수심이면 된다. 대운하의 모델이었던 독일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의 수심은 4m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강 가운데는 사다리꼴 단면의 깊고 넓은 고랑이 생긴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보면, 낙동강은 하굿둑에서 경북 구미시 칠곡보까지 최소 수심은 6m이고, 칠곡보에서 경북 상주시 영강 합류점까지 최소 수심은 4m이다. 안동댐 부근의 최상류를 뺀 낙동강의 대부분 구간에서 3000t급 선박 운항이 가능한 수심이다. 영산강도 하굿둑에서 광주천 합류점까지 최소 수심이 5m여서 3000t급 선박이 너끈히 다닐 수 있다. 한강은 팔당댐에서 섬강 합류점까지 최소 수심이 3m여서 1200t급 바지선이 다닐 수 있고, 같은 배는 최소 수심이 2.5m인 금강 하구에서 세종시 금남보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정부는 수심뿐 아니라 안전한 운항을 위해 평상시 물이 차 있는 저수로가 폭 200~300m로 일정하게 확보돼야 하는데 4대강 사업에서는 자연적인 하천의 형상을 유지해 구간별로 수로폭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대강 대부분의 구간에서, 지나치게 넉넉하게 잡은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에서는 2500t급 선박 가운데 가장 큰 폭 14.8m의 배가 다니려면 수로폭이 104m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독일 라인-마인-도나우 운하의 수로폭은 55m이다.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낙동강의 저수로 폭은 하굿둑에서 상주 영강 합류점까지 평균 464m이고 가장 좁은 구간인 합천보~달성보 구간도 340m에 이르게 된다. 낙동강의 10개 구간 가운데 7개 구간에서 저수로 폭이 공사 전보다 곱절 이상 늘어난다. 한강도 팔당에서 섬강 합류점까지 저수로 폭이 381~603m이고 섬강에서 충주댐까지도 176m나 된다. 금강은 하굿둑에서 미호천 합류점까지 저수로 폭이 249~621m이고, 영산강은 하굿둑에서 광주천 합류점까지 260~653m여서, 4대강 거의 모든 구간에서 저수로 폭은 2500t급 선박이 다니기에 충분하게 확보된다.
정부는 화물선의 안전 운항을 위해선 수로를 직선화해야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자연 선형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힌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대부분의 구간에서 저수로 폭이 300~500m에 이르러 직강화를 하지 않아도 배가 얼마든지 다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16개 대형 물그릇에 물 가둬두면 썩는다 | |||||||||||||||||||||||||||||||||||||||||||||||||||||||||||||||||||
[4대강 거짓과 진실] ③ 수질 좋아진다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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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수량 늘어 수질 개선” ↔ 체류일 증가해 부영양화
“총인처리 늘려 오염 줄여” ↔ 주변개발로 하·폐수 늘것
■ 정부 “4대강은 썩은 물, 물그릇 키우면 수질 좋아진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수질오염을 든다. 4대강이 “생활 오폐수, 공장폐수, 축산분뇨, 각종 쓰레기 등으로 생명을 잃고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다.(환경부, ‘4대강의 진실’) 그리고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수질이 개선되고 풍부한 수량으로 친환경적인 수생태계가 조성된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정부는 보를 짓는 이유로 물그릇을 키워야 수질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물그릇 론’이다. “물이 부족하면 수질이 나빠진다. 보는 물 저장량을 늘리고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수질을 개선하는 큰 물그릇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환경부, ‘4대강의 진실’). 강에 보를 설치해 많은 물을 저장하면, 오염물질이 희석돼 오염농도가 낮아진다는 논리이다.
정부는 물그릇 론의 효과가 이미 북한강에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강은 화천댐, 소양댐 등 댐이 6개나 있어 강물의 체류시간이 길지만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급수를 유지할 정도로 수질이 양호하다는 것이다(‘4대강 살리기’ 홈페이지). 정부는 이에 더해 34개 유역에 총인처리시설을 확충하는 등 4대강으로 흘러드는 오염물질 농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수질 모델링을 한 결과,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2급수 이상인 좋은 물의 비율이 2006년 76%에서 2012년 86%로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 4대강은 썩은 물인가? 정부는 4대강을 ‘썩은 물’로 묘사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전만 해도 ‘4대강 수질이 좋아졌다’고 밝혀왔다. 환경부는 2006년 물환경관리기본계획에서 “1997년 이전까지 악화 추세에 있던 4대강 주요 지점의 수질이 4대강 대책 추진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 추세”라고 밝혔다. 수질 개선 사실은 2008년 <환경백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는 하수와 폐수 처리장을 확충하면서 유기물질 오염은 많이 줄었지만 처리장을 통하지 않고 도로나 농토 등에서 흘러드는 비점오염원과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인 오염이 늘어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인식에서 정부는 기존 하·폐수 처리장 중심의 농도 관리에서 오염물질 발생 자체를 막는 총량 규제와 비점오염원 관리 강화 등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었다.
■ 보만으론 수질 개선 효과 없다
물그릇 론은 ‘착시 효과’에 가깝다. 이상훈 수원대 교수(환경공학)는 “욕조의 물을 두 배로 늘린다고 해서 수질이 좋아지나? 욕조에 흘러드는 물의 수질이 똑같다면 물이 늘어도 수질은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래픽 참조) 즉, 보만으론 수질 개선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4대강 16곳에 설치되는 보다. 보는 물을 가둬, 강을 호수에 가깝게 만든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의 연구에서는 낙동강에 보를 11곳 지을 때(현 계획은 9곳), 강물이 머무는 시간은 18.3일에서 191일로 늘어나, 강의 특성이 완전히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플랑크톤은 부족한 영양분인 인 농도가 높아지면 급격히 번식한다. 죽은 플랑크톤이 호수 바닥에 쌓이면 산소를 고갈시켜 오염을 더욱 악화시킨다. 하수처리장 등에서 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천의 하류는 물론이고 상류에서도 돌에 미끈미끈한 부착조류가 붙어 있는 등 이미 부영양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일 보로 물이 갇혀 물의 체류시간마저 늘어난다면 녹조현상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4대강 사업 이후의 수질이 나아진다는 근거로 제시한 수질모델링의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된다.(보조기사 참조) 실제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예측한 수질 예측 결과는 부영양화와 녹조 현상이 일어날 것임을 보여준다. ㄷ건설이 제출한 낙동강 32공구 예측치를 보면, 연간 부영양화가 일어나는 날이 현재 20일에서 보 건설 뒤 35일로 늘어나, 오니(오염된 진흙) 배수관과 비상수 처리 시스템 등 특별 장치를 설치해야 오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 4대강 개발로 오염 심해져
4대강 사업 이후 도로, 공원, 위락시설 등이 강 주변에 들어서면 여기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정화시설을 설치해 수질 농도를 맞추더라도 오염 총량은 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정부가 ‘4대강 마스터플랜’에서 내놓은 수질 예측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도로 등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도 문제다. 2015년 4대강의 비점오염원 비중은 65~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오염총량제, 수변구역제도, 물이용부담금제 등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주민이 합의한 수질정책의 기초들이 흔들리고 있다. 수질오염총량제는 각 지자체가 3년 동안 작업했던 기본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며, 개발행위를 엄격히 제한한 수변구역도 4대강에 들어설 각종 시설로 인해 껍데기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천의 오염원을 그대로 둔 채 본류 중심의 수질 정책을 펴는 것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환경부도 이미 폐기한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폐기된 방식이 4대강 사업에서 부활했다는 것이다. 김좌관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정부의 수질 정책은 낙동강 페놀사태 이전으로 후퇴했다”며 “가동보를 늘 열어놓으면 모를까 수질 관리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기사등록 : 2010-11-17 오전 09:05: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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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생태계 97% 정상” 확인하고도 삽질 강행 | |
4대강 거짓과 진실 ④ ‘생명의 강’ 만든다는데… “퇴적토탓 수질악화”↔낙동강 수심 이미 깊어져 “16개 보로 생태복원”↔습지·여울 없애 환경교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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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장은]
정부 “죽은 강을 물과 생명의 강으로 만든다” 정부가 내놓은 4대강 사업 홍보문에는 ‘생명’, ‘생태’, ‘복원’ 등의 말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4대강 사업 공식 누리집의 제목은 ‘생명이 깨어나는 강’이다. 정부가 보기에, 현재의 4대강은 ‘죽은 강’이다. 원인은 “허옇게 바닥을 드러내며 강의 흐름을 막고 있는 퇴적토” 즉, 강 모래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량이 적어 수질도 나쁘고 배도 다닐 수 없다. “강에 퇴적토가 쌓이지 않았던 1930년대만 해도 나주, 여주 등 내륙 깊숙이 배가 다닐 정도로 수량이 풍부했다.”(환경부 ‘4대강의 진실’) 심명필 4대강 살리기 본부장은 “4대강 사업은 아련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추억을 현실로 만들 것”이라며 “우리를 떠났던 동식물들도 우리 곁으로 돌아오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국토해양부·환경부 ‘4대강 생태지도’) 4대강 사업은 “무심하게 버려뒀던 하천환경을 생명과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게 하는 사업”(수자원공사 ‘행복 4강’)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부가 그리는 ‘4대강의 미래’는 물과 생명이 넘쳐나는 ‘생태하천’이다. 16개 보를 설치해 물이 많아지고 수질이 개선돼 생태계가 복원되고 자연하천으로 바뀐다. 2006년 4대강 유역의 ‘좋은 물’ 등급을 받은 지점이 76%에서 사업 뒤인 2012년 86%로 상승할 것이라고 정부는 예상했다.(국토해양부 ‘4대강 마스터플랜’)
[따져보니]
자연형 하천에서 인공형 하천으로
그렇다면 미래의 4대강의 모습은 생태적인 모습의 자연하천일까, 인공하천일까? 정부가 제시한 인공하천과 자연하천의 기준은 간명하다. 환경부는 2003년 6월에 낸 ‘2004 자연형 하천정화사업 추진지침’에서 ‘자연형 하천에 반하는 하천사업’으로 △하천의 직선화 △하상 굴착(강바닥 준설) △수생생물의 이동이 불가능한 낙차공 및 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재밌게도 여기에서 제시된 사례가 4대강 사업의 핵심이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미래 4대강의 모습은 ‘자연형 하천에 반하는 모습’이다. 환경부가 이 기준을 제시한 이유는 사업 내용이 자연형 하천에 부합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갑작스런 추진으로 인해 이런 정책 방향은 수정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여울과 습지 사라진다
자연형 하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곳곳에 여울이 있고, 모래사장이 발달해 있으며, 습지가 많다. 갈수기에는 모래밭을 드러내는 게 한반도 하천의 자연스런 모습이다. 낙동강의 경우 과거 수심이 지금보다 오히려 낮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원은 지난해 12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정 하천공간 확보방안 연구>에서 오히려 인공적인 영향으로 낙동강 수심이 깊어졌다고 밝혔다. “1960년대 이후 산림녹화와 댐 조성으로 토사 유입이 줄었고, 계속되는 골재 채취로 지류 유입부를 제외하고는 퇴적이 아닌 침식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낙동강의 평균수심은 1910년대 2.95m에서 2000년대 4.41m로 1.5배 깊어졌다. 5억2000만㎥를 긁어내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준설작업으로 4대강은 더욱더 큰 침식 하천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구간에 포함되는 하천습지는 158곳이다. 이 가운데 준설 지역에 포함된 습지는 80곳으로 영구 침수되거나 소실된다. 모래톱, 하중도가 많은 물로 침수되고, 자전거 도로와 생태공원 등으로 생태 환경이 교란될 전망이다. 4대강은 강이라기보다는 기능적인 ‘물그릇’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는 “흐르는 하천이 아니라 보와 보로 막힌 거대한 인공호수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고 긴 호수가 되다
강 생태계도 ‘호소 생태계’로 변할 전망이다. 강바닥 준설로 인해 수심이 깊어지고 습지는 줄어든다. 얕은 물에 사는 여울성 토종 민물고기보다 깊은 곳에 사는 어류가 우세종으로 등장한다. 법정보호종인 흰수마자와 돌상어, 꾸구리, 얼룩새코미꾸리, 묵납자루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큰입배스 같은 외래종과 잉어, 붕어 등 깊은 수심에서 사는 물고기가 많아질 것이다. 또한 수심이 낮은 하천이나 범람원, 강 하구에 서식하는 물새의 서식 환경도 악화될 전망이다. 물이 괸 곳에서 사는 담수성 오리보다 먹이를 찾기 위해 잠수를 하지 않는 수면성 오리가 먹이 경쟁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강 주변의 식생도 외래종 중심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화 고려대 교수(환경생태공학)는 서울 양재천의 자생초본류가 2005년 429종에서 2010년 318종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말 열린 고려대 환경구조단 포럼 발표에서 “자전거 도로 설치 등 공원화 사업으로 환삼덩굴과 가시박 같은 덩굴식물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자전거 길과 휴식공간이 조성된다면 4대강변도 양재천변을 확대한 모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이런 생태계 변화는 그동안 대형 댐을 축조하면서 되풀이됐던 일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생물다양성협약 보고서에서 “소양호, 대청호 등 인공호수가 기존에 한국에 존재하지 않던 깊은 수심의 호소 생태계를 생성해 자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지적했다. 정부는 주로 잠실보와 신곡보 등 두개의 보를 설치해 한강 수생태계가 다양해지고 수질이 좋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한강의 수질이 일정 부분 개선되고 생물종 다양성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는 보와는 관련 없이 한강 서울권으로 흘러드는 유입수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홍수는 지류서 심한데 본류부터 ‘거꾸로 정비’ | |
4대강 거짓과 진실 ⑤홍수 예방한다더니… “준설로 홍수위 낮아져”↔지류에 미치는 영향 미미 “보 열어 수위조절 가능”↔호우예측 어려워 역부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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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장은]
본류 수위가 지류에도 영향 미친다?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경남도가 4대강 사업 반대 견해를 밝힌 10월28일 기자실을 찾아 “국가하천은 대도시가 인접하고 있어 홍수 발생 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된다”며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4대강에 집중투자해 우선 완료하고 나머지 하천 정비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본류에서 홍수위를 낮추면 지류에서도 홍수방어가 된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심명필 본부장은 “준설로 본류 수위를 2~3m 낮출 경우 지류 수위도 30㎞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따져보니]
갑자기 뒤바뀐 홍수대책 수해대비를 위한 국가사업 우선순위는 4대강 사업을 전후해 180도 바뀌었다.
최규성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국토부의 2008년 4월 문건 ‘하천재해예방사업 기본계획’을 보면, 정부는 애초 국가하천보다 지방하천에 대한 재해예방 투자가 더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 계획에서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하천재해를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투자할 사업비의 98.8%인 11조3488억원을 소하천과 지방하천에 배정했다. 국가하천에 투입될 사업비는 1.2%인 1411억원에 불과했다. 국가하천 정비율은 95%지만 지방하천 78%, 소하천 정비율은 39%로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홍수 피해는 대부분 지방하천·소하천에서 한국방재협회의 ‘유역단위 홍수대책 추진방안 연구(2008)’를 보면 1999년부터 2003년 사이 국가하천의 홍수피해액은 전체 하천 홍수피해액의 3.6%에 불과하고, 지방하천 55%, 소하천 39.9% 등으로 지방하천과 소하천의 홍수피해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1996년부터 2005년까지의 국토 단위 면적당 침수피해액도 동해안·남해안 도시와 경기 북부, 영남내륙 지역의 홍수피해가 컸다. 이 지역들은 4대강 본류와는 무관한 곳이 대부분이다. 홍수피해가 극심했던 2002~2005년에도 수해복구액 중 4대강이 포함된 국가하천 비율은 7%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도 국토부가 집계한 국가하천의 수해는 3군데 3억2100만원으로 지방하천(소하천 제외) 345곳 314억원의 1%에 그쳤다. 특히 전체 준설량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낙동강에는 2007년 이후 홍수통제소의 홍수예보 발령현황이 없었다. 정부는 올해 4대강 공사로 국가하천의 피해가 없었다고 자랑했지만 소방방재청 자료를 보면 7월16~18일 3일 동안만 지천 34곳과 소하천 67곳, 23~24일 이틀 동안에만 지천 29곳과 소하천 112곳이 수해를 입었다. 정부는 4대강 공사를 마친 뒤 나머지 하천을 단계적으로 정비한다고 했으나, 4대강 사업으로 22조원을 쓴 마당에 다음 정권이 과연 막대한 예산을 동원해 지천을 정비할지는 미지수다.
“준설 통한 홍수방어는 전례없는 대책” 전문가들은 “준설을 통한 홍수 방어란 수문학계에 전례가 없는 대책일 뿐 아니라 공학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데서 보듯이 지류와 소하천은 본류보다 표고가 높기 때문이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본류의 수위가 낮아지면 지류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사에 따라 그 범위가 한정되고 한국과 같은 지형에서는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대부분 합류점에서 지류 방향으로 몇㎞ 내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과거 수해를 입은 지역의 상당수가 지류 상류부의 급경사와 빠른 유속을 지닌 지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4대강 준설은 대부분 지역에서 지류 홍수 방어에 악영향을 줄 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짓고 있는 보는 오히려 홍수 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보를 쌓게 되면 물이 정체해 보 상류에는 수위가 올라가고 홍수 때 물이 제방을 넘칠 수 있다. 국토부는 “가동식 보를 설치해 수문을 열어 홍수를 배출하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낙동강에서 가동보로 수문을 열 수 있는 공간은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근과 같은 이상기후 속에서 홍수량을 미리 예상하기는 힘들다. 지난 7월17일에도 합천·함안보 공사 현장에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물이 불어나 허둥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홍수 조절을 위해서는 보를 미리 비워둬야 하는 문제가 있어 수자원 확보와 홍수 조절은 서로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변의 모래사장을 대거 없애는 것이 홍수를 부를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홍수터를 생태공원 등으로 만든다면 물은 깊이 파인 수로로만 흐르고 마른 강변에는 풀과 나무가 자란다. 모래밭이 홍수 때 물에 잠겨 홍수 소통에 지장이 없는 것과 달리 이런 녹지는 물흐름을 막아 대규모 홍수가 올 때 정말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선진국의 치수대책은 댐이나 제방 위주의 치수대책을 넘어 유역내 물이 자연스레 흘러갈 공간을 마련해 주는 홍수터 중심의 대책으로 전환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치수대책도 지천과 소하천 등 유역내 홍수의 저류공간을 확보하는 홍수할당제를 실시해 홍수위험도를 낮추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대운하를 앞세운 현 정부가 들어선뒤 치수방향은 엉뚱한 곳으로 선회했다. 허재영 대전대 교수는 “경우에 따라서는 본류 준설이나 일부 구간의 제방을 보강할 필요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소하천 각 지류 유역에서 본류의 홍수 부담능력을 분담해 주는 것”이라며 “지천과 소하천의 생태복원과 저류지 확보에 중심을 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
산골 물부족은 상수관 누수탓…정부, 강에 보 설치 ‘엉뚱해법’ | |
[4대강 거짓과 진실] ⑥ 물부족 해결한다는데… ‘급수대란’ 대책 옳은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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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물이 풍부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입니다. 2008~2009년에는 48개의 시·군 7만세대가 제한급수로 고생했으며, 강원도 태백지역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손수레로 물통을 직접 운반해야 했습니다.”(한국수자원공사 4대강 사업 홍보책자 <물, 강 그리고 생명 이야기> 중에서)
정부는 이처럼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앞세워 “4대강 사업으로 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홍보해왔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2012년까지 16개의 보(댐)를 설치해 물 8억㎥를 확보하고, 중·소규모 댐을 만들어 2억5000만㎥,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2억5000만㎥를 확보해 모두 13억㎥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을 보면, 1994년과 1995년, 2001년 두 차례 이상 생활·공업용수 제한 급수를 한 지역은 62개 시·군이다. 농촌·산간·해안 등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으로 물을 확보하면 이 지역들의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까? 2008년과 2009년 물 부족 사태를 겪은 강원 태백시를 살펴보면, 해답을 쉽게 알 수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펴낸 ‘2008년 상수도 통계’를 보면, 전국 평균 상수도 누수율은 12.2%인데, 태백시 상수도 누수율은 55.8%에 이르러 전국 평균의 4배를 웃돈다. 태백시 관계자는 “연간 생산하는 약 1400만㎥의 용수 가운데 누수 되는 양이 무려 790만㎥에 이른다”며 “새는 수돗물 가운데 430만㎥만 확보해도 5만명에 이르는 모든 시민들에게 넉넉하게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백 지역이 급수 대란까지 겪은 건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태백시는 물 낭비를 줄이려고 ‘상수관망 최적관리 시스템 구축 공사’를 시작해 2014년 완공할 계획을 마련했다. 예산 654억원 가운데 257억원을 국비로 충당해도 400억원을 태백시 재정으로 감당하기는 힘에 부치지만, 태백시는 이 공사를 마치면 물 부족 문제는 풀릴 것으로 본다. 정부가 4대강 사업 명분으로 태백시를 거론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태백시는 물이 부족하지 않을뿐더러, 4대강 물을 끌어다 태백시에 공급해줄 수도 없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서 낙동강 유역은 2011년 1100만㎥의 물이 남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서만 10억㎥를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영산강과 섬진강에서는 5억3600만㎥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는데도, 4대강 사업으로 1억2000만㎥를 더 확보하는 데 그친다. 결국 4대강 사업의 용수 확보 계획은 정작 물이 필요한 곳에는 물을 확보하지 못하고, 물 사정이 괜찮은 지역에는 엄청난 양을 확보하겠다는 말인 셈이다. 이성기 조선대 교수(환경공학)는 “가뭄 때 물 부족을 걱정하는 곳은 산골·섬·연안 지역으로 강 본류에선 떨어진 곳”이라며 “이 지역 주민들이 물 부족에 고통 받는 건 수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상수도를 제대로 유지·관리할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인데도 엉뚱한 곳에서 물을 확보한다며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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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10-11-18 오전 09:2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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