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2부 ⑥ 4억 네티즌

2011. 2. 10. 12:23discourse & issue

 

인터넷, 4억5천만 중국 네티즌의 ‘천안문 광장’
언론이 못하는 권력비리 폭로·풍자 봇물…발언권 세져
정부, 구조적 도전은 ‘능숙한 관리’…변화 동력 ‘미지수’
한겨레 박민희 기자기자블로그

 

 
» 광둥성 선전의 인터넷 언론 왕옌(인터넷의 눈이라는 의미)의 사무실에서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공산당과 정부가 관영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는 중국에서 인터넷은 새로운 정보와 소통의 통로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선전/박민희 특파원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2부 중국을 흔드는 7가지 변화

⑥ 4억 네티즌

 

춘절(설)을 앞두고 1월 말 중국 인터넷에는 ‘쾅쾅쾅의 신년 연하장’이란 제목의 동영상이 돌풍을 일으켰다.

소년이 난폭한 호랑이 지도자들의 폭정 속에 살고 있는 토끼들의 꿈을 꾼다. 새끼 토끼들은 멜라민 분유를 먹고 죽어가고, 호랑이들은 토끼들의 집을 강제철거하고, 시위대를 구타하고, 함부로 차를 몰다가 토끼를 쳐 죽인다. 참을 수 없게 된 토끼들이 반란을 일으켜 호랑이를 잔인하게 잡아먹는다. 중국의 현실을 섬뜩하게 풍자한 이 동영상은 이틀 만에 검열로 삭제됐다.

 

» 중국 인터넷 사용인구

중국 인터넷은 사회 모순에 대한 끓어오르는 불만과 풍자, 강력한 검열의 손길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공간이다. 관영언론에서 보도가 금지된 민감한 사건들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고, 누리꾼(네티즌)은 권력자와 부자들이 죄의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한다. 폭력적인 강제철거,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섹스 스캔들, 권력자 자제들의 비리 폭로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장시성에서 일가족 3명이 당국의 강제철거에 항의해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행인이 휴대전화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파장이 급속히 확산됐고, 결국 현지 당 서기가 물러났다. 지난해 10월 경찰 간부의 아들이 음주 뺑소니 사고로 대학생을 숨지게 하고도 권력을 믿고 큰소리를 친 이른바 ‘우리 아버지는 리강’ 사건에서도 가해자를 법정에 세운 것은 누리꾼의 힘이었다.

 

2010년 말 현재 4억5700만명에 이른 중국 누리꾼의 발언권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블로거가 2억이 넘고, 인스턴트 메신저 큐큐(QQ) 이용자는 7억명에 이른다. 과거 중국 정부는 정보와 언론을 철저히 독점했지만, 이제 누리꾼들의 촘촘한 감시망을 피해 나가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누리꾼의 힘은 중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동력인가? 일반인들이 정치·사회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 중국 시스템에서 인터넷은 분명 민감한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행동에 나서는 중요한 통로다. 중국의 유명 블로거 마오샹후이(아이작 마오)는 <비비시>(BBC)에 “중국에서 정보는 항상 당국의 통제를 받아왔지만 인터넷을 통해 처음으로 대안적 구조를 가지게 됐다”며 “사람들은 당국이 말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터넷이 중국의 변혁을 이끌 도구라는 기대가 환상이라는 냉정한 분석들도 늘고 있다. 당국은 사회적 불만이 폭발하지 않도록 인터넷을 통해 하급 관리들의 부정부패나 강제철거 등에 대한 불만이 배출되는 것은 허용하지만, 공산당 권력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능숙하게 관리한다. 많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터넷은 주로 영화나 음악을 내려받고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채팅을 하는 오락과 소통의 장이다. 중국 공산당은 서구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인터넷에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외교분쟁 기름붓는 ‘온라인 중화주의’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2부 중국을 흔드는 7가지 변화
⑥ 4억 네티즌
한겨레 박민희 기자기자블로그
민족주의는 중국 인터넷의 또다른 얼굴이다. 지난해 9월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해역에서 일본 해양순시선과 중국 어선이 충돌한 뒤 일본이 중국 선장을 체포해 국내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나서자 중국 인터넷에선 반일 여론이 분출했다. 반일시위가 중국 여러 도시에서 벌어져 일본계 백화점과 상점들이 공격을 받았는데, 시위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조직됐다.

 

1999년 5월 코소보전쟁 당시 미군 폭격기가 유고연방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을 오폭해 외교관 3명이 숨진 데 항의해 중국 해커들이 미국 사이트 공격에 나선 것은 중국 인터넷 민족주의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민감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인터넷에선 민족주의, 애국주의 여론이 빠르게 결집한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08년 4월 프랑스 파리에서 봉송에 나선 성화가 티베트 독립 지지 시위대의 저지로 꺼지는 수난을 겪은 뒤, 중국 누리꾼들은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조직해 큰 압력을 행사했다.

‘온라인 애국주의’는 중국 정부의 외교정책에도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일 댜오위다오 갈등 당시 중국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원치 않으면서도 고위급 교류와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 일본에 대해 예상보다 강도 높은 조처를 취한 것은 반일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 정부는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누리꾼들의 분노가 반정부 정서로 바뀔 것을 우려해 강경책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누리꾼들의 압력을 내세워 상대국의 양보를 받아내기도 한다.

 

중국의 젊은 세대는 국내 문제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이지만, 외교정책에서는 다른 국가들의 중국 비판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베이징 대학가의 좌파 서점 우유즈샹의 사이트(www.wyzxsx.com/)나 톈야, 강국논단, 환구망 등을 통해 결집하는 민족주의 세력들은 미국 중심의 국제기구를 불신하고, 서구와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을 의심한다. 대만의 전 외교장관인 천탕산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인터넷을 통해 변화하는 민주적 중국을 기대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재난으로 변할 수도 있다”며 “민족주의 세력이 많아지면 민주적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정부도 사회주의 이상과 멀어진 사회를 단결시킬 이념적 접착제로서 민족주의를 활용하지만, 이런 정서가 과도하게 상승해 실제로 국제관계를 악화시키거나 비난의 화살이 정부를 향하지 않도록 하느라 조심스럽다. 지난해 반일시위 도중 ‘부정부패 해결’ 등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가 등장하자 당국은 곧바로 인터넷의 반일시위 관련 소식을 차단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누리꾼의 힘은 중국에도, 세계에도 양날의 칼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만리장성 같은 ‘검열막’ 막는 정부 뚫는 누리꾼
[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2부 중국을 흔드는 7가지 변화
⑥ 4억 네티즌
한겨레 박민희 기자기자블로그
중국의 인터넷 세계는 ‘만리장성 방어벽’(Great Firewall)이라 불리는 거대한 통제시스템에 포위돼 있다.

 

인터넷망은 중국이동통신, 롄퉁(차이나유니콤), 뎬신, 중국위성통신 등 국영기업 4곳만을 통하게 돼 있고, 당국은 이들 국영기업을 통해 외부에서 중국으로 정보가 들어오는 길목을 모두 차단하고 문제가 되는 정보들을 걸러낸다. 달라이 라마나 류샤오보, 천안문시위, 파룬궁과 관련된 정보들은 자동으로 차단된다.

사회안정 유지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중국 당국은 인터넷 검열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3일 미국 외교협회(CFR) 주최 토론회에서 에릭 슈밋 당시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검열 인력을 3만~5만명으로 추정했다. ‘황금방패’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안부를 비롯해 여러 기관에 소속된 ‘사이버 경찰’들이 24시간 인터넷을 감시하면서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삭제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정부에 고용된 수십만명의 친정부 블로거가 인터넷에 친정부적인 의견을 올리고 민감한 정치적 내용을 삭제하는 등 여론의 방향을 유도하는 작업에 동원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터넷 산업을 통해 큰돈을 벌어들이는 대형 포털·검색 사이트들도 광범위한 자기검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중국에선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는 완전히 차단돼 있다. 대만 언론은 물론 친중국계 언론을 뺀 대부분의 홍콩 언론 사이트도 차단돼 있다.

 

물론 정보를 막으려는 방패와 뚫으려는 창의 공방전도 치열하다. 중국 누리꾼들의 인터넷 활용이 능숙해지면서,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나 프록시 우회 접속을 통해 금지된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09년 정부가 중국 내에서 팔리는 모든 개인용 컴퓨터에 그린댐(뤼바)이라고 불리는 필터링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려다가 누리꾼들의 반발로 포기하기도 하는 등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민감한 내용이 검열로 삭제된 것을 ‘허셰(和諧)됐다’고 말한다. 후진타오 주석의 통치 이념인 허셰사회(조화사회)를 비꼬는 것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기사등록 : 2011-02-07 오전 08:20:08 기사수정 : 2011-02-07 오후 12: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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