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길 - 실험과 도전] 2부 4) 에너지혁명

2011. 2. 1. 10:54discourse & issue

 

석탄 ‘바닥’ 보이며 대체에너지 개발에 ‘사활’
마구잡이 채굴에 매해 광부 2600명 희생…50년뒤 고갈
네이멍구 츠펑 풍력발전소, 신재생에너지의 거점으로
2020년 풍력·태양열·원자력 등 비중 15%로 늘릴 방침
한겨레 길윤형 기자기자블로그

 

»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츠펑에 위치한 다탕 신에너지주식회사 둥산발전소의 전경. 둥산발전소는 이 주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158개를 관리하고 있다. 츠펑은 한국에서 먼 곳 같지만 삼국시대 고구려의 무대였던 옛 요서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길 - 실험과 도전]

2부 : 중국을 흔드는 7가지변화

④ 에너지혁명

 

중국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중심 거점으로 떠오른 중국 북부 네이멍구(내몽골) 자치구의 도시 츠펑. 지난 3~4년 사이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된 츠펑 시내에서 111번 국도를 잡아 타고 서북쪽으로 20여분을 달리다 작은 지방도로 접어들었다. 이곳에서 다시 한시간쯤 당나귀 마차와 최첨단 폴크스바겐이 뒤섞여 오가는 중국 오지 마을을 두개쯤 스쳐 지나자 풍력발전기의 하얀 블레이드(바람개비)가 돌고 있는 너른 구릉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오전. 이 지역의 풍력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둥산발전소 중앙통제실에서 만난 왕둥후이(26) 직반장(조장)이 긴장된 얼굴로 현장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 곳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곳의 해발은 1800m이고 평균 풍속은 9.8m/s입니다. 현재 발전기 158대 모두가 정상 가동되고 있습니다.” 발전소 중앙통제실의 대형 스크린에는 이 지역에 설치된 발전용량 850㎾짜리 발전기 58개와 2㎿ 발전기 150개가 만들어내는 전력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중 하나인 850㎾짜리 발전기 주변을 흐르는 바람의 속도가 14.8m/s에서 순간적으로 12.1m/s로 변하자 생산되는 전력량도 220.3㎾에서 211.8㎾로 요동쳤다.

 

이곳은 중국 5대 발전회사 가운데 하나인 다탕집단공사와 한국전력이 6 대 4로 지분을 투자해 만든 다탕신에너지주식회사 소속의 풍력발전소다. 왕 직반장은 “몇해 전만 해도 그냥 바람만 부는 언덕이었던 이곳이 지금은 중국 인민들에게 전력을 생산하는 중요한 거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발전 설비용량은 현재 627.5㎿(앞으로 1123.9㎿까지 확장 예정)로 지난해 네이멍구 자치구와 이웃한 랴오닝성 등에 1350.23㎿h의 전력을 공급했다. 50㎿의 발전소는 5만 인구가 사는 도시의 전력을 책임질 수 있는 용량이라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10%를 넘나드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시름은 에너지난이다. 중국 국토자원부의 자료를 보면, 발전을 위한 중국의 석탄 소비량이 8년 연속 10% 이상씩 늘어 200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석탄 순수입국(소비량은 28.3억t)으로 전락했다. 이를 떠받치기 위해 광부들은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광도로 내몰려 석탄을 캐내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해마다 2600여명의 광부들이 목숨을 잃는다. 석탄 1만t을 채굴하는 데 희생되는 중국 광부의 수도 2007년 현재 2.041명으로 선진국에 비해 50배나 높다. 멍자오리 중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안전문제도 심각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중국의 석탄 매장량은 50~60년 뒤면 고갈된다”며 “이는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전력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중국 국무원은 2006년부터 수력·풍력·태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그 결과 신재생에너지의 맏형이라 부를 수 있는 중국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2000년 341.6㎿, 2005년 1271.8㎿, 2009년 2만5827㎿, 2010년 말 4만1827㎿(잠정) 등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그래픽 참조)

 

관련 산업도 덩달아 발전하고 있다. 2009년 현재 중국은 풍력터빈과 태양전지 부문에서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중국 업체는 풍력터빈이 3곳, 태양전지가 4곳이나 된다. 국무원은 지난해 7월에는 ‘신에너지사업 발전계획’을 발표해 2020년까지 5조위안(약 852조원)을 쏟아부어 신에너지를 통한 전력 공급 비율을 전체의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설명을 듣고, 블레이드가 돌고 있는 구릉으로 올라서자 거센 바람이 온몸을 덮쳐 왔다. 네이멍구 자치구는 인구밀도가 낮은데다 바람이 많아 2009년 현재 전체 중국 풍력 발전용량 가운데 34.9%(9196㎿)를 차지한다.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에서 바람까지 겹치니 오래 서 있기 힘들었다. 블레이드를 지탱하는 기둥인 타워의 높이는 50~80m나 된다. 소음이 있지만 심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한전에서 파견된 김갑순 다탕신에너지주식회사 부사장은 “2006년 처음 발전소를 만들 때 전기, 물, 통신 등 기반 시설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중국 직원들이 영하 30~40도의 추위와 싸우며 시설을 만들었다”며 “풍력발전을 위한 자연환경 등 제반 여건이 완벽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풍력, 태양에너지 등은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둥산발전소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틀 전에 기상위성이 보내주는 자료를 받아 생산 가능한 발전량을 예측해 화력발전소 쪽에 보낸다. 화력에서는 이 자료를 근거로 풍력 쪽의 발전량이 많을 때에는 생산을 줄이고, 적을 때는 늘려 에너지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아직까지 기존 에너지를 ‘대체’하는 게 아닌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른다는 한계를 갖는다. 풍력의 발전단가는 1㎾h당 0.54위안으로 화력(0.267위안)보다 2배 정도 비싸다. 현재 차액은 정부가 보조금으로 메우는 형편이다. 멍자오리 연구원은 “신에너지는 미래 전망이 매우 밝은 산업이지만 규모 면에서 기존의 화력발전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에너지난의 숨통을 틔우는 구실에 머무를 뿐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고 말했다.

츠펑(네이멍구)/글·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신재생에너지도 ‘G2 시대’
중국 풍력산업, 미국에 ‘바짝’
한겨레 길윤형 기자기자블로그
» 미-중의 풍력발전 설비용량 변화
미래의 성장동력이라 불리는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인 풍력산업의 동향을 보면, 미국과 함께 양대 강국(G2)으로 성장한 중국의 기세가 잘 드러난다.

 

중국 자원종합이용협회 재생가능에너지전문위원회는 지난달 중국이 2010년 1만6000㎿의 신규 풍력발전 설비를 설치해 누적 설비용량이 4만182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06년까지만 해도 누적 설비용량이 2569㎿로 미국(1만1575㎿)의 22%에 불과했지만, 그동안 설비량을 폭발적으로 늘려 5년 만에 미국을 따라잡았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은 미국보다 6.5배나 많은 7800㎿를 설치해 누적기준으로 미국을 코앞까지 추격한 것으로 보인다. 리쥔펑 중국자원종합이용협회 지속가능에너지전문위 비서장은 “풍력발전이 중국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으며 세계시장을 주도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11일 “중국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석탄에 의존한 기존 화력발전뿐 아니라 풍력, 원자력 발전 등도 빠르게 성장중”이라며 “미국은 경제가 이미 완숙기에 접어든데다 불황의 여파로 에너지 수요량이 2009년 정점에 견줘 오히려 줄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풍력산업이 침체를 보이고 있는 또다른 원인은 ‘주민들의 반대’다. 미국 풍력발전의 주요 거점인 텍사스의 경우 풍력발전소에서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으로 송전선로를 통해 전기를 끌어와야 하지만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난 20일 <텍사스 트리뷴>이 보도했다. 주 정부는 ‘경쟁력 있는 재생에너지 지구’라는 이름의 사업을 통해 50억달러를 들여 발전소가 몰려 있는 서부에서 도시로 전기를 끌어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송전선로가 텍사스의 경관을 망친다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이 연기되거나 수정되고 있다. 그 때문에 텍사스의 일부 풍력발전소는 송전선로가 없어 바람이 많아 전력 생산이 많아지는 계절에는 일시적으로 발전을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은 발전터빈 등 장치산업 쪽에서는 2004년부터 2010년 1월까지 발전단지에 사용되는 자재의 70% 이상을 국내산으로 한다는 규정을 적용해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중국은 선진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현재 육상 주력기종인 1.5~2㎿급에서는 자체 기술력을 이미 확보했고, 차세대 기기인 3~5㎿급 설비로 빠르게 이동중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터빈생산업체 시노벨의 시장점유율은 2007년 4.2%에서 지난해 9.2%로 늘었지만, 제너럴일렉트릭은 16.6%에서 12.4%로 줄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12월 무역제소의 첫 단계로 기구 내 협의를 요청했다.

한편 한국의 2009년 말 풍력발전설비 누적설치량의 비율은 0.36%로 존재감이 거의 없는 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015년까지 태양광은 제2의 반도체산업, 풍력은 제2의 조선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길윤형 기자

 

기사등록 : 2011-01-30 오후 07: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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