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7. 12:39ㆍtheory & science
“강화된 신자유주의 맞서 노동자 연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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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6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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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시즘 2011’ 참석 앨릭스 캘리니코스 교수
트로츠키 노선 대표주자 “금융위기뒤 복지 축소” “그리스 총파업 등서 보듯 마르크시즘 아직 유효”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과 여파는 확실히 컸다. ‘시장만능’을 주문처럼 외우던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공황에 빠진 금융시장에 공공재정을 쏟아붓는 모습 앞에서 입을 다물었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라는 진단과 함께, 별다른 제동장치 없이 덩치를 키워 온 자본주의는 갑자기 반성과 성찰의 대상이 된 것처럼 보였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한물갔다’고 은근히 무시당했던 선수들이 다시 돌아왔다. 시장에 대한 개입과 통제를 내세우는 케인스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혁명적 변화를 내세우는 마르크스주의다. 그런데 등판할 줄 알았던 이들이 계속 몸만 풀고 있는 모습을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잠깐, 자본주의 비판이 아직도 대세인 게 맞긴 맞나?
지난 21일 만난 마르크스주의 석학 앨릭스 캘리니코스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교수는 “국가와 금융가 등 지배계급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급진적인 신자유주의를 관철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이에 맞선 진보적인 직접 행동이 절실하다”고 경고했다. 피지배계급의 직접 행동만이 자본주의 극복을 이룰 유일한 실마리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하는 트로츠키 노선의 대표주자인 캘리니코스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 지속적으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며, 포스트모더니즘과 자율주의적 마르크스주의 등을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주 열린 ‘마르크시즘 2011’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번 방한에서 캘리니코스는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마르크스주의의 유효성과 현재성’이라고 했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은 계급투쟁이다. 복잡한 권력 관계에 대한 이론들을 동원해 계급 대립의 전선을 흐릿하게 만드는 포스트모더니즘 사조를 비판하는 그는, “마르크스주의는 경제구조에 따라 계급 대립이 일어나는 지점을 명확히 설명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난 시대가 지배계급이 신자유주의를 앞세워 그들만의 계급투쟁을 벌여온 시기라면, 지금은 세계 경제위기에 따라 지배계급이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혼란을 겪는 시기라는 것이다. 또 이는 전세계적으로 피지배계급의 저항이 조직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캘리니코스는 세가지 사례를 들었다. 하나는 영국과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청년들의 저항 행동이다. 두번째는 영국 공공부문 파업, 그리스 총파업, 중국의 노동자 조직화 등 ‘한물간 줄 알았던’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다시 펼쳐지는 현상이다. 마지막으로는 튀니지, 이집트에서처럼 국가권력 자체를 타도 대상으로 삼는 고전적 의미의 혁명이 다시 돌아온 현상이다. 이런 움직임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그는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와 그에 대한 저항 등 자본과 노동의 대립 관계가 근본적인 이유라고 풀이한다.
무엇보다 캘리니코스가 주목하는 것은, 국가와 금융가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계급이 경제위기를 겪은 뒤에 이전보다 더욱 심한 신자유주의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가 찾아온 뒤 국가가 민간을 구제하기 위해 자금을 푸는 등 케인스주의가 다시 돌아온 듯했다. 그렇지만 곧바로 더 급진적인 신자유주의를 펴기 위한 엄청난 압력이 찾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각국이 펼치고 있는 긴축재정 정책이라고 한다. 미국 역시 공공부채 문제를 놓고 긴축정책의 압박을 받고 있다.
경제위기를 비교적 손쉽게 넘긴 것 같은 중국이나 한국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캘리니코스는 “미국과 유럽이 나가떨어지면 중국 역시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며 “이것은 전지구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결국 전보다 더 강해진 신자유주의가 사회보장의 대대적 감축 등 일반 대중의 삶 자체를 위협하고 있고, 이는 앞서 말했던 다양한 저항을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이 자신들의 삶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복지국가를 방어하고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비정규직 등 불안정노동의 확산과 전통적인 노동조직의 약화 등 노동계급의 역량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해 캘리니코스는 “노동자계급의 조직화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영국에서는 대학 정규직 노조의 연대를 통해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최근 조직화됐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도 전통적 노동조직들이 아직 건재하며, 오히려 조직화되지 못한 노동자들과 연대해 그 힘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캘리니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계급 분석과 함께 ‘자기해방’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삼는 마르크스주의가 오늘날에 더욱 유효한 이유라고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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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6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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